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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망치는 참새-에필로그

뉴비1(112.161) 2016.10.05 23:34:13
조회 1414 추천 12 댓글 10

프롤로그(1~2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jumper&no=612977&page=1

1장(3~7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jumper&no=598448&page=1

2장-1: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jumper&no=607405&page=1

2장-2: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jumper&no=607409&page=1

*흑역사가 된 14편은 합본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3장-1: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jumper&no=612992&page=1

3장-2: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jumper&no=612993&page=1

4장-1: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jumper&no=619749&page=1

4장-2: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jumper&no=619754&page=1

5장-1: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jumper&no=628031&page=19

5장-2: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jumper&no=628610&page=1

6장-1: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jumper&no=635430&page=1

6장-2: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jumper&no=635431&page=1


*어제자 잘려서 재업

*트위터 아님

*현실 종교 아님

*다음 연재는 언제인지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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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이다. 낮에 녹았던 눈이 완전히 얼어붙어서 미끄럽기 그지 없었다. 결국 아콘은 얼음장에 미끄러져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으윽!"


 엉덩이를 메만지는 대신 가슴팍에 손을 얹으며 신음을 흘렀다. 아무리 남자답게 넘어가려 하도 눈물이 찔끔 쥐어짜졌다.


 "괜찮나. 그러니 조심하라 하지 않았나. 상처 안 터졌나? 워낙 얼기설기 꼬매서 다 안 붙었을 텐데."

 "무슨 그리 무서운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세요? 괜찮거든요?"


 레보르가 손을 내밀었다. 아콘은 그를 잡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예전에 계단에서도 넘어지고. 자네는 안 그럴 듯 하면서도 덤벙거리는구만."

 "안 보이면 넘어지는게 정상이거든요. 거기에 균형 잡을 팔 하나도 없는데 당연히 넘어지죠."

 "알겠으니까 걷기나 하게. 꽤 많이 왔으니 이제 여유는 가져도 될거다. 조심해서 걷게."

 "그런데.... 이렇게 몰래 나와도 되는 걸까요? 그래도 저희가 치료할 시간도 줬는데."

 "거기 있으면 우리나 저들이나 서로 불편할 뿐이야. 몰래라도 비켜주는게 도와주는 거다."

 "저희는 그렇다 쳐도 나츠가 마음에 걸려서요."

 "그 아이는 괜찮을 거다. 완전히 저들 무리에 섞이지 않았나. 자네는 그들을 설득하는데 부족했지만 그걸 해내지 않았나. 그 상황에서 무리에 받아들여졌는데 겨우 도와줬던 사람이 도망쳤다는 이유로 아무 일 일어나지 않아. 그것보다는 내가 저기 있는게 도망치는 것보다 훨씬 큰 문젯거리다. 머무르는 반대하는 의견도 거셌으니까 이게 훨씬 낫다."

 "그런 적도 있었나요?"

 "자네가 생사를 오갈 때 그랬네. 어쨌든 더 생각하지 말게. 저들이나 우리나 이제와서 한 울타리 안에 머물 정도로 화해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으니."


 아콘은 잠자코 있었다. 그래도 화해하면 할 수 있지 않냐는 감성젖은 얘기를 하기에는 자신이나 레보르가 당한 충격을 감당할 수 없었다. 짧은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들은 다시 분주히 산을 내려갔다.


 한참 내려가자 저 멀리서 하늘이 점점 밝아지는게 느껴졌다. 아콘은 숨 한번 길게 내쉬며 산 너머의 하늘을 가리켰다.


 "동이 트려나 봐요. 좀 따뜻해 지겠네요."

 "저기 뭔가 있군."

 "예?"


 아콘은 레보르를 한번 보았다. 자신이 바라본 곳과 같은 쪽을 보고 있었다. 하늘이 맑아지려는 것을 뭔가에 비유라도 한 걸까 생각하기에는 붕대감은 그의 얼굴이 진지했다.


 다시 자신이 가리킨 쪽을 보았다. 대신 하늘이 아니라 아래로 내려와 가야할 길쪽을 보았다. 나무판자가 지멋대로 부서진체 여기저기 굴러다녔다. 일반적으로 길가에서 볼만한 풍경은 아니다. 그들은 더 걸어가 보았다. 마차 하나가 뒤집어진 체 길 옆에 쓰러져 있었다. 길가에는 마차 바퀴 부서진 자국이나 몇번 뒹군 흔적이 굳이 찾지 않아도 잔뜩 남아있었다. 저 마차가 어떤 건지 레보르와 아콘은 알고 있었다.


 "한번 볼까요."

 "그러는게 좋겠다."


 부사진 파편만이 날카로운 송곳들이 널부러져 있는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그들은 뒤집어진 마차에 다가갔다. 가까이 갈 수록 보지 못했던 바닥의 핏자국과 찢어져 마차 외관에 펄럭거리는 희고 붉은 천 나부끼는 것이 보였다. 그런 복선을 전부 무시하며 마차 에 손을 짚고 섰을 때, 마차 안에서 바깥 쪽으로 삐져나온 사람의 손 하나가 보였다. 혈색이 다 사라진 창백한 피부였다. 


 입술이 말라갔다. 레보르를 보았다. 그는 턱을 살짝 든 탐탁찮은 표정을 지었다. 눈을 한번 마주쳤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콘은 무릎을 숙이고 마차 안을 살폈다. 그리고 바로 일어났다.


 "그들인가?"

 "예. 죽었습니다. 머리에 말뚝이 박혀있습니다. 아마...."

 "주민들이 찾아내서 죽인 거겠지."

 "예.... 그 날 제가 출발할 때 후발대도 있었으니.... 아마 사제들을 죽인다는 말이 지오드라 교회만 말하는 건 아니였나봐요 "

 "애초에 모든 성직자들에게 반감을 가진 자들인데. 성직자의 신분으로 그들과 협상하려 한 것부터가 어리석다. 또한 저들이 단순히 나에 대한 반감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군. 명백히 종교권과 시민들의 갈등이다."


 마차 밖으로 삐져나온 손을 물끄러미 치켜보았다. 아콘은 뜸을 들였다.


 "나쁜 사람들이지만.... 이렇게 보니 묘하네요."

 "영혼을 잃은 육체라는 것이 원래 그렇다. 섬뜩하며, 일전에 이 육체에 깃든 정신의 죄가 과연 이 육체에도 남아있는지 의문이 들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 여기에 쓰기 적합한 말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비유를 하자면 이것과 맞을 수 있겠군."

 "아무도 치워주지 않고 이렇게 있는게 불쌍하긴 하네요. 기도라도 해도 될까요."

 "그러도록 하게."


 잠시 눈을 감고 머리를 숙였다. 짧은 묵념을 마치고 눈을 떴다. 문득 옆을 보니 레보르는 딱히 기도를 한 흔적이 없었다.

 

 "아.... 저더러 기도해도 된다고 해서 레보르님도 하실 줄 알았는데. 역시 이 사람들에게 자비는 과한 친절이겠죠...."

 "별로 상관 없다. 날 성노리개로 삼아 강간한건 이 사람들이 아니라 위에 있는 사람들이니까. 그 사람들도 용서했는데 이 사람들이라고 넘어가지 않으면 내 행동에 정당성이 없는 것이겠지."


 아콘은 당황하며 얼굴을 붉혔다.

 

 "어찌 그런 말을-."

 "단지, 이제 종교인이 아니니까 기도 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한 차였다."

 "아? 예? 종교인이 아니라고요?"

 "그래. 그만 둘거다."


 또 한번 당황해버렸다.


 "왜요! 지금 레보르님이 없으면 교회에 타이르만파들이 득세할게 뻔하잖아요!"

 "졌어. 내가. 인정할 건 인정 해야한다. 내 제자들도 모두 죽었어. 이제 난 그들에게 방해물도 되지 못한다. 나이도 있으니 파벌을 따라 일어설 수도 없어. 그야말로 완패했다. 나 말고 그들에게 반기를 들만한 사람들도 더이상 없어. 이제 교회는 그들의 것이다."

 "그러면 더욱 레보르님이 발을 빼시면 안 되죠! 제자가.... 모두 죽진 않았잖아요! 저라도.... 있는데...."


 레보르가 빤히 바라보는 탓에 주눅이 들았다. 잦아드는 말소리로 괜히 입술만 적셨다. 레보르는 콧김 한번 팽 뿜으면서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어차피 지는 싸움이라면 피해야지. 하지만 한번 진게 끝은 아니야.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다른 방법으로요?"

 "너무 오래 여기 있는군. 가면서 이야기 하게."

 

 그는 갑자기 걸음을 옮겼다. 아콘은 종종 걸음으로 마차 곁에서 달아났다.


 "다른 방법이라뇨? 그게 뭔데요?"

 "모른다. 아직 생각 안 해봤다. 지금 부터 해봐야겠지."

 "예? 그게 뭐에요? 아무 대책 없는 거잖아요!"

 "대책이야 찾다보면 나오겠지. 지금 중요한건 그래도 저들에게 완전히 굴복하지 않다는 내 생각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네."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요! 어떻게 주교까지 되셨는데 아무 대책 없이 관두겠다고 말씀하시면 얼마나 당황스러운지 아세요? 완전히 이쪽에 미련 끊으시려는 줄 알고 놀랐잖아요?"

 "평생을 여기에 눌러앉았는데 그렇게 쉽게 인연을 끊을리는 없지. 저 놈들의 득세를 계속 내버려 둔다면 분명 나라에 큰 화가 될테니. 그것도 놔둘 수 없고."


 레보르는 뒤를 돌아보았다. 아콘을 보는 건 아니였다. 마차쪽을 보고 있으리라 짐작했다.


 "성경과 법에 따라 행동했다. 최대한 이성적으로 행동하려 했어. 대부분 맞았고, 옳았다. 하지만 그게 타인에게는 화만이 남는 약점은 몰랐군."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죠. 당장 저만해도 레보르님한테 안 돌아올 뻔 했다고요. 아무리 그게 옳다해도 사람 사이에 그런걸 따지면 섭섭해진다고요."

 "그렇다고 자네처럼 기분대로 움직일 수도 없잖나. 이번에 자네가 그 아이를 풀어주지 않았다면. 조금 얘기가 달라질 가능성 정도는 있었겠지. 저 주민들도 조금만 자제했다면 타이르만 사제들에게 넘어가지도, 그런 폭력적인 방법은 안 썼을테고 말이다."


 아콘은 귀를 뒤로 쭈그렸다.


 "그래도 모든 일이 꼬였을 때 자네를 도와준 건 자네가 구한 그 아이였어. 내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나타난건 내가 구한 아이였고 말이지. 생각보다 감정적으로 행하는게 죄악의 결과만은 낳은 건 아닌 모양이다. 대부분 틀리지만 한 번은 옳군."

 "치.... 그래서 막 하시는 거에요? 그럼 이제 어떡할건데요? 아무런 대책도 없으시면 목적지는 있는 거에요? 일단 가까운 마을에 가서 좀 채비 좀 갖추고. 그 이후는요?"

 "글쎄다. 잘 모르겠군. 지금 당장은 우리 일을 모를 만한 마을에 가야겠지. 어쩌면 나를 종교인들이 찾을 수도 있을 테니. 그런 마을에서 직업이라도 구하고, 정착부터 해야겠지. 그래야 뭐든 할 수 있을거야. 자네는 어떻게 하겠나. 가까운 수도원에 돌아갈건가?"

  "아뇨. 안 그래도 이거 때문에 수도관 생활도 종교인 생활도 신물나겠다, 레보르님이 가는 데에 따라가야죠. 그리고 연인사이에 그리 떨어져 있으면 안 된다고요."

 "뭐?"

 "아아, 이제 참회미사를 드릴 필요는 없겠네요. 좀 아쉬우려나."

 "잠깐만 지금 뭐라고 했나? 여, 여.... 연인이라고?"

 

 레보르는 아콘을 쳐다보았다.


 "몸이 떨어져 있으면 마음도 식는다고. 혹시 바람이라도 피면 어떻게 해요?"

 "연인? 나와 자네가?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건가!"

 "예? 뭐에요. 둘이 마음 확인했으면 그걸로 사귀는 거 아닙니까?"

 "아무리 그렇다 할지라도! 그건 제대로 확답을 들어야 하는 사항 아닌가! 그렇게 중요한 걸 자기 멋대로 넘겨 짚으면 어떡해 하나!"

 "뭘 그렇게 따지는지.... 음, 그럼 저희 언제부터 사귈까요? 오늘? 아니면 내일?"

 "나랑 장난하나! 그런걸 막 정할 수 있을 것 같나!"


 그는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는 듯 하며 눈가를 애매하게 가렸다.


 "그.... 생각할 시간을 좀 줘야하지 않겠나."

 "언제까지 생각할 건데요? 전 답을 빨리 듣고 싶다고요."

 "일단 좀 가세. 가면서 생각할테니까, 닥달하지 말고! 아무리 종교인을 관두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하루 아침에 그런 걸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건가! 적응도 필요하고, 생각도 해야하고, 자네와의 관계에 대해서 고민마저 필요한데 이걸 어떻게 빨리 결정하라는 건가!"

 "왜 화를 내요 화를. 알았어요. 빨리 가죠. 날씨도 추우니까. 하여간 되게 까칠하십니다."


 발걸음을 옮겼다. 한걸음, 두걸음. 그렇게 세번째 발걸음을 내딛었을 때 레보르는 잠깐 멈추었다. 뭔가 싶어 그를 돌아보았다. 


 "또 왜요?"

 "......지금부터 나와 깊은 감정적 교류를 가졌으면 하는데.... 괜찮겠나."


 아콘은 피식 웃었다. 


 "진작 좋으셨으면서."

 

 지금 자신이 한 말이 웃기냐고 레보르가 틱틱거렸다. 당연히 아니라고 말하면서 손을 내밀었다. 레보르는 그 손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리곤 볼을 붉히면서 조심스럽게 손을 얹었다. 맞잡은 손을 풀지 않고, 잡아당기듯 살며시 힘을 주어 자기 쪽으로 당겼다. 레보르는 별다른 거부감 없이 그의 품 안에 다가갔다. 


 얼굴이 가까웠다. 레보르는 차마 아콘을 쳐다보지 못하고 괜히 약간 아래쪽 목과 턱을 보고 있었다. 당장 입을 맞추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갈 길이 멀다. 아쉽지만 나중에, 따뜻한 방 안에서 교감을 나누는 것으로 미뤄야 했다. 아콘은 적당히 가야할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까보다 훨씬 밝은 하늘이 보였다.


 산등선 끄트머리에서 하얀 동전 같은 것이 반짝였다. 아콘은 웃었다. 동이 튼다고 왠지 신나서 말해주니 레보르도 해를 보았다. 비늘이 반짝였다.


 "그렇군. 이제야 좀 제대로 보이겠군. 이제 넘어지지 말게."

 "알았다구요."


 그들은 손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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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려서 재업합니다~


외전은 내일 연재 될 것 같네요. 좀 노느라 비축분이 없거든요. 한 편 할 정도는 있는데 이정도로는 안 되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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