조선시대 선비중에 제일 간지나는 사람은? 물론 여러 사람들이 있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여기 미수(眉叟) 허목(許穆) 선생도 참 좋아한답니다. 일단 풍채가 완전 도골선풍이라 옛 선비의 풍격이 그대로 좔좔좔 흐르지 않나요? 이분에 관해서야 뭐 다들 잘 아시겠지만, 1. 과거시험 자체를 안봤는데, 순전히 '학문의 포스'만으로 관직에 올랐다든지 2. 우암 송시열 선생과 예송논쟁 했던 거라든지 3. 남인의 비조가 되어 조선 후기 실학자들의 큰 스승이 되었다든지 등등 말이에욤. 웃긴건 많은 분들이 그렇게 쓸데없는 조선시대 헛짓의 대표사례로 드는 예송논쟁의 주인공이, 신기하게도 그 많은 실학자들의 스승이라니 참 아이러니하게 보이죠. 뭐 알고보면 이상할 것도 없습니다만... 암튼 허목 선생님이든, 송시열 선생님이든 간에 둘 다 열라 건강하게 오래 살았다는 점이 주목되는데... 예를들면 허목 선생님은 83세가 되었을때 관악산 정상 연주암까지 등반 했다고 합니다. 노익장이 대단합니다. 흰 수염 드리운 신선같은 선비가, 깨끗한 흰 옷을 입고 아름다운 관악산을 궤장(几杖)을 짚고 오르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한폭의 그림 같았을 겁니다. (나중에 체제공 선생님이 관악산 등반을 67세던가에 허목 선생님의 고사에 따라 했었다죠?) 암튼........... 허목 선생님은 생전에 썼던 글들을 모아 숙종의 명령으로 '미수기언(眉叟記言)'이 편찬되는데... 이 미수기언 문집 중에 '동사(東事)'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동사(東事)'가 바로 허목 선생님이 쓰신 국사 써머리 책이죠. 책의 제목이 '史'가 아니고 '事'인 점을 봐도 알 수 있겠지만, '이야기 한국사' 처럼, 스토리나 에피소드 중심으로 쓰여진 듯 합니다. 이 책을 통해 허목 선생님의 역사관을 알 수 있겠는데요. 한국사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설정해야 하느냐는 거죠. 일단 단군조선 이전의 시대를 '신시(神市)'라고 하고 있는데 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신시 시대는 군장의 등장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국가 체제가 갖추어졌다고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단군~신라시대까지를 설정함에 있어, 역대에 나타난 큰 나라는 6개, 그 부용국은 19개라 하고 있습니다. 정통성을 인정할 만한 나라들은 '세가'로 서술하고 있고, 방계로 인정할 만한 나라들은 '열전'으로 하고 있네요. (왜 '본기'로 하지 않냐고 비난할 필요까지는 없을 듯) 열전에 포함된 나라들을 보면 좀 신기합니다. 말갈(靺鞨)열전도 있고, 탁라(?羅=제주도) 열전도 있습니다. 흑치(黑齒=일본) 열전도 있어요. 다시말하면, 말갈족이랑 일본도 한국사의 범주에 넣고 하나의 방계로 본거죠. 흑치열전 보니깐 "수길(秀吉)은 생김새가 개(狗)를 닮았다"라든지 임진왜란 간략 서술이라든가 세끼가하라 전쟁 같은 내용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 허목 선생님 관련 이전 투고 내용 : https://kr.dcinside..imagesearch.yahoo.com/zb40/zboard.php?id=history&page=2&sn1=&divpage=5&banner=&sn=on&ss=off&sc=off&keyword=갸갹&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34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