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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기억을 이제 나는 지워 버립니다.

RAISON 2004.07.21 00:43:04
조회 104928 추천 0 댓글 210

  아이와 함께 쇼핑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이럴 때 제일 좋은 방법은 전에 사 달라고 했던 좀 더 싼 것을 사 주는 것이지요.   물론 애 엄마가 알면 큰일날 일이지만 말입니다.   막무가내인 아이와 싸운다는 것은 아빠들만의 고독한 전투!   하지만   오늘은 동지가 있네요.   어린 시절 친구 녀석을 이런 데에서 만나게 되다니!   생긴 것만은 서로 다르지만 마음만은 서로 쏙 빼닮았다고 남들이 말할만큼 친했던 녀석입니다.   나도 그렇지만 이 녀석도   여전히 이 동네에 사는 모양입니다.   그럭저럭 만날 수도 있었으련만 사는 게 바쁘다보니 이렇게 만나기도 쉽지 않게 되어 버렸습니다.   녀석, 나도 그렇지만 어느 새 결혼도 하고 쏙 빼닮은 아들도 낳은 모양입니다.   아빠들이 친구라고 하니 아이들도 금방 친구가 되나 봅니다.   그런데      그녀였습니다.   그녀가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왜 몰랐을까요?   언제나 말이 없던 그녀   언제나 다소곳하던 그녀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그녀는 아직도 날 기억하고 있을까요?   그녀는 내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내 아이의 모습에서 어쩌면 나를 찾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게 뚫어지게 바라보고만 있었으니까요.   태연한 척 하는 그녀가 조금 안스러웠습니다.   그녀는 어쩌다가 저 친구와 만나게 된 것일까요?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째서 다시 마음이 아파오는 것일까요?   하지만   그녀는 이미 날 잊은 것 같았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우리 아들 녀석은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내 팔뚝을 힘껏 잡아 보지만   난 그녀가 사라질 때까지, 아무 말도 없이 서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토록 아름다웠던 그녀였는데,   그토록 순진하던 그녀였는데......   철없던 시절 난 그녀에게 내 마음을 준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사랑을 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때 나는   언제까지 그녀가 내 마음을 가지고 있으리라고 믿었더랍니다.   하지만   어느 새 그녀는 그 마음을 나에게 되돌려 보냈나 봅니다.   그녀에 대한 나의 사랑은 내 안에서만 기억되고 남아 있었으니 말입니다.   조금씩   빛이 바래면서   그렇게   어쩌면 아무 느낌도 없는 단지 기억일 뿐인지도 모릅니다.   내 안에 있던 그녀는 이제 없어져 버렸으니까요.   이제   나는 그녀를   기억 속에서 지워 버립니다.   낡은 사진첩 속의 사진들처럼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의   흔적일 뿐이니까 말이지요.   그리고 이제는 사라진 날에게 마지막 인사를 보냅니다.   안녕, 내 철 없던 날의 사랑이여.   안녕.   P.S. 한 번 시작하고나니 재미가 붙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만, 이제는 조금 식상한 느낌도 드네요.           이로서 길고 구질구질한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끝냅니다.           마지막이니까 지루해도 꾹 참고 재미있다고 억지로라도 생각하며 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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