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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써보는 인사이드 아웃 글

서머싯 몸(61.72) 2020.09.15 04:39:36
조회 372 추천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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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최근에 본 <영광의 길>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오피스텔의 조그만한 다락방에서 브라운관 TV로 <패트와 매트>나 <핑구>를 시청했다. 그런 시각적으로 만족적인 비디오들을 보며 자라 왔고 또한 그런 것들을 더 찾아보며 영상물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키워 갔다. 그렇게 어느 날에서 부터는 영화에 대해 집중하게 되었다. 8살이 되어서 비록 불법일지라도 어떻게든 <스타워즈>나 <인디아나 존스>같이 어린 애도 흥분하게 만드는 모험물이나 판타지물을 보기도 했고 스티븐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같은 유명 영화들도 보게 되었다. 그렇게 어린 마음에 영화 감독이 되고 싶어 했고, 엄마와 손 잡고 영화제를 갔던 기억도 난다.


 그러나 그렇게 철부지 없이 영화를 좋아하던 내가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영화를 등한시하고 게임에 대한 흥미를 높여 갔다. 지금도 게임을 좋아하지만 그때는 잠깐 미쳐있었다. 게임을 통해서 어느 나라나 어느 시대에 갈 수 있었고 심지어 미래의 세계도 구경할 수 있었다. <스카이림>이나 <폴아웃> 시리즈를 하며 세계관을 탐구하고 맵의 흥미로운 부분들을 찾아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그렇게 영화는 완전 까먹고 있었다. 


 중2 때 여전히 게임을 하고 있던 나에게 어머니가 영화를 보자고 하셨다. 솔직히 보기도 귀찮고 게임이나 더 해야했지만 어머니한테 거절하기도 미안하고 2시간은 잠깐이니 보고 바로 게임하러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본 게 <인사이드 아웃> 이었다. 처음에는 기쁨이가 귀엽게 라일리를 행복하게 하는 모습이 좋아서 빠져들게 되었다. 그런데 점점 라일리가 기쁨이의 독재로 이상한 모습을 보이더니 기여코 가출까지 결심하게 되었고, 기쁨이와 슬픔이가 라일리를 되찾기 위한 여정이 너무나도 숨막혔다. 솔직히 기쁨이가 울 때 나도 엉엉 울 뻔 했지만 중2생의 같잖은 자존심땜에 어머니 옆에서는 울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목이 울림에도 참았다. 라일리가 하키를 하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올 때 나는 몰려오는 여운과 슬픔 때문에 어쩔 지 몰라했지만 어머니 떄문에 강제로 빨리 나와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다. 집에 와서 게임을 키기는 커녕 2층 침대에서 덕질을 하기 위해 폰으로 열심히 네이버 카페를 찾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안 게 디시이지만.. 


 영화를 본 다음 날에 불법 다운로드로 캠코더 영상으로 2회차를 한 것도 기억이 난다. 다시 봐도 뭉클했다. 그렇게 계속 영화관에 가서 n회차를 찍었는데, 시끄러운 아이들과 본 것을 8회차로 그만 보았다.


 아무튼 내가 가장 근심없이 행복했던게 중2였는데, 친구들과의 관계도 원만했고 인생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같이 덕질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찾아 마루에서 이불 깔고 에어컨 틀고 시원하게 새벽 2시까지 인갤하던 추억은 아직도 아련하게 마음 한 켠에 남아 있다. (물론 그렇게 좆목이니 다른 갤러리니 알 게 되었지만;;..) 심지어 웃기게도 인갤 문학이 언제 올라오지 하며 기다리던 기억도 난다. 결론적으로 인사이드 아웃과 이 커뮤니티는 내 인생 최고의 시기와 맞물리기도 했다.


 그런데 당연히 가을이 되며 점점 커뮤니티는 시들시들 해졌다. 영화도 영화관에서 점점 내려가고 있었고 사람들의 인싸에 대한 열정도 점점 식어가고 있었다. 탈갤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접속도 점점 줄어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갤러리에 미안한 점은, 내가 안 그래도 사람 조금밖에 남아있던 갤러리를 폭발시켰다. (분탕한 건 아니고 그냥 좆목 폭로하다가) 당연한 일이지만 내가 시기를 앞당겼다. 


 뭐 그렇게 나도 인사이드 아웃에 대한 흥미도 잃고 타갤에 정착했다. 그리고 3년 정도를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바빠졌다. 고2 때까지만 해도 아까 말했듯 게임에 몰입했다. 그러다 고3이 되어서 공부를 열심히 했다. 솔직히 웃기는 실력으로 명문고에 와버렸다. 그래서 눈이 하늘을 뜷을 기세로 높았다. 그런데 9월 모의고사를 봤는데 말도 안 되는 성적이 나왔다. 그리고 사랑 문제에 관해서도 나의 너무 과도한 성격 문제로 틀어져 버렸을 때다. 힘들어서 다시 한 번 힐링할 것을 찾았고 그게 인사이드 아웃이었다. 1회차보다야 감흥은 없지만 나름 힐링이 되어서 고마웠다. 그렇게 다시 공부를 했다. 


 암튼 그렇게 수능을 마쳤다. 간신히 인서울을 했다. 고2 때까지 게임하다 1년만 공부했으면서 인서울간 것도 고마워해야할 판에 말했듯이 눈이 높았기에 만족할 수 없어서 겨울방학 동안 꽤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앞으로 뭘 해야할지 막막했다. 커서 뭘 해야될지 생각해보니 막상 생각해본 적도 없었던 것이다. 아마 내 인생 가장 우울한 시기가 아니였나 싶다. 아까 말한 사랑 문제도 또 겹쳐있어서 빛 한 줄기 잘 보이지 않는 깊은 우물에 빠져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 주위의 친구들은 소중하고 모두 착한 애들이지만 오히려 내가 잠깐 거리를 두었다. 나 혼자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가지기 위해. 그렇게 끝없는 고민을 하다가 인사이드 아웃과 내가 어릴 적 좋아하던 영화들이 생각났다. 나는 어렸을 때 부터 망상을 즐겨했고, 그만큼 상상력을 즐겨 썼다. 그래서 망상으로 영화를 찍기도 했다. 그런 걸 생각해보니 살아온 내내 인식하진 못 했지만 나는 내 창작 욕구를 몹시 내뱉고 싶어했던 것 같았다. 또한, 우연찮게 <달과 6펜스>라는 예술가의 혼을 담은 문학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거나 보니 나는 살아오며 창작가 쪽에 흥미가 있었던 것 같았다. 창작가가 되고 싶어한다는 것을 생각해냈다기보단 오랜 무의식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그 쪽으로 진로를 잡았고 아직은 할 수 있는게 적으니 책과 영화를 최대한 보자고 결심했다.


 그렇게 지금은 코로나로 시간 감각이 무뎌져 9월까지 와버렸다. 다행히 개인적으로 만족스럽게 많이 읽거나 보았다. 알바를 하면서 다시 친구들과도 친하게 지내고 (물론 걔네들은 모르겠지만) 내 본성을 혼자 찾아낸 거 같아 기쁘다. 그나마 하는 창작은 사진을 편집해서 올리는 건데 반응이 좋아서 기쁘다. 


 암튼 이 글의 요지는 인사이드 아웃은 내가 영화에 대한 흥미를 찾을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영화이다. 아직도 이만큼의 전율을 영화를 보며 느끼지는 못 했다. 이 커뮤니티도 내가 사랑하던 곳인데 이렇게 황무지가 되어서 아쉬워서 글을 남겨 본다. 2015년에 같이 갤질하던 사람들이 사이가 좋았던 안 좋았던 다들 잘 되었기를.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고 그런 사연들을 보며 안타깝기도 흥미롭기도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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