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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랜드 리오프닝은 성공적이었다. 로빈의 작품을 테마로 한 체험관과 어트랙션은 사람들의 긴 줄로 연일 성황을 이루었다. 로빈의 작품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팬들도, 점차 호의적으로 돌아서, 원더랜드는 \'로빈 덕질의 성지\'라는 별명을 얻기에 이르렀다. 특히 로빈의 작품에서 등장한 소품을 주제로 한 기념품들은 원더랜드 방문객 뿐 아니라 로빈의 팬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중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는 역시 아이네스였다.
완벽한 남자 로빈을 사랑에 빠지게 한 여자, 아이네스. 작품의 내용과는 별개로, 현실의 로빈과 아이네스에 대한 호감과 궁금증은 아이네스의 인기를 치솟게 했다.  
여자 어린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덕분에 기념품샵에 아이네스 인형이 들어오면 금새 동나기 일쑤였다. 뿐만 아니라 아이네스 캐릭터를 소재로 한 퍼레이드, 베네치아홀 공연 역시 높은 완성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환호를 받은 것은, 로빈의 작품으로 발생한 모든 수익금은 작가 로빈의 뜻에 따라 장애 어린이, 범죄 피해 및 가정 폭력 어린이를 위해 전액 기부된다는 사실이었다. 원더랜드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각종 언론은 새로운 원더랜드를 완성한 구서진 커플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며 취재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워낙 신중한 서진인지라 두 사람이 언론의 전면에 나서는 일은 결코 없었다. 그러던 중 구서진 커플이 참석할 것이라 예상되는 행사가 예정되자, 모든 언론을 이를 주시했다. 올해의 웹투니카 시상식.
  

아침부터 두 사람은 긴장상태다.

"하나씨, 나 괜찮아요?"
"잠시만요."
서진의 옷매무새를 정리해주는 하나. 긴장한 가운데서도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미소가 새어나온다.
"와, 우리 남편 멋있네.. 오늘 또 팬카페 회원 폭발하겠는데요?"
"그래서 오늘도 우리 사모님 대동해서 가잖아요, 임자있으니 아무도 넘보지 말라고.. 그런데 우리 아내가 너무 예뻐서 그것도 걱정이네."
"흠, 그래요, 가서, 우리 모두 깜짝 놀라게 하고 와요. 상도 꼭 탔으면 좋겠다."

당연한 듯이 팔을 내미는 서진.
얼른 팔짱을 끼는 하나와 함께 길을 나섰다.

비록 하반기에 발표된 작품이지만 \'빛의 여인, 아이네스\'는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며 올해의 웹투니카 대상 후보에 오르게 되었다. 특히 치밀하고 탄탄한 전개와 인간 내면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독자들은 물론 평단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 화제성 면에서는 올해 발표된 작품 가운데 으뜸이라 할 만 했다.

"서진씨, 상 받을 수 있을까요?"
"글쎄요, 하지만 상관없어요. 하나씨랑 또 이렇게 나란히 오게 된 것만으로도 난 기뻐요."
"나두요, 내년에도 또 오자는 약속 지켜줘서 고마워요."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며 두 사람은 소곤 소곤 얘기를 나눴다.
점점 긴장하는 하나. 그녀의 떨림이 전해진다.
"떨려요?"
"네.."
애써 미소를 지어보이는 하나.

떠오른다. 그날도, 그녀는 이렇게 떨고 있었지. 긴장한 모습조차 깜찍하고 예뻐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었다.
엘레베이터 문이 열린다.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성. 하나를 깜짝 놀라게 하는 카메라의 플래시 세례.
그날처럼 긴장한 채 서로에게 의지하며 레드 카펫 위를 걸어나가는 우리.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기억은 많다.
아직도 나의 진정한 얼굴이 무엇인지 나도 알지 못한다. 어쩌면 아직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얼굴이 내 안에 숨어있을 지도.

하지만 우리 모두는 수많은 가면 뒤에 숨곤 한다. 밝게, 때로는 차갑게, 혹은 잔인하게 변해가는 내 안의 여러 개의 가면들.
서로에게 실수하며, 상처주며, 때로는 할퀴며 살아가지만,
또 금방 잊어버리고 용서하고, 안아주며 살아가는 우리.
후회하고, 용기내고, 그리하여 이겨나가는 우리.

어느 것이 진짜인지 알지 못해도 괜찮다.
당신과 함께 있는 이 순간, 웃고 떠들고 편안한.. 그 행복한 표정이 바로 나의 진짜 얼굴일테니까.


\'당신이 힘들 때면, 로빈의 얼굴로 당신을 웃게 하고 위로해 줄게.
당신이 고단할 때면, 서진의 얼굴로 한결같이 당신을 기다릴게.
당신에게 필요한 그 모습으로, 난 당신 옆에 있을거야.
사랑해. 하나씨.\'

서진은 하나가 기대 선 팔에 힘을 준다.
그리고 함께,
밝게 빛나는 복도  그 안으로
두려움 없이 걸음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