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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는리뷰 : 다시 봐서 반가워요

이응(119.204) 2020.02.09 14:15:24
조회 472 추천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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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봐서 반가워요




“진짜? 진짜 명주 남친이랑 그 남자가 거기 있어?”


모연은 지수에게 아까의 충격적인 재회를 털어놓았어.

친구는 한 차례의 경악 후 알 수 없는 기대감 어린 반응을 보였지.


모연은 시진과의 헤어짐의 이유를 지수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어.

그 남자의 일 때문이었다는 말을 어떻게 하겠어.

그녀가 그런 답을 했다면 필히 그 일이 어떻기에 그게 이별의 이유까지 될 수 있냐고 친구는 되물었을 테고, 그럼 그녀는 해줄 말이 없었으니까.


어차피 헤어진 마당에 애써 비밀을 지켜줄 사이도 아니었지만 모연은 이상하게도 누구에게도 말할 수가 없었어.


시진의 침묵이 얼마나 길었는지, 그가 얼마나 어렵게 털어놓은 이야기인지를 어렴풋하게나마 알겠어서 그랬는지도 모르지.


이별의 이유를 묻는 친구의 질문에 모연은 아주 일반적인 이유를 댔어.

너무 일반적이어서 그녀의 그 천하에 없는 푼수 같던 행동을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무척 평범한 그런 이유.

어쩌다 보니 느낌이 아니어서 그냥 관뒀다고, 내가 지금 연애질 할 때냐 돈 벌어야지 따위의 말로 유야무야 넘겼지.


“근데 인연이네. 어떻게 지구 반 바퀴를 돌아 거기서 만나냐? 다시 보니 좋아?”


지수는 당시 그 말을 납득하지 못했어.

엑스레이 사진을 보며 설레어하고, 나사 하나 빠진 사람처럼 방실방실 웃으며 데이트를 학수고대하던 전에 없던 친구의 모습은 사랑에 빠진 여자 그 자체였으니까.

남자한테는 눈길도 안 주던 친구가 이제야 제짝을 만났구나 싶었는데 그런 느낌도 무색하게 두 사람은 곧바로 헤어졌다고 했어.


그래놓고 헤어지고 나서도 미련이 뚝뚝 떨어지던 친구의 모습도 보았지.

그저 그런 이유로 헤어진 것이 아닌 것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 아무 것도 아닌 척하는 친구를 모른 척하는 게 어려울 만큼.


근데 이게 웬일, 지구 반 바퀴를 돌아 그리도 가기 싫어하던 해외봉사지에서 그 남자를 다시 만났다니, 지수는 제 일처럼 기뻤어.


그렇게 헤어질 사이가 아니었구나.

진짜 짝이 나타났나보다.

족히 2주는 거기서 꼼짝 없이 같이 있을 테니 손 붙잡고 같이 오든지, 아니면 미련이나마 싹 정리하고 돌아오겠지.


지수는 당사자보다도 더 두 사람의 재회를 반겼어.

그런데 그 열띤 반응과는 상반되게 모연의 목소리는 그저 착잡했어.


“좋긴 뭐가 좋아. 불편해 죽겠다 진짜.”


두 사람 사이가 얼굴 맞대기에 그다지 편치 않은 사이라는 건 차인 입장도 그렇지만 그를 찬 입장에서도 그다지 다를 건 없어.

누가 찼고 누가 차였던 간에 이별한 것은 두 사람에게 모두 같은 사실이니까.

그것도 서로가 싫어서 헤어진 것이 아닌데 더욱 그럴 수밖에.


사실 방금 전에도 택배상자를 들고 가는 것을 모연이 먼저 붙잡고 아무렇지 않은 척 인사를 건넬 수도 있었을 거야.

하지만 그녀도 차마 그럴 용기까지 내진 못했어.


모연은 자신 또한 시진을 불편해하면서도 막상 그가 그녀를 피하니 무척 서운해.

방금 전 그녀를 정말로 못 본 건지 못 본 척하는 건지 알쏭달쏭했던 모습도, 다들 나와 그들을 반겨주는데 시진만 혼자 어디론가 사라져선 코빼기도 안 보이던 것도 모연은 그가 자신을 피한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인사 하나도 제대로 건넬 수가 없었는데 앞으로도 이런 식이면 남은 시간 이곳 일을 어떻게 같이 할 수가 있을까 모연은 까마득해.

고민 가득한 한숨을 폭폭 내쉬는데 이 와중에도 참 눈치도 없지, 그녀의 핸드폰이 지직 대더니 이내 뚝 통화가 끊겨버렸어.


“오지는 오지구나.”


친구에게 조금이나마 털어놓던 속내를 삼키고 고개를 드는 모연의 눈에 들어온 한 무리의 아이들.


아이들의 몸은 앙상하고 그 행색은 남루했지만 애들은 애들인지 흙장난에 여념이 없었어.

그 중 한 아이가 입고 있는 진홍색 옷에 새겨진 글자, 불광동 어머니회.


모연이 웃으며 핸드폰을 꺼내 그 모습을 담는데, 렌즈 너머 보이는 다른 아이의 행동이 모연을 놀라게 했어.

아이들은 흙장난을 하고 있는 게 아니었어.

전쟁 이후 수습되지 못하고 남겨진 고철들을 줍고 있었던 거야.

한 아이는 그걸 주워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가져갔어.


“얘! 그거 지지야.”
“?”
“잠깐만.”


모연은 아이들과 자신 사이에 쳐진 철책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보기도 전에 일단 넘어갔어.

주머니에서 초코바 하나를 꺼내 건네주고 아이가 이거랑 바꾸자는 듯 건네는 고철 덩어리를 받으며 아이와 마주 웃는데, 순식간에 우르르 몰려든 아이들이 그녀에게 그 의미가 분명한 손짓을 해대기 시작했어.

아이들의 거센 반응에 당황한 모연의 뒤로 반갑지만 한편으론 반갑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어.


“다 줄 수 없으면 함부로 나눠주면 안 됩니다.”


방금 전 그녀를 못 본 체 쿨하게 가버리던 그 남자, 시진이었어.


* * *


모연을 보고도 못 본 척 그렇게 그녀를 지나쳐 온 시진은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마자 온몸에 힘이 풀렸어.

힘없이 벽에 기대어 서서 건너편에 걸린 거울에 비쳐보이는 창밖의 모연을 보며 시진은 내내 우울했어.


택배는 대영에게 도착한 명주의 선물 상자였고, 상자를 푸는 내내 또한 우울해하는 대영을 놀려대며 시답지 않은 대화를 나누었어.

그러는 내내 시진의 머릿속은 전쟁통이었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인사를 하긴 해야겠는데 무슨 인사를 어떻게 건네야 하는 건지.


온갖 잡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맴도는 와중에 모연이 간 방향이 막사 경계 쪽이었던 게 뇌리에 퍼뜩 떠올랐어.

현지인 아이들이 이렇다 할 제지 없이 중대를 오가는 만큼 안전을 위해 어느 정도 정리를 해놓긴 했지만 이곳에 이제 막 도착한 모연이 산책삼아 다니기엔 막사 주변은 결코 좋은 장소가 아니었지.


시진은 재빨리 모연이 간 방향으로 뒤쫓아 갔지만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벌써 얕게 쳐진 철책을 넘어가고 있었어.


“안전구역 울타리도 맘대로 넘어오셨고.”
“……대위님도 넘어오셨잖아요.”
“반성의 기미도 없으시고.”
“…….”


언제부터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던 건지 시진은 모연이 끙차끙차 넘어온 철책을 날래게 홀랑 넘어와서는 철없는 막내 누이 나무라는 오라비처럼 굴었어.

머쓱하게 그를 보는 모연을 두고 아이 한 명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시진이 현지어로 무어라 말하자, 그게 무슨 말이었는지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저 멀리로 뛰어 사라져 버렸어.


“뭐라고 한 거예요?”
“안 가면 총 쏠 거라고 했습니다.”
“거짓말 말구요.”
“난 이런 걸 농담이라고 하는데.”
“…….”


시진의 말에 모연은 아차 싶어.

너무 예민했지.

그저 무던하게 넘기면 됐을 말이었는데 그러질 못 했어.

시진이 가진 비밀과 그것을 감추던 그의 농담을 가장한 거짓말이 모연의 뇌리에 깊게도 박혀 있었기 때문이야.


8개월 전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에도 그 짧은 시간동안 시진은 모연에게 솔직하지 못한 순간이 많았어.

그녀가 묻는 말에 속시원한 답변보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농담조로 넘기고, 가벼운 거짓말로 포장된 답을 더 많이 주었지.

그들의 이별엔 그 이유도 충분히 큰 자리를 차지했어.


모연은 그것들을 전부 기억하고 있어.

그래서 시진이 한, 누가 들어도 농담인 말에 예사롭게 반응해 주지 못한 거야.

그녀를 빤히 응시하는 눈에 움찔한 모연은 홱 돌아섰어.


“먼저 갈게요.”
“…….”


대꾸 없는 남자를 뒤로 하고 돌아서 걷는데 그 순간 발에 무언가 걸렸어.

딱딱한 것이 발에 밟히고 뭐지 싶어 멈춰선 그때, 뒤에서 튀어나온 다급한 시진의 목소리.


“움직이지 마요! 방금 지뢰 밟았어요.”
“뭘 밟아요? 지뢰요?”
“네. 오른쪽. 움직이지 말라구요, 거기!”


놀란 모연이 휘둥그레진 눈을 하곤 금방이라도 발을 떼버릴 듯 움찔거렸어.

발을 떼는 순간 지뢰가 폭발한다고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모연도 많이 보았기에 차마 발은 떼지 못하고 애타게 시진만 바라보는데 그의 표정이 너무 심각해.


“진짜예요? 나 지뢰 밟았어요, 진짜로? 어, 그, 그럼 어떡해요? 나 죽어요?”


세상에 이런 난제가 없다는 양 시진의 표정은 어딘가 묘하게 과장스러웠지만, 지금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모연에게 그런 사소한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어.

그저 이 특전사 남자가 이런 걸 어떻게든 해결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는 미치도록 간절한 소망만이 마음속에 가득할 뿐이었지.


굉장히 당황스럽고 곤란하다는 것을 극적으로 표현하듯, 주먹을 입에 물고 사부작사부작 모연에게 다가온 시진은 이걸 어쩌면 좋으냐는 듯 그 와중에도 그녀에게 사실이어서 더 슬픈 사실을 알려주었어.


“육사 포함 군 생활 15년짼데, 지뢰 밟고 산 사람 못 봤어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그게 군인이 할 소리야? 어떻게 좀 한 번 해 봐요!”


거의 울고 있는 모연을 너무나 안타깝다는 듯 한 번 보다가, 주먹을 입에 물었다가, 머리를 긁적였다가…….

삼류까진 아니고 이류쯤은 되는 극단의 배우처럼, 시진은 모연의 반경 50cm 정도가 무대라도 되는지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어.

그런 그가 답답한지 더욱 목청을 높인 모연이 애타게 시진을 부르짖어.


“당신 특전사라며! 아니, 영화 보니까 맥가이버 칼로 지뢰 막 분해하고 그러는 거 나 다 봤는데?”
“보이스카웃 포함 야전만 25년짼데, 맥가이버 칼로 지뢰 막 분해하는 사람 나도 딱 한 명 봤습니다.”


모연의 손짓과 고갯짓을 더한 온몸을 불사르는 애타는 설명에 시진은 갸웃갸웃 고개를 이쪽저쪽으로 기울이며 그녀 앞에 꿇어앉아 발밑을 살폈어.


시진이 아까부터 왠지 계속해서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하고 그녀의 말을 되짚으며, 표 나게 말이 많아졌다는 걸 모연은 여전히 모르고 있어.

지뢰 분해가 가능하다는 말에 그저 그 사람이 어디 있든, 언제 오든 내가 여기서 망부석이 되는 한이 있어도 기다리겠다는 마음으로 어서 그 사람을 찾아오라고 시진을 재촉할 뿐이야.


“거 봐요, 다 있다니까! 그게 누군데요?”
“강선생이 본 그 영화 주인공.”
“……?”


그 말로 이 모든 문제가 끝이 난 것처럼, 난 해결 못한다고 모연과 눈을 맞추고 빙글 웃은 시진이 벙찐 그녀를 뒤로 하고 휘적휘적 걸어가는데 뒤에서 들리는 시원한 욕설 한 마디.


“야, 이 나쁜 놈아!”


이런 원한이 또 없다는 듯 가문의 철천지원수라도 보듯 이글이글 그를 노려보는 모연의 눈동자에 즐거움 반, 억지로 만들어 낸 진지함 반으로 얼굴을 범벅을 하곤 시진이 돌아섰어.

그리고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오겠나 싶어 아주 가까이 다가와 모연을 바짝 들여다보았지.

그녀가 자신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고 있다는 데서 느끼는 즐거움, 기쁨을 애써 감추며 시진은 억지로 얼굴에 심각함을 덧칠하고선 말했어.


“지금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아군한테 욕한 겁니까?”
“못 돕는다며! 나 이제 어떡하냐구요. 나 죽어요?”


눈에 눈물이 고여선 곧 흘러내릴 듯 울먹이는 모연이 불쌍하지도 않은지 시진은 여전히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어.


“안 죽어요.”
“방법 있어요?”
“발 떼요. 내가 대신 밟을 테니까.”


방법 있냐는 말에 고개를 주억인 시진이 방법이 이거라고 군홧발 한쪽으로 그녀의 오른발을 밀쳐내며 파고들었어.

이쯤 됐으면 이게 장난이라는 걸 알 법도 한데, 상황 속에 깊숙이 개입된 모연은 여전히 공포에 굳어 있을 뿐이야.


시진은 모연의 두려움에 콩닥거리는 심장박동이 그대로 가슴으로 전달될 만큼 바짝 붙어 서서는 아주 가까이에서 모연을 내려다보았어.


“아니, 대신 밟는다는 게 무슨 소리예요? 그럼 안 터져요?”
“터져요. 내가 대신 밟고 죽는 거죠.”


당연한 걸 입아프게 뭘 묻냐고 시진은 여상스레 말했어.

물론 이 상황은 꾸며낸 장난이었지만 그의 말의 담긴 마음은 분명 한 톨의 거짓 없는 진심이야.


그 시작은 모연의 발밑에 놓인 허구의 지뢰를 대신 밟는 것이고, 그 다음엔 그녀를 겨눈 총구 앞을 가로막고 서서 자신의 머리로 총구를 돌려 세우고, 절벽에 걸린 모연의 차로 뛰어 들어가 함께 추락할 거고, 지진 난 곳에 모연을 혼자 두느니 갈라진 땅 사이로 떨어져 다시는 햇빛을 못 본다고 해도 그녀와 그 모든 것을 함께 하기 위해 날아올 거야.

수십의 갱단이 기다리고 있는 본진으로 쳐들어가게 될 거고, 그곳에서 모연이 해체 못한 폭탄조끼를 입고 있다면 그녀를 끌어안고 함께 죽고 싶어지겠지.


그리고 끝내는, 그의 정신마저 갉아먹는 끝없는 고문 속에서도 혼자 남을 모연 걱정에 혀 깨물고 죽어 평안한 안식으로 떠나지도 못하게 될 거야.


시진은 이미 이때에 그랬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그러길 바라게 됐어.


“그게 말이 돼요? 그게 무슨 말이야? 나 대신 댁이 왜 죽어요? 빨리 가서 더 잘하는 사람 데리고 와요! 방법이 있을 거 아니에요. 자기 못한다고 포기하지 말고, 빨리!”


시진은 고개를 숙이면 입술도 닿을 만큼 가까이에서 모연을 내려다보았어.

그녀를 눈동자에 조각해 넣기라도 하고 싶은 것처럼.

모연이 온힘을 다해 밀어도 낭창낭창 흔들리기만 할 뿐 떨어져줄 생각도 않고.


시진은 이미 마음을 굳혔어.

다시 한 번 다가가 보기로.

8개월의 시간을 건너고, 지구 반 바퀴를 돌아왔는데도 다시 만났잖아.

그런데 어떻게 이대로 포기를 해?

내도록 눈에 아른거리던 여자가 이렇게 운명처럼 다시 나타났는데…….


시진은 이런 기회가 또 있기 힘들 것이기에 모연을 눈에 한참 담는데, 단단한 그의 몸에 밀린 그녀가 되레 균형을 잃었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가는 모연을 반대로 잡아채 자신의 몸으로 받치고 쓰러졌어.


“…….”


시진은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는지 눈을 꼭 감은 채 그의 품에 안겨 있는 모연을 내려다보았어.

1년에 고작 4개월이 모자란 시간동안 내내 보고 싶었고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 기적처럼 그의 앞에 다시 나타나 얼굴을 보이고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시진은 모연의 팔을 붙잡고 있던 손을 떼 팔베개를 하고는 그의 가슴팍에 고개를 묻고 눈을 꼭 감은 그녀를 흡족하게 보았어.


포개진 두 사람 위로 우르크답지 않은 온화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가고, 시진은 봄날에 소풍이라도 나온 것처럼 여유롭게 누워서 그가 8개월 동안 바라마지 않던 순간을 만끽했어.

하지만 고작 5초나 그랬을까.

아무 일이 없자 모연이 꼭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떴어.


“뭐예요? 왜 안 터져요?”
“잘 지냈어요?”


못 보는 동안에도 항상 궁금했고 다시 만난 후에도 가장 묻고 싶었던 질문이었어.

용기가 모자라서 인사 한마디 못 꺼냈지만 지금은 말해도 좋을 것 같았지.

하지만 되돌아온 건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원망 섞인 울음이었어.

그의 장난은 모연에겐 너무 위험도가 높았던 거야.

마구 그의 가슴팍을 내리치며 울음을 터뜨리는 그녀의 모습에 시진은 당황했어.


“괜찮아요? 난 그냥,”
“됐어요. 말 걸지 마요! 따라오지도 말고.”


시진은 모연을 아직 너무 몰랐던 거야.

그들이 처음 만난 날에 그녀가 라이언 일병 농담을 센스 있게 받아쳐주었다고 너무 마음 놓고 그런 소재의 장난을 고른 거지.

시진은 다만, 한 마디 건네기가 너무 어려워서 농담과 장난의 도움을 좀 받고 싶었을 뿐이지 그녀를 놀래거나 하물며 울리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는데, 모연과 계속해서 어색하고 싶지가 않아서 쳤던 장난의 대가가 도리어 그녀의 분노와 원망을 사고 말았어.


그저 당신을 그대로 보내지 않을 기회가 생겼다는 게 기뻐서 그 기회를 잡느라 친 장난이었는데.

피하지 말고 당신이 나를 보아주었으면 했었던 것뿐인데…….


시진은 지체 없이 모연을 조르르 좇았어.


사과는 빠를수록 좋으니까.


“선배 안 드세요? 겁나 맛있어요.”
“이따 먹게 남겨놔.”


시진을 두고 뛰듯이 걸어온 모연은 후배랍시고 그녀를 챙기는 치훈에게 그 와중에도 고기에 대한 당부를 잊지 않고 해놓고는 한창 환영식 중인 사람들 사이를 훌쩍대며 빠르게 지나쳤어.

그런 모연을 스쳐 지난 대영은 이 모자란 상관이 또 뭔 사고를 친 게 분명하다는 생각을 하지.

뒤이어 나타난 시진을 다그치니 흘러나오는 말, 울렸습니다.


“그새?”
아오, 이 화상아!


대영은 사랑과 도피, 도합 7년 짬의 중견 사랑꾼으로서 그의 상관이 너무나 한심해.

지금에 와서야 명주에게 그가 결코 좋은 남자가 아니게 됐지만 적어도 연애하는 동안엔 그래도 지금 시진처럼 한심스럽게 굴진 않았으니까.


“저도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는 중이지 말입니다.”


머리를 긁적이며 자기반성과 해결책에 대한 고민을 병행하던 시진은 모연이 완전히 그의 시야 밖으로 사라지려 하자 서둘러 뛰어가서 그녀를 잡았어.


“잠깐만요!”
“…….”
“미안합니다.”
“…….”


모연이 대꾸 없이 가버리려는데 시진이 연신 쫓아가며 막아섰어.

이대로 그녀를 보내면 그는 밤새 후회할 거고, 모연의 화만 더 돋굴 뿐이야.

그럼 내일은 더 어색해지겠지.

시진은 그녀의 차가운 분노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진 남자야.


“사내놈들하고만 있다 보니 장난이 지나쳤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알았어요.”


거듭되는 시진의 사과에 풀어진 마음 반, 사과를 받아주지 않으면 그녀를 보내줄 것 같지가 않은 모습에 반, 결국 모연이 그의 사과를 받아주고 가려는데 그때 울리는 애국가.

타이밍도 정확하게 울리는 애국가가 그녀가 갈 길을 막아섰어.


시진의 팔이 그녀의 앞을 지나 절도 있게 눈썹 옆에 올라붙어 경례를 올렸어.

중대장 휘하 모든 군인들의 지체 없는 경례에 어리둥절하던 의료팀들 전부가 숙연해지고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 가슴에 손을 올렸어.


뒤돌아 있느라 상황을 알 수 없는 모연이 어리둥절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시진이 경례를 풀고 조용히 그녀의 어깨를 잡아 뒤로 돌려 세웠어.

다시 자세를 바르게 잡고 경례를 올리는 시진의 앞에 선 모연이 이제야 이곳이 군 부대고, 정해진 시간마다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해야 하는 규칙이 살아있는 곳이라는 걸 깨달았지.


방금 전까지 시끌벅적하던 소음들이 전부 사라지고, 너무 크지 않게 들려오는 어린 시절부터 익히 들어온 애국가가 어수선하기 그지없는 모연의 마음을 다독였어.

저 멀리 망루에 국기를 게양하는 군인들을 모연이 멍하니 보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시진의 나직한 목소리.


“다시 봐서 반가워요.”


모연을 마주보고선 차마 하지 못했던 진심어린 말을 시진은 그녀의 등 뒤에 서서야 용기 내어 털어놓을 수가 있었어.

그가 내도록 모연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어떤 얼굴로 다시 봐야 할지 고민했던 시간들이 무색하게도 그녀를 다시 만나 눈을 맞추고 목소리를 듣고서는 그의 복잡한 상념들일랑은 모두 날아가 버리고 그 말만이 시진의 가슴에 남았어.

지금 그의 마음에 있는 가장 솔직한 말을 토해놓은 시진의 얼굴이 그제야 평화를 찾았어.


마치 세상에 둘만 남은 것만 같이 그들 사이로 분명하게 흐르던 애국가 소리가 점점 멀어져가고 멀어지는 소리만큼 모연에겐 등 뒤에 바위처럼 서있는 시진의 존재가 뚜렷해졌어.

노을이 지는 하늘 아래에 불그스름해진 모연의 얼굴이, 그녀의 입매가 조금은 편안하게 풀어져.


시진이 건넨, 그의 심장만큼 따뜻하고, 노을만큼 붉디붉은 재회의 인사에 차마 답해주진 못했지만, 모연의 마음에는 분명 그의 진심이 와 닿았어.

오늘 하루 그녀를 모른 척하던 시진의 행동에 느꼈던 서운함도 지는 해에 함께 들려 보내고 모연은 다만 반가움의 인사만을 조심히 담았어.




긴 여로에 지친 의료팀도, 불침번을 제외한 군인들도 모두 곤한 잠에 빠진 밤, 자리에 누운 모연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여.

의사라는 게 최소한의 여건에서 먹고 입고 자는데 익숙해져야만 하는 직업인만큼 모연이 잠 못 드는 이유는 잠자리가 바뀌어서라거나 간이침대가 썩 편치 않아서는 아니야.


그녀의 옆 침대에 누운 민지가 한참 쿨쿨 자고 있는 이 밤에 모연만 혼자 뒤척이는 이유는, 떨어져 있던 시간이 무색하도록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유시진이라는 남자 때문이야.


어떻게 이런 일이 다 있는지.

하는 일도, 그 일을 하는 환경도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원래 살던 곳도 아닌 타국에서, 그것도 어느 한 쪽의 노력도 없이 어떻게 이렇게 다시 만날 수가 있는지 모연은 아직도 이 기막힌 우연을 실감할 수가 없어.


봉사 오기 싫었던 나를 이사장이 억지로 보낼 확률,
하필이면 내가 봉사를 올 군부대의 중대장이 당신일 확률,
당신의 파병과 내 봉사 기간이 겹칠 확률,
이 모든 상황들이 퍼즐처럼 맞추어져 당신과 나를 다시금 마주서게 만든 이 엄청난 우연들.
벼락 맞을 확률도 이보다는 높지 않을까.


모연은 마치 신의 안배라도 되는 듯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이 상황에 새벽녘까지 잠 못 이루며 뒤척였어.


* * *


다음날 이른 아침, 모연은 실내 세면장 따위 없는 불편한 환경에 또 한 번 이사장에 대한 욕 한 사발을 하다가 다음 순간 아주 흐뭇해졌어.

의료팀이 쓰는 야외수돗가 부근이 군인들의 아침 구보 코스 중 한 곳인지 병사들이 열 맞춰 그녀들 앞을 계속해서 지나치는 거야.


웃통 벗은 남정네들의 울끈불끈하는 갈빛 근육에 밤새 모연을 고민하게 하던 한 남자에 대한 생각도 팔랑팔랑 저 하늘로 날아가고 있어.


세수를 하는 건지 마는 건지, 이렇게 씻어서야 언제 화장하고 옷 입을 건지.

오늘이 다 지나기 전에 출근은 할 수나 있을까. 병사들이 멀어져 가면 폭풍 양치질하고, 그러다 또 군가 소리가 가까워지면 양치하다 말고 철문에 매달려 마냥 보다가, 또 병사들이 멀어지면 세수하고…….


“여긴 아침마다 이러겠죠?”
“저녁에도 이러면 그냥 여기 눌러 살까 봐요.”
“결정되면 빨리 얘기해 줘요. 전세금 빼게.”


최소한 2주는 이 황홀한 아침 일정을 느낄, 아니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모연은 처음으로 이사장에게 고마워지려고 해.

세수와 구경을 무한 반복하는데 그때 모연의 앞으로 다가오는 한 남자.


“시끄러워서 못 주무신 모양입니다.”
“저, 죄송하지만 조금만 옆으로 비켜주실래요?”


시끄러워서 못 주무시긴.

이렇게 듣기 좋은 알람 소리는 살아생전 처음인데.


때마침 지나쳐가는 남정네들의 모습에 살래살래 손을 저으며 그를 쳐다보지도 않는, 본연의 욕망에 너무도 솔직한 모연의 행태에 시진의 미간이 찌푸려져.


이 여자가 진짜!


“……오늘 의료팀 일정이 어떻게 됩니까?”
“오전이요, 오후요?”
“…….”


모연은 절대 비켜주지 않으리라 딱 버티고 선 시진을 피해 요리조리 고개를 돌려가며, 아침 사과보다 더 유익한 못 먹는 갈색 사과들을 눈으로라도 핥느라 바쁘고, 시진은 자신이 말을 건지가 언젠데 여전히 사과들만 쫓는 시선에 꼭두새벽 동틀 무렵부터 고요한 마음에 깊은 분노가 차오르는 걸 느껴.


“선두 제자리! 제자리에 서!”
“하나, 둘!”
“아침구보 마친다. 신속히 내무반으로, 해산!”


모연의 눈을 자신에게로 돌려놓기 위해선 저 유해한 것들을 어서 빨리 그녀의 앞에서 치워야한다는 데에 생각이 미친 시진은 그가 중대장으로 부임한 이후, 사상 최초로 병사들의 아침구보를 중도에 해산시켰어.

그리고 모연에게로 돌아서서는 내무반으로 가는 병사들의 뒷모습까지도 놓치지 않으려 바동거리는 그녀의 노력마저 무산시켰지.


“오전 오후 다요. 어떻게 됩니까?”
“이씨!”


돌아가는 병사들의 태평양처럼 너른 등마저도 보는 걸 허락해주지 않는 시진의 방해공작에 모연은 샐쭉해져선 그를 노려보았어.

내 눈이 호강 좀 하겠다는데 왜 방해질이냐고 모연은 눈에 힘 빡 주고 눈앞에서 능글대는 시진을 째려보았어.

시진은 그런 모연의 앙앙불락 뾰족한 눈빛을 웃음으로 받아넘기고, 내가 중대장인데 당신이 뭘 어쩔 거냐는 듯 이제야 비로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지.


의료팀의 우르크 첫 일정, 모우루 중대원들의 건강 체크.

흐뭇한 근육을 모래색 군복으로 조신하게 가린 병사들이 어미 닭 쫓는 병아리처럼 모연의 뒤로 조르르 따라붙었어.


그들은 TV에서만 보던 ‘바디첵 강모연’님이 눈앞에 있다는 사실에, 그녀가 꽂으면 주삿바늘마저도 간지러울 것 같다는 훌륭한 성덕다운 자세로 한산한 곳들 모두 지나 모연의 앞에 섰어.


“나 피 되게 아프게 뽑는데?”
“전 원래 아픈 걸 좋아합니다, 선생님.”


덩치에 안 어울리게 오종종 모여선 그들의 깜찍함에 모연이 기막히다는 듯 웃는데 그때 병사들 뒤로 이 중대의 피라미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바로 그 분, 중대장님이 나타났어.

중대장님 체면에 차마 애들 사이를 파고들긴 멋쩍어서 병사들의 경례를 받아넘기며 돌아서려는데 그때 그를 부르는 모연의 또랑또랑한 목소리.


“거기요! 거기 대장님부터 오세요. 그냥 가지 마시구요.”


어제의 복수를 할 기회를 잡았다 싶어진 모연은 시진을 불러다 앉혔어.

지뢰로 놀림 받았으니 난 주사로 놀려야지, 생각하곤 쿡 찔렀더니, 악!


“이상하네? 왜 혈관이 안 잡히지?”


어제 시진의 모습을 따라하듯 모연은 동그랗게 뜬 눈을 하곤 고개를 갸웃거려.

벙쪄서 그녀를 보는 시진의 뒤에서 병사들이 숨죽인 소란이 들리고, 그녀의 의도를 알아챈 시진이 여기서 이러지 말자고 협박을 해.


“장교는 항상 권총을 휴대합니다. 실탄이 들어있는.”
“그래요? 그럼 쏘시든가.”


쏠 테면 쏴봐라, 이 나쁜 놈아.


시진의 농담을 더욱 대담한 드립으로 받아쳐준 모연이 마저 찌르려는데.


“아!”
“아직 안 찔렀거든요?”


으이구…….

칼도 맞고 총도 맞는 빅보스는 방에다 놔두고 왔는지 어린애라도 된 듯 시진은 엄살을 부려.

모연의 참 한심스럽다는 표정과 말투에 결국 병사들의 입에서 웃음이 터졌어.

모연과 틀림없는 한통속이 된 병사들을 시진은 이미 무너진 중대장의 위엄을 주워 담아 쳐다봐주곤 그녀에게 속삭였어.


“어제 장난친 거 때문에 화가 아직 안 풀린 거면,”
“아휴, 저 그런 걸로 뒤끝 있고 그런 사람 아니에요.”


절대, 전혀, 조금도 예사로워 보이지는 않는 두 사람 사이를 병사들도 짐작하는지, 그들은 둘 주위를 병풍처럼 둘러선 채로 갑론을박 이야기를 나눴어.

하지만 이렇게 단체로 놀림 받는 게 영 적성에 안 맞는 시진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까불던 모연의 장난을 한순간에 종결시켰지.


“여깁니다.”
“어어?!”


모연이 말릴 새도 없이 시진이 제 팔에 스스로 바늘을 콱 꽂아 넣은 거야.

그에 깜짝 놀란 모연이 멍해진 사이,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았어.

그에게 작고 보드라운 손을 꼭 잡힌 채로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어서 충격에 빠진 그녀의 눈동자와 똑바로 눈을 맞추며 시진은 그냥 두면 언제까지고 멍할 것 같은 모연의 정신을 깨웠어.


“피 담아야죠, 병에다.”
“예…….”


되로 주고 말로 받아 멍해진 모연을 빤히 보는 시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어.


이제 나한테 장난도 치네.
애들 보기 민망하긴 해도 날 피하는 것보단 이게 낫지.
근데 다음엔 또 뭘로 당신을 놀려먹지?


시진은 모연이 마치 그에게 화해의 손길이라도 내민 것처럼 기뻐.

시진은 눈앞에 있는 여자에게 입 맞추고 싶은 걸 또 한 번 참아낸 자신의 뛰어난 인내심을 홀로 뿌듯해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어.


다음 순간 울린 폭음 소리만 아니었더라도 두 사람의 오늘치 만남은 지금이 끝이었겠지.


비밀 많은 남자의 과거 속에 잠들어 있던 인연이 악연이 되어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어.





이어지는 글 : 나바지오의 전설

수정 전 : 날 좀 봐요(Look at me) / 우리 화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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