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가던 낚시터가 그날 하루 휴업하는 바람에 갈 곳 없게 된 텅은 이왕 이렇게 된 거 바다낚시나 하러 가자고 생각하고 바다로 향했오

날이 좋은 탓인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 목 좋은 자리는 죄다 다른 낚시꾼들이 차지하는 바람에 텅은 하는 수 없이 사람도 고기도 거의 없는 한적한 곳까지 가 자리를 잡을 수밖에 없었구.
어차피 고기 필사적으로 잡을 생각도 딱히 없고 그냥 낚시대 던져놓고 fish와 운명적인 만남을 기다리는...나! 이러면서 유유자적하게 시간 때우는 걸 좋아할 뿐이라 상관없었지만욤

텅은 언제나 그렇듯 물고기를 향한 러브레터를 미끼로 걸어두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노닥거리고 있었오 자리가 자리인지라 기대는 안 하고 있었다지만 그래도 역시 아무것도 안 잡히는 건 조금 아쉬웠던 텅은 문제점이 뭘까 자기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다가 러브레터의 디자인이 밋밋한 탓이라고 자기 나름대로 결론을 내고 비장의 카드로 남겨둔 스팽글이 덕지덕지 붙은 러브레터를 미끼로 내놓았고 그게 정답이었는지 어쨌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낚시대에 반응이 왔구

대어라도 물었는지 힘이 장난이 아니라 한참을 씨름한 끝에야 겨우 끌어올렸는데 러브레터를 물고 있던 건 물고기가 아닌 인어텅
물고기가 아닌 탓에 텅은 당황하지만 곧 러브레터를 보물이라도 되는 양 꽉 물고 놔주지 않으려는 인어텅을 보고는 물고기가 아니면 뭐 어때 내 진심이 드디어 누군가에게 통했구나 하고 곧 헤벌쭉 하겟조 그리고 첫 만남이후 인어텅을 자주 만나러 왔으면 좋겠오 인어텅도 요란한 러브레터를 보면 텅이 왔구나 하고 반갑게 맞으러 가구욤

비록 서로 쓰는 언어가 달라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워하겟조 텅은 찾아 올 때마다 인어텅이 좋아할 만한 반짝이고 멋진 무언가를 가져왔고 인어텅은 텅의 선물을 기쁘게 받으며 답례로 예쁜 조개나 돌 같은 걸 주워서 텅에게 가져다 줬오 그런데 인어텅에게 문득 자기가 주는 건 텅이 주는 것들에 못 미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워 하면 좋겠오 그래서 어떤 선물을 줘야 텅이 좋아할까 고민하다가 그러고보니 텅이 바닷속까지 들어온 걸 본 적이 없다는 걸 떠올리겠조  

그리고 며칠 뒤 텅은 어김없이 인어텅을 찾아왔오 텅이 한창 재잘재잘 떠들고 있을 때 인어텅은 예고없이 텅을 슬쩍 물 속으로 끌어당겼오 텅은 갑자기 물에 빠져 어안이 벙벙해졌지만 곧 인어텅의 짓인걸 알고 스윗 키티 깜짝 놀랐다제 하고 웃어 넘기겠조 하지만 물 속에 계속 있기엔 좀 추운 날씨니 자기는 뭍으로 돌아가겠다 말하고 육지로 나오려는데 인어텅은 텅을 잡고 놔주질 않았오 오히려 점점 더 육지에서 떨어진 곳으로 헤엄쳐갔오

인어텅의 짓궂은 장난인 줄로만 알았던 텅은 그제야 심각성을 알겟조나는 키티와 달리 물에 오래있을 수 없다 나를 다시 육지로 보내달라고 텅이 덜덜 떨며 애걸복걸하지만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인어텅은 오히려 텅을 물 속으로 이끌었구
숨쉴수가 없어 괴로워하며 어떻게든 물 밖으로 나가려고 텅이 버둥거리지만 물에서도 육지에서도 숨 쉴 수 있는 인어텅은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없다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물 속은 처음이라 즐거운 걸까. 하지만 멋대로 아무데나 가면 위험할 텐데 하는 생각 따위를 하며 텅을 꼭 껴안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겠조 얼마 지나지않아 텅은 결국 축 늘어지고 텅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줬다고 착각한 인어텅은 텅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며 더욱 더 깊은 바닷속으로 데려가는 게 ㅂㄱㅅ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