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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창가의호랑이소설1 수정본앱에서 작성

willingzer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01 07: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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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르르 눈을 뜬 호랑이 수인, 산범이 본 것은 빛바랜 크림색 벽지에 생긴 자그마한 얼룩이었다. 그 누런 얼룩은 언제 생겼는지도 몰랐지만 어떤 남자의 정액일 거라 생각했다. 아님 산범 본인 것이거나.

 고개를 돌리는 일조차 귀찮았던 그는 눈을 뒤룩 굴려 머리맡에 있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정확히 12에 겹친 시침과 분침. 밤일하는 그에겐 조금 이른 시간이다.

 조금만 더 잘까 고민하다 이내 몸을 일으켰다. 이렇게 빈둥거리는 시간이 아까웠던 탓이었다.

 상체를 일으키자 돌연 허리에 찾아온 찌릿한 통증에 그는 신음을 흘렸다. 엉덩이부터 허리 추까지 날카로운 물건에 찔리는 강렬한 통증이었다. 분명 어젯밤 손님인 멧돼지 떄문이니라. 노가다 꾼이자 배가 불룩 튀어나온 중년 남자였는데 두껍지만 짧은 물건 탓에 여자들이 안 해준다나 뭐라나.

 어제는 같이 일하는 여우 수인, 박미호에게 거절 당해 결국 그가 떠맡게 되어 하룻밤을 보냈다. 떡만 칠 수 있다면 남자여도 상관없는 모양이었다. 샤워도 하지 않아 땀에 쩔은 냄새도 그렇고 상대방은 배려도 하지 않은 채 여기저기 더듬어 만지며 자신의 욕망만을 푸는 남자였다. 제일 최악인 점은 그의 섹스 스타일이었다. 오직 허릿심으로만 찍어누르며 부드러움은 단 한 줌도 없는 스타일. 적당히 교성을 질러주자 그렇게도 좋냐며 의기양양해진 멍청한 양반이었다.

 욱신거리는 허리를 부여잡으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커튼을 걷자 쏟아지는 따스하고 눈부신 빛에 눈을 찡그렸다.

 우선 어젯밤 치렀던 전투의 뒷정리를 하기로 했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옷가지를 구석에 놓은 빨래통에 대충 집어 던졌다. 다 쓴 콘돔들은 내용물이 새지 않게 잘 묶어 쓰레기통에 버렸고 바닥에 흘러 누렇게 굳은 정액을 휴지로 닦아냈다. 청소기로 빠진 털과 먼지를 빨아들이고 마지막으로 이부자리까지 잘 정리했다.

 꽤 깔끔해진 방은 당장 손님을 받을 수 있을 정도였다. 

 산범은 입을 쩍 벌려 하품을 시원하게 하고 몇 번 입맛을 다셨다. 교성을 지르느라 칼칼해진 목도 몇 번 풀었다. 그리고 허전한 눈으로 몇평 남짓한 방을 슥 둘러보았다. 소리도, 색도, 온도도 절반이 된 이곳, 자신의 일터이자 유일한 개인공간인 이곳. 외로움이 사무쳤다. 차라리 그 돼지한테 몸을 안겼던 새벽이 더욱 행복하기까지 했다. 섹스할 때는 눈앞에 있는 상대에게 집중하느라 외로움이 사그라지기에 마음이 좀 편해진다. 하지만 완전히 없어지는 건 아니다.

 머릿속을 헤집는 잡생각을 떨치기 위해 호랑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환기도 시킬 겸 창문을 열었다.

 달동네에는 이른 봄의 냄새가 느껴졌다. 아직은 조금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치며 지나가고 누군가의 집에 심어둔 벚나무에는 하얀 꽃봉오리가 작게 매달려 봄이 오길 기다렸다. 그 얇은 가지에 앉아 재잘재잘 우는 새 한 마리. 저 새, 이름이 뭐였더라?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생각나지 않았다. 매달린 좁은 골목 한쪽 끝에 자리 잡은 민들레는 묵묵히 그 자리에 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봄이라 하기엔 이르고 겨울이라 하기엔 늦은, 어중간한 계절이 이 작은 달동네에 머물렀다.

 장문에 팔을 걸치고 여유롭게 감성에 젖어 들던 중 노크 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유산범, 일어났냐? 들어가도 돼?”

 “어, 들어와.”

 허락과 함께 문이 살짝 열리고 그 틈으로 미호의 상체가 빼꼼 들어왔다. 눈꼬리가 처진 게 꽤 유해 보이는 황금색 암컷 여우였다. 그 요염하게 튀어나온 주둥이에서.

 “아, 씨발놈아!”

 살벌한 육두문자가 튀어나왔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그녀는 산범에게 쏘아붙이듯 말했다.

 “일어나면 옷부터 입으라고 몇 번 말하냐! 좆도 좆만 한 게 보여주는 건 뒤지게 좋아하네.”

 “까먹었네~.”

 하지만 그 상황이 익숙한 그는 유유히 말했다. 오히려 그녀의 반응을 즐기는 듯 새끼줄 같은 꼬리는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까먹긴 무슨. 아무튼 옷 입고 나와서 밥 먹어.”

 그 말을 끝으로 문을 쾅 닫으며 나가버린 여우. 문 너머로 들리는 그녀의 중얼거리는 소리. 대부분 욕이었다.

 늘 재밌는 그녀의 반응에 깔깔 웃던 호랑이는 이내 옷장에서 반바지와 목 늘어난 티셔츠를 꺼내 입었다. 그리고 그녀의 뒤를 따라 거실에 있는 식탁으로 향했다. 해봤자 네 다섯걸음이었다. 15평 남짓한 공간에 소파와 텔레비전 등 조금 낡았을 뿐이지 일반 가정집처럼 있을 건 다 있는 곳이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이곳이 달동네에 있는 사창가의 가게 중 하나라는 점이다. 그들은 여기 선수였고 매일 밤 남자들의 자지를 빨고, 몸을 대주며 돈을 번다. 그리고 자신을 고용해준 마담에게 어느 정도 값을 지급한다. 하지만 집세나 가스비, 수도세 등은 마담이 전부 내주기에 꽤 남는 장사라고 그는 생각헀다.

 호랑이는 여우의 맞은 편에 양반다리로 앉았다.

 그녀가 차린 아침밥은 꽤 맛있어 보였다. 노릇노릇 잘 구운 고등어구이에 윤기가 좔좔 흐르는 달걀 후라이, 겉절이에 여러 나물 반찬은 얼마 전 그녀가 직접 만든 반찬이었다. 꽤 진수성찬인 밥상을 보자 호랑이는 감탄했다. 평소에는 나물 반찬 던져주며 알아서 먹으라고 하던 그녀였는데. 역시 어제 대신 받아준 멧돼지 때문에 그런가? 슬쩍 떠보기로 했다.

 “오, 웬일로 진수성찬이야?”

 “그냥 먹고 싶어서.”

 “정말?”

 “닥치고 밥이나 먹어.”

 그러곤 산범에게 고등어의 살을 발라 모락모락 김 오르는 쌀밥 위에 한 점 올려주었다. 그러곤 밥을 먹기 시작했다. 장난스레 씩 웃은 그는 미호가 준 뽀얀 살점과 함께 밥을 한 숟갈 떠먹었다. 역시 맛있었다.

 홀로 이곳에 있던 때는 대부분 라면이나 인스턴트 음식으로 때운 날이 대부분이었는데. 늘 식사를 차려주는 그녀 덕에 그나마 사람답게 먹고 산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좀 틱틱 거리긴 해도 속은 다정하고 상냥한 여자인데. 여기서 청춘을 썩히기엔 너무나 아까운 여우였다.

 우물거리던 산범은 그녀에게 물었다.

 “넌 결혼 안 하냐?”

 “창녀가 무슨 결혼이야.”

 “그래도 넌 아직 젊잖아.”

 “젊든 늙든 몸 파는 년인 건 다름없는데. 나랑 결혼할 상대방이 불쌍하다.”

 피식, 코웃음을 터뜨린 여우는 오히려 호랑이에게 물었다.

 “너는?”

 “남창이 뭔 결혼이냐.”

 “지도 똑같으면서.”

 그러네, 그녀처럼 코웃음을 친 그는 마저 밥이나 먹기로 했다. 더 말해봤자 좋은 거 없고, 오늘은 좀 바쁠 거 같은 예감이 든 탓이었다.

-

 달동네에 어둠이 찾아왔다. 땅거미가 내려앉자 눈을 뜬 낡은 가로등이 좁은 골목을 밝혀준다. 따뜻했던 분위기는 점차 스산하게 변해갔지만, 사창가는 영업 준비에 다소 분주했다. 대문을 활짝 열고 손님 맞을 준비하는 가게, 옆집끼리 깔깔 떠들며 담소를 나누는 예쁜 여자들, 높고 날카로운 교성이 들리는 게 어떤 집은 벌써 영업을 시작한 듯했다.

 불 꺼진 호랑이의 방.

 창문으로 가로등의 하얀 빛이 들어와 알몸인 그를 비추고 있었다. 물끄러미 거울을 바라보던 호랑이. 맞은 편에 있는 그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여느 호랑이들처럼 남자답지 못했다. 호리호리한 팔다리와 올긋볼긋 보이는 갈비뼈는 병약해 보였고 좁은 어꺠와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는 골반을 더욱 두드러지게 보여줬다. 수컷보단 덜 자란 암컷 같은 몸에 대비되는 사타구니의 작은 물건은 이상하다 못해 괴리감을 줄 정도로 그는 수컷답지 못했다.

 그리고 그가 가장 싫어하는 건 유리구슬 같이 맑은 파란 색 눈이었다. 마치 블루 사파이어를 빼다 박은 듯 아름답게 빛나는 눈이지만 호랑이는 그 눈을 볼 때마다 구역질이 올라왔다. 오래 전에 자신을 버리고 간 어머니의 눈과 똑 닮은 탓이었다. 

 4살 때 일이었지만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났다. 손 뻗으면 잡힐 정도로 생생하게.

 꽃집을 운영하셨던 어머니에겐 항상 꽃 냄새가 났다. 어떤 땐 달콤하며 부드러웠고 또 어떤 땐 씁쓸하고 강렬했다. 향수의 인공적인 향이 아니라 생화의 자연스러운 향이라 기억에 오래 남았던 것 같았다. 하지만 기억력은 시간을 이길 수 없는지 점점 그 향이 희미해져 아스라이 사라져 갔다.

 솔직히 이젠 상관없다. 

 잊어버려도 딱히 상관없다.

 차라리 잊어버렸으면 좋겠다.

 주섬주섬, 산범은 벗어둔 옷가지를 다시 입기 시작했다. 바깥에서 인기척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오늘은 정상적인 사람이 왔으면 좋겠는데, 남몰래 생각한 그는 서둘러 손님을 맞이하러 발걸음을 옮겼다.

 방문을 열자 보인 건 현관에 신발을 벗고 있는 두 남자와 영업용 미소로 그들을 맞이하는 미호의 모습이었다. 부드러운 영업용 미소를 지은 그도 여유롭게 현관에 다가갔다. 그 남자들은 퍽 앳돼 보이는 늑대와 무뚝뚝하게 생긴 곰이였는데 둘 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어서 와.”

 싱긋 웃은 산범이 먼저 인사하자 두 수컷은 어색하게 고개를 까딱였다. 뒤이어 두 사람에게 그녀가 손짓하며 말했다.

 “언제까지 거기 있을 거예요? 얼른 들어와요.”

 미호는 두 사람의 팔을 끌고 거실로 들어왔다. 힘없이 질질 끌려온 수컷 두 마리는 그녀의 손에 의해 소파에 앉아 서로를 머쓱하게 흘겨보거나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기도 했다. 무안함에 나오는 행동이니라. 갓 소년의 티를 벗은 그들은 섹스는커녕 키스조차 못 해본 꼬맹이들 같았다. 성인이 된 기념으로 아다라도 때려 왔나? 금방 질려버린 산범은 소파에 앉은 그들을 살짝 내려다보며 물었다.

 “누가 나랑 할래? 참고로 나 남자야.”

 그 말에 입을 떡 벌린 채 놀란 두 사람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산범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하기엔 조금 무례한 행동이 아닌가 싶었지만, 그는 이해하기로 했다. 아니 익숙해져 아무렇지도 않다고 해야 할까? 지금껏 온 손님 중 그가 남자라는 사실에 놀라지 않은 손님은 단 한명도 없었던 탓이었다.

 “저, 정말 남자예요?”

 겨우 말을 뗀 늑대가 눈앞에 서있는 호랑이에게 물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같이 온 곰을 보며 이야기했다.

 “아까 아줌마가 말한 사람이 이분이었어.”

 “응.”

 단답형으로 대꾸한 곰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끄러미 산범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속내를 알 수 없었다.

 “나, 이 사람이랑 할게.”

 “그래. 그럼 따라와.”

 “네.”

 꽤 시원시원한 대답이 마음에 든 그는 곰을 이끌고 자신의 일터로 향했다.

-
조금다듬고호랑이랑여우이름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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