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는 은수와 미래를 태우고 공항을 벗어났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온통 넓고 높은 산들뿐이었다

미래는 긴 비행에 지쳤는지 은수무릎을 베고 잠이 들었고
은수는 창밖을 보며 무언갈 혹은 누군갈 생각하는듯
깊은 생각속에 빠져있었다

자동차는 빠르게 달려도 산은 제자리였다
은수는 그 산이 꼭 석현과 같다고 생각했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속에서도 석현은 항상 그자리에서 은수를 지켜주고 바라봐주고 또 사랑해주었었다

은수는 그 넓은 산을 도화지삼아 석현을 그리기시작했다
석현의 집에 갔을 때 잊을 수 없는 첫 만남부터
병원에 입원해있던 미래에게 위급한 상황이 생겨 급히 갔을 때 자신을 따라와 어깨를 빌려주던 모습
결혼식때의 멋진모습
자신이 아플 때 죽을 직접 떠먹여주던 모습
나란히 걸으며 웃음을 꽃 피웠던 때
행복했던 모습에 은수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지만
눈가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눈물에 석현의 모습이번져 얼른 눈물을 닦았다

은수의 움직임에 미래가 뒤척이자
은수는 이내 맘을 추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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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지나자 집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또 얼마지나지않아 건물들이 보였다
거리에는 사람들로 붐볐고
석호는 길 모퉁이에 차를 주차시켰다

"저희 다 왔나요?"

"아뇨 여기는 시내에요
은수씨랑 미래 옷 사야할것 같아서요

지낼곳은 여기 근처니 일단 내리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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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어느병원 vip 병실


"총리님"

"은수"

"총리님!!"

"총리..."

침대에 누워있던 석현이 벌떡 일어났다


"또 같은 꿈이군.."


석현은 쓰러지고 난 후
바로 병원으로 실려와 심장 수술을 받았었다
위급한 상황이었던만큼 수술은 대수술이었고
상태가 안좋았었기 때문에 수술시간도 오래 걸렸었다
심각한 상황도 몇번 있었지만 다행히 고비를 넘겼고 수술도 무사히 끝났었다
하지만 충격이 컸었는지
석현은 한동안 깨어나지 못했었다
그 후로 한달이 흘렀고
깨어났을 땐 이미 은수가 뉴질랜드로 떠나고 없었다


그리고 석현은 깨어난 후로 매일 같은 꿈을 꾸기 시작했다
꿈속의 은수는
석현이 쓰러졌을 당시
당혹감과 슬픔에 울부짖으며 석현을 부르는 그 모습 그대로였다

석현은 당장이라도 은수곁으로 가고싶었지만 한국에 남아 정리할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수술로 인한 후유증이 나타날까봐 선뜻 갈 수 없었다
의사만류도 있었지만 이번일로 많이 놀랬을 은수를 생각해 이제는 석현도 뭐든지 확실하지 않으면 그녀곁으로 가지않을거라고 다짐했다


석현은 고요한 병실안에서
창문밖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한참을 서 있었다


"은수..

조금만 더 기다려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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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달 후 뉴질랜드의 어느 마을


은수와 미래는 석호의 도움으로
뉴질랜드 생활에 어느정도 적응해가고 있었다
정말 평화로운곳이었다
은수가 지내는곳은
작은 마을이었지만
집에서 그리 멀지않은곳에 아주 큰 호수가 있어
답답하게 느껴지는 곳은 아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바다라고 할정도의 큰 호수였다
그리고 진짜 바다처럼 작은 백사장도 가지고있는 곳이다
여름철에 사람들은 수영을하기도 하고 카약같은 레저를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다만 변덕스러운 날씨덕에 자주 볼 수있는 광경은 아니었다
그래서
석호는 날이 좋으면 무조건 두 모녀를 데리고 나와주었다
그 사이 석호는 미래와 친해졌고
은수와도 웃으며 편하게 얘기하는 사이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그 시간만큼 석현의 빈자리도 커져 은수의 슬픔은 깊어져갔지만 미래가 있었기에
애써 웃으며 지내고 있었다
석호는 그런 모습을보며 은수가 괜찮은줄만 알았다
그 모습을 보기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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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좋은 어느 날이었다
석호는 보통때처럼 은수와 미래를 데리고 외출하려고 은수가 지내고있는 집으로 갔다
문을 열고 앞 마당을 지나서 대문쪽으로 가고 있는데 대문에 가까워질수록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작은소리에 석호는 살금살금 다가갔다
벽 모퉁이로 다가가 소리가나는 쪽으로 아주 살짝 몸을 틀어 보았다 다른게아닌 흐느끼는 소리였다
뒷마당에서 은수가 숨을 죽여 울고 있었다
석호는 더 이상 다가가지 않았다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그 후로 석호는
은수의 웃음속에 숨겨져있는 슬픔을 알고있기에
더 신경써주었다
은수곁에서 위로해주며 슬픔을 거둬주고싶었지만 자신이 할수있는것은 가끔 은수가 혼자만의 시간을 갖도록 미래를 데리고 잠시 자리를 피해주는것 뿐이었다

"미래야"

"네 삼촌"

"삼촌이랑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까?
엄마한테는 비밀로하구"

"네 좋아요 좋아요!"

혼자만 멀찍이 떨어져 앉아 호수만 하염없이 바라보던 은수에게 석호가 가볍게 말을 던졌다

"은수씨"

"네"

"저 차에 뭘 두고와가지구요 주차창에 좀 다녀올게요"

"네 다녀오세요

미래야 엄마한테 와
삼촌 잠시 다녀오시게"

"싫어 나 삼촌 따라 갈래"

석호 옆에 꼭 붙어서 석호손을 잡고있던
미래가 앙탈을 부렸다

"미래는 제가 데리고 갔다올게요
잠시 계세요"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미래가 석호씨 귀찮게하는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아니에요
여기서 주차장이 조금 먼데 저도 말동무가 있으면 좋은걸요

쉬고계세요 갔다올게요"

"네"

그렇게 석호는 은수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두 사람이 가자 은수는 사람이 많이있는 백사장을 떠나
호수 옆길로 걸어갔다
왼쪽엔 키가 큰 나무들이 쭉 서 있고 오른쪽엔 호수가 있었다
호수길을 따라 걷다 한적한곳이 나오자 은수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물이 맑아 물 아래에 있는 돌들이 다 보일정도였다
은수는 호숫물을 거울삼아 풍경들을 감상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나뭇잎들
바람따라 흘러가는 구름들을 보며 손으로 만져보려는 순간
물위에 어떤 남자의 얼굴이 비쳤다

그러나 은수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다른 때보다 조금 선명한것일 뿐이라 생각하며
여느때처럼
물속에 손을 넣어 휘이 저어버렸다
몇초 후
물들은 다시 제자리를 찾았고
거기엔 여전히 한 남자의 얼굴이 비치고 있었다







쓰다보니 마지막에ㅋㅋ
장르가 공포로 바뀐것같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