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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라는 이름앱에서 작성

◕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8.14 02: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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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라는 이름은 오스트레일리아에 도착한 영국인들이 원주민에게 동물 이름을 물었을 때 '못 알아듣겠다'라고 대답한 것을 동물 이름으로 잘못 이해해서 붙었다는 속설이 있다. 흔히 인용되는 재미있는 이야기지만 사실과 다르다.

1770년 영국의 제임스 쿡 선장이 이끄는 인데버호는 오스트레일리아 북동부에 정박했다. 쿡의 이름을 딴 현재의 쿡타운 근처이다. 쿡의 항해 일지에는 해안에서 만난 원주민들이 쓴 수십 개 단어 목록이 기록되어 있다. 이들은 구구이미디르어라는 언어를 썼는데 오늘날 780명 정도만이 모어로 쓴다. 이 언어 이름은 현대 철자법으로 Guugu Yimidhirr라고 적지만 예전에는 Koko Yimidir, Koko Yimidjir 등으로 표기했다.

쿡의 단어 목록에 캥거루는 kanguroo로 기록되어 있다. kanguru, kangooroo라는 철자로도 쓰였는데 오늘날 영어에서는 kangaroo로 정착했다. 언어학자 존 해빌런드(John B. Haviland)의 1974년 연구('A Last Look at Cook's Guugu Yimidhirr Word List', Oceania 44: 216–232)에 따르면 현대 구구이미디르어에서 지금은 희귀한 크고 검은 캥거루 종을 gangurru 또는 ngurrumugu라고 부른다고 한다. 오스트레일리아 북동부 지역의 대형 캥거루로 동부회색캥거루(Macropus giganteus)가 있긴 한데 희귀종은 아니니 정확하게 무슨 종을 이르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어쨌든 쿡이 기록한 말은 분명히 캥거루의 일종을 일컫는 이름이었으며 원주민이 '못 알아듣겠다'라는 뜻으로 한 말이라는 속설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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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회색캥거루(Wikimedia: fir0002 CC BY-NC)


원 언어의 발음은 '캥거루'와는 거리가 조금 있다. 현대 구구이미디르어 gangurru는 [ɡaŋʊrʊ] '강우루'로 발음된다. 구구이미디르어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여러 언어처럼 폐쇄음의 유무성음 구별이 없어서 음소로서는 /k/ 대신 /ɡ/만이 있는데 Guugu Yimidhirr를 예전에 Koko Yimidir라고 썼던 것처럼 쿡은 이를 [k]로 인식하여 kanguroo라고 쓴 것이다. 한국어에서처럼 어두의 /ɡ/는 무성음화하여 [k]가 되었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 있다. 요즘에는 유무성음의 구별이 없는 오스트레일리아 언어를 표기할 때 b, d, g 등 유성음을 나타내는 글자로 통일하거나 p, t, k 등 무성음을 나타내는 글자로 통일하지만 예전에는 유럽인 입장에서 들리는대로 둘을 섞어서 적었다.

쿡이 쓴 철자 kanguroo에서 ng는 'ㅇ' 받침에 해당하는 소리인 [ŋ]을 나타내려는 것이다. 그런데 영어에서는 어중의 ng가 singer [ˈsɪŋəɹ] '싱어'에서처럼 /ŋ/을 나타낼 수도 있지만 finger [ˈfɪŋɡəɹ] '핑거'에서처럼 /ŋɡ/를 나타낼 수도 있으므로 쿡이 의도한 발음과 달리 영어 화자들은 kanguroo를 보고 원어에 없는 /ɡ/를 삽입하여 발음하였다. 또 e가 뒤따르지 않는 영어 철자 ang에서 a는 /æ/로 발음되므로 첫 음절의 a는 /æ/가 되었으며 영어식 발음에서 강세가 없는 가운데 음절이 불분명한 모음인 /ə/가 되어 [ˌkæŋɡəˈɹuː] '캥거루'가 된 것이다. 이 불분명한 가운데 음절 모음 때문에 후에 영어에서는 kangaroo라는 철자로 굳어졌다.


다른 유럽 언어에서 쓰는 형태를 보면 옛 영어 철자 kanguroo/kanguru/kangooroo를 따라 가운데 음절을 '우'로 쓰는 것이 많다. 프랑스어에서는 kangourou [kɑ+ɡuʁu] '캉구루'로, 포르투갈어에서는 canguru [kɐ+ŋguˈɾu] '캉구루'라고 쓴다. 독일어에서는 Känguru [ˈkɛŋɡuʁu] '켕구루', 덴마크어에서는 kænguru [kʰɛŋˈɡ+uːʁu] '켕구루'인데 영어의 /æ/를 /ɛ/로 흉내낸 것이다. 스웨덴어에서는 전설 모음인 /ɛ/ 앞에서 일어나는 k의 발음 변화 때문에 känguru [ˈɕɛŋːɡʉrʉ] '솅구루'이다. 핀란드어에서는 고유어에 /ɡ/가 없고 철자 ng가 /ŋ/을 나타내기 때문에 kenguru [ˈkeŋːuru] '켕우루'가 된다. 네덜란드어에서도 영어의 a /æ/를 /ɛ/로 보통 흉내내지만 kangoeroe는 프랑스어의 영향인지 [ˈkɑŋɣəru] '캉후루'로 발음한다. 네덜란드어에서는 g가 보통 마찰음 /ɣ/를 나타내며 한글 표기로는 'ㅎ'으로 적는다(여기서 쓰는 한글 표기는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되 ng 조합에서 g의 표기는 실제 발음을 따른다).

러시아어로는 кенгуру (kenguru) [kʲɪngʊˈru] '켄구루'라고 하는데 러시아어에서는 보통 영어의 a /æ/를 е (e)로 흉내내지 않으니 독일어를 거친 형태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에스파냐어에서는 canguro [kaŋˈguɾo] '캉구로', 이탈리아어에서도 canguro [kaŋˈguːro] '캉구로'라고 하며 그리스어에서도 kagkouró [kaŋguˈro] '캉구로'라고 한다. 영어 철자의 -oo를 [o]라고 본 것인데 사실 oo가 '우' 비슷한 음을 나타내는 언어는 영어 외에 거의 없으니 잘못 안 발음이지만 이해할만하다.

영어에서 kangaroo라는 형태가 정착된 것은 유럽 여러 언어에서 kanguroo/kanguru/kangooroo 형태로 퍼진 이후의 일로 보인다. 그러니 오늘날 kangaroo 비슷한 형태를 쓰는 언어들은 대개 비교적 최근에 영어에서 받아들인 것이다. 영국 웨일스 지방에서 쓰는 웨일스어의 cangarŵ [kaŋɡaˈruː] '캉가루', 힌디어 कंगारू kaṃgārū [kəŋgaːˈruː] '캉가루' 등을 들 수 있다. 북한의 표준어인 문화어에서는 영어 kangaroo를 원형으로 삼되 철자 a를 '아'로 읽은 '캉가루'를 표준으로 삼으며 일본어에서도 カンガルー kangarū [kaŋɡaꜜɾɯː] '간가루'라고 한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둘 다 말레이어를 공용어를 쓰는데 대신 인도네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어(Bahasa Indonesia)'라고 부른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둘을 합쳐서 '말레이인도네시아어'라고 부른다. 그런데 같은 말레이인도네시아어도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말레이시아에서는 영어의 영향으로 kanggaru [kaŋɡaru] '캉가루'라고 하고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았던 인도네시아에서는 네덜란드어의 영향으로 kanguru [kaŋuru] '캉우루'라고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주로 쓰는 아프리칸스어는 네덜란드어에서 갈라져 나왔지만 kangoeroe [ˈkɑŋɣəru] '캉후루'를 쓰는 네덜란드어와 달리 kangaroe [kɑŋɡəˈru(ː)] '캉가루'라고 한다. 가운데 음절 모음을 a로 적는 것은 영어의 영향일 수 있다. 그런데 아프리칸스어 kangaroe의 가운데 음절 a와 네덜란드어 kangoeroe의 가운데 음절 모음 oe는 철자는 달라도 둘 다 불분명한 모음 [ə]로 발음된다. 이 때문에 실제로 네덜란드어에서도 표준 철자는 아니지만 kangaroe, kangeroe 등으로 쓰기도 한다. 불분명한 모음 발음 때문에 영어에서 kanguroo가 kangaroo로 바뀐 것처럼 아프리칸스어에서도 이런 발음 때문에 철자가 바뀌었을 수 있으니 아프리칸스어에서 kangaroe라고 쓰는 것은 꼭 영어의 영향이라고 단정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아프리칸스어 화자들은 영어 화자들과 많이 접촉하였고 지금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12개 공용어 가운데 영어가 아무래도 위상이 제일 높기 때문에 아프리칸스어 화자 대부분이 영어를 배우므로 아프리칸스어 kangaroe는 영어의 영향일 개연성이 충분하다. 네덜란드어에서는 g를 마찰음 /ɣ/로 발음하지만 아프리칸스어에서는 영어처럼 폐쇄음 /ɡ/를 쓰는 것을 봐도 그렇다. 네덜란드어와 아프리칸스어에서 /ɡ/는 고유 음소가 아니고 더 최근에 들어온 차용어에서만 쓰이는데 오래된 차용어일수록 마찰음 /ɣ/ (네덜란드어) 또는 /x/ (아프리칸스어)로 대체되기 십상이다.


구구이미디르어는 유럽인이 도착하기 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쓰이던 수백 개의 언어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사용 지역에 제임스 쿡의 인데버호가 정박하는 바람에 전세계 수많은 언어에 '캥거루'라는 단어를 퍼뜨릴 수 있었다. 물론 영어식 철자 때문에 원 발음과는 차이가 나지만. 오스트레일리아의 언어 가운데 아마도 가장 많은 단어를 퍼뜨린 것은 현재의 시드니 주변에서 쓰인 다루그어(Dharug)일 것이다. '코알라', '왈라비', '웜뱃', '딩고' 등 동물 이름과 '부메랑'은 원래 다루그어에서 왔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오스트레일리아를 대표하는 동물인 캥거루는 북동부 해안의 한 구석에서만 쓰이고 지금은 780명 정도만이 모어로 쓰는 구구이미디르어에서 부른 이름이 전세계에 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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