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전 접은지 18일째, 갤도 한번도 안들어오다가 16일부터 학교 폐쇄되고 집에서 존나 할것도 없어서 반쯤 미쳐가는 와중에 내가 아는 한국 커뮤니티라곤 여기밖에 없어서 오랜만에 찾아왔음.
내가 사는 곳은 프랑스의 유명한 휴양도시이자 많은 프랑스인들이 환상을 가지고 있고, 인구의 30%정도가 학생인 대학도시인 몽펠리에임. 자전거타고 좀 달리면 지중해가 보이는 전형적인 남프랑스 도시이고 불과 2월 말까지는 아니 3월 초까지는 별 감흥도 없었고 사람들도 코로나의 ㅋ도 관심 없었음
물론 시발 여기 사는 사람으로서 유럽 새끼들이 얼마나 미개한지 체감하고 있었으니까 아시아 유학생들끼리는 뒷담 존나 깠지. "이 씹미개한 야만인 새끼들 분명 코로나 존나 퍼져 있는데 검사를 안해서 모르는거다. 길가에 개똥이 보도블럭 숫자만큼 널렸는데 거기 턱 주저앉아 바게트 샌드위치 처먹는 위생관념 씹망한 원시인 새끼들 상황이 더 좋을리가 없다" 같은 이야기를 자주 했는데
ㄹㅇ이었음. 너무 정확하게 들어맞으니까 기분이 좀 그렇더라
놀랍게도 이 병신들은 자기네 장관이 감염되고 국경 맞대고 있는 이탈리아 씹망해서 여동생 시체랑 36시간 같은 집에서 갇혀있고 그런 사례 터지는걸 보고도 저번주까진 그렇게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나도 이때까지는 한국 코로나 확진자수 증가만 관심 가지고 있었음.
사태가 심상치 않게 된것은 저번주 목요일임
수업끝내고 집에 가서 존나 열심히 사전 찾아가며 과제하고 평소처럼 스위스 친구새끼랑 디스코드켜고 게임할려고 했는데 갑자기 선생한테서 20시에 마크롱새끼가 특별 발표 한다니까 프랑스어 공부도 할겸 보라더라. 그래서 보는데 마크롱이 30분정도 대본도 없이 화면 똑바로 보고 떠드는데 새끼 말 존나 잘하대
전국의 모든 학교 폐쇄와 고령자들은 외출을 삼가하고 우리는 힘을 합쳐 이 사태를 해결할것이다 뭐 그런 내용이었음. 기숙사 대부분이 대학생인지라 수십명이 창문열고 환호성 지르더라. 애미 돈주고 학교다니는데 휴교가 뭐가 좋다고 지랄이야 싶었음
다음날 강의실은 존나 뒤숭숭했다. 그래도 이때까진 괜찮았었어. 그날 밤에 모든 '생활에 필수적이지 않은 시설' 그러니까 클럽 상점 음식점 등등등 죄다 문닫으라는 지시 떨어질때까지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데 그 다음날 토요일에 발생한 시위는 상점 차단에 반발하는 시위가 아니라 노란조끼 시위다. 이거 토요일마다 하거든. 그렇다고 미개하지 않다는건 아님
이쯤되니까 나도 좆됐구나, 당장 이번달 말부터 비자 연장 신청해야 하는데 영향 있는거 아닌가 하고 불안하기 시작함
일요일, 스위스 친구놈이 귀국을 결정했음. 원래 프랑스어 시험 보려고 했는데 그것마저 취소되어버려 여기 남아있을 이유가 사라진거임. 그래서 월요일날 걔랑 걔 여친이랑 셋이서 마을 광장에서 서로 1.5미터 거리 두고 삼각형 모양으로 만나서 작별인사함.
월요일 저녁 스위스친구의 여친이 귀국 결정함. 이새끼들 존나 부러운게 나라가 가까워서 차타고 무슨 소풍가는것마냥 귀국하더라. 누구는 비행기표 예약해서 두번 갈아타며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야 하는데
그리고 국경 폐쇄됨. 난 선생이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과제량을 조절하는걸 실패해서 그걸 다 하느라 지쳐가지고 마침 휴교겠다 알람끄고 자버렸는데 국경 닫히기 20분 전에 잠에서 깨고 뉴스본건 닫히기 5분전이었음. 어차피 나갈 생각도 없었는데 막상 이래버리니 기분 이상하더라
화요일, 국경 닫힌거 확인하고 뒤숭숭한 기분으로 식료품 사러 가는데 사람들이 길게 줄서서 사재기중이었고, 어지간한 식료품 특히 물은 전부 거덜났음.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잘 안사먹는 식재료 사왔다. 편식 안하는건 이럴때 좋음. 슈퍼마켓 계산대 아주머니들 전부 마스크쓰고 장갑 끼고 있었고, 사람들도 요리용 비닐장갑은 다들 착용하고 있더라. 마스크도 확실하게 늘었고
그 와중에 유달리 사람들이랑 거리두던 아줌마 하나는 계산대 여자 하나가 마스크 안쓰고 있으니까 굳이 또 거기다 대고 시비를 걸더라. 웃긴건 그 아줌마도 마스크 안하고 있어서 듣다 듣다 짜증나서 '저 바쁘거든요 아주머니?'하니까 날 보더니 웬 동양인이 지한테 짜증내거든. 부리나케 도망치더라. 카운터 여자가 고맙다며 웃어줬음
돌아오는 길에 노숙자들이 날 보고 손가락질하더라. 존나 웃기더라 노숙자가 시발 ㅋㅋ
그리고 꽃집 아주머니가 문 닫아야하는데 꽃이 남았다면서 나한테 장미꽃다발을 그냥 안겨줬음. 꽃다발 들고 집에 돌아오는데 차타고 지나가던 아저씨가 휘파람 불면서 응원하더라. 내가 뭐 고백하러 가는줄 알았나봄
화요일 저녁, 영국인 친구가 목요일 비행기가 취소되었다며 급하게 공항으로 출발해서 당일 비행기를 잡으려 했지만 실패함. 이년은 이제 나랑 같이 전염병 주식회사 핫존에서 서바이벌 게임 해야함
수요일, 그러니까 오늘. 뉴스 보니까 건강상의 이유, 식료품 사러 가는것을 제외하면 야외에서 모이고 그러면 벌금 135유로랬나 뭐 그런 뉴스가 떴었음. 프랑스가 유럽에서는 가장 강하게 나가고 있다던데 그렇긴 한것같음. 다른나라가 워낙 씹좆망이라 상대적으로 그래보이는것도 있지만
여기는 인터넷 강의같은게 없어서 지금 학교에선 존나 개발중이래나봄. 이번주까진 교수가 웹상에 올린 과제들로 진행하고 다음주부터 온라인 강의 시작한다는데, 이게 학비 낸 만큼 서비스가 될리가 없어서 많은 학생들이 환불요청을 했는데 거절당함. 그래서 난리래나봄
선생도 할게 없었는지 작문 연습할겸 쥘베른식 SF 소설 프롤로그를 쓰라는 과제를 냈길래 오전 내내 써가지고 냈더니 재미있다며 나한테만 속편 써오라는 숙제를 내버림. 씨발년....
나는 계속 여기서 대학원 들어가고 학위따고 그러면서 살아야 하는 입장이라 그냥 조용히 순응하며 집에서 과제하다 드라마보다 운동하다 그러고있음. 소전 안접었으면 히든한다고 지랄하고 있었겠지
아무튼 이런 상황임. 질문있으면 맘대로 해라. 어차피 존나 할것 없음
출처: 소녀전선 2 갤러리 [원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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