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다시쓰는리뷰 : 검게 타는 가슴

이응(119.204) 2020.02.19 14:41:26
조회 370 추천 0 댓글 1





15
검게 타는 가슴




산골마을 오지까지도 휴대폰이 터지는 한국과는 다르게 우르크는 전파송수신이 불량해서 걸핏하면 휴대폰이 먹통이 되는 곳이야.

시진도 평소엔 그런 것들이 그냥 좀 불편하다는 감상만으로 끝이었는데 불량한 전파수신 때문에 정확히 어딘지 듣지도 못하고 끊겨버린 모연의 전화를 받고 난 후로는 그게 너무도 불안해졌어.

그래서 다니엘에게서 소형 무전기를 구해 모연을 비롯한 의료팀에게 선물하기로 했지.

모연이 무전기라도 들고 다니면 그나마 좀 그의 마음이 덜 불안하겠어서.


모연이 절벽에 매달고 시진이 바다로 수장시킨 빠알간 차의 주인, 다니엘은 예쁜 도색 한 번 못 해주고 좋은 기름 한 번 못 채워 준 아가 앞에 무릎 꿇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인정 넘치게 두 사람에게 무전기를 구해다 주었어.

둘은 무전기가 가득한 나무상자를 들고 중대로 돌아왔지.


“빅보스가 닉네임인 거예요?”
“콜사인이라고 하죠. 정했어요?”


모연은 시진의 이름보다도 먼저 알았던 빅보스라는 단어가 무엇이었는지 이제 알았어.

처음 만났던 그때는 어린애들 데려다 도둑질이나 시키는 깡패의 허세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호칭은 시진이 일을 할 때 쓰는 그의 이름과 같은 거였어.


콜사인을 뭘로 정할까 고민하는 모연을 빤히 보던 시진은 문득 또 그녀가 예뻐 보여.

옆에 앉아 조곤조곤 이야기 하는 것도 이쁘고, 무전기 사용법 배우겠다고 눈을 초롱초롱 반짝이는 것도 이쁘고, 가르쳐 준다고 그가 무릎이 닿도록 붙어 앉았는데도 얼굴을 더 가까이 붙여오는 것도 이쁘고, 그냥 다 이쁘고, 이쁘고, 이쁘고…….


시진의 입이 참지 못하고 또 그의 속마음을 내뱉었어.


“이쁜이?”


앞도 뒤도 없이 개연성 막론하고 훅 들어오는 난데없는 시진의 말에 모연은 당황스러우면서도 기쁨을 감출 수가 없어.

그녀가 평생토록 인사처럼 들어왔던 게 예쁘다는 말인데 그 말도 시진이 하니까 왠지 더 특별하고 좋고, 쑥스럽고, 몸이 배배 꼬이는 것 같아.


“미쳤나봐!”
“닮았는데.”
“뭐라구요? 아니, 이쁜 것도 아니고 이쁜 거랑 닮아요?”
“종종?”


시진은 그 사이를 못 참고 또 모연을 놀려댔어.

깔깔대며 즐거워하는 모연과 보내는 이 시간이 시진에게는 지난 8개월의 휴가 중 가장 달콤하고 행복한 시간이야.

오늘 꼭 모연에게 전해야 할 말이 있지만 그 말을 하면 지금 그녀의 얼굴에 가득한 웃음이 씻은 듯이 사라질 것 같아서 시진은 도무지 말이 나오질 않아.

지금은 그냥 모연과 웃고 싶어.


그 시간도 잠시 불청객이 문을 두드렸어.

명주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이번만큼은 아끼는 후배의 등장이 시진에게는 그다지 반갑지 않았어.


“선배랑 결혼하러 왔습니다.”


헉!

등장하자마자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대형폭탄을 터뜨린 명주 덕에 시진은 좌불안석이야.

힐끗 그를 보는 모연의 눈동자가 마치 바늘 같지.


“그럼 말씀 나누세요.”


그 말을 남기고 모연은 자리를 떠버렸어.

명주에게 뾰족한 그녀의 태도가 시진은 식은땀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흐뭇해.

반면 도도하게 중대장실을 걸어 나온 모연은 문이 닫히자마자 도도함 따위 집어던지고 청진기를 꺼내들었어.


뭐? 결혼??
부사관이 애인이라며!
그 애인 놔두고 왜 이쪽에 대고 결혼드립이야!
둘이 무슨 얘기 중인데? 결혼, 혼수, 막 그런 얘기하는 거 아냐?
뭔 얘기를 하는데 문까지 챙겨 닫아? 역적모의라도 하냐!


속 타는 여의사는 그 문 닫은 게 본인이라는 것도 잊으신 채 청진기를 도청기로 쓰고 있었어.

하지만 애석하게도 아무 소리도 넘어오질 않았지.

문 안쪽에선 결혼할 남자가 결혼할 여자한테 니 애인 전화 안 받느냐는 둥, 내가 걸어줄까라는 둥 사랑의 오작교를 건설해주고 있었는데 모연이 그런 걸 알 리가 있나.

그녀는 문만 실컷 청진하다 등 뒤에서 나타나 식겁하게 한 후배의 귀때기를 꼬집어 잡고 무대에서 퇴장할 수밖에 없었어.


그리고 문 너머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는 남자가 그녀를 찾아왔어.


“나랑 이렇게 얘기해도 돼요?”
“왜 안 되죠?”
“결혼하러 온 여자한테 예의가 아니지 않나?”
“어디 가요. 할 얘기 있다니까.”
“없어요 난.”


그러고는 팩 하니 토라져서 모연은 자리를 떠나 버렸어.
모레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 말을 할 타이밍을 잡기란 쉽지가 않아.


그와 결혼하러 왔다는 명주의 말에 모연과 즐거운 시간도 파토 나고, 이쁜이 콜사인을 들킨 모연이 민망함에 그에게 골만 내고 도망가고…….


시진은 차마 그녀를 붙잡을 수가 없었어.

잡아서 뭐라고 말해야 하는지,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그에게는 도무지 답이 나오질 않아.


나 모레 아침이면 여기 없을 거예요.
아직 많이 복잡해요?
나 한국으로 돌아가서 기다려도 됩니까?
이게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시진은 많고 많은 말을 속으로만 삼켰어.

용기가 나질 않아.




+방금 동남아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걸그룹 이쁜입니다아!+


결국 모연에게는 말도 꺼내보지 못하고 시진은 귀국 짐을 싸기 시작했어.

모연이 궁금해서 무전을 의료팀 채널에 맞춰두고 짐을 싸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그녀의 천진한 목소리가 들리고, 그와 동시에 시진은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나바지오의 하얀 돌멩이를 발견했어.

모연은 돌멩이를 돌려주며 그에게 그 아름다운 전설을 혼자 확인해보라고 했지만 시진은 그녀와 함께가 아니면 이제 그곳에 가지 않을 거야.

모레 아침 우르크를 떠나면 더욱 그럴 일이 없겠지.


+♬너와 나 조국 앞에 바친 젊음이 자유와 평화 위한 길이라면은 이 젊음 바치리라 이 목숨 바치리라♬+


돌을 손에 꼭 쥐고 모연이 부르는 군가를 듣는데 노랫말이 마치 그에게 현실을 일깨우는 듯 해.

조국에 젊음과 목숨을 바치는 네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그 사람을 네 인생에 끌어들여도 되는 거냐고 노랫말이 마치 그를 다그치는 것만 같아서 시진은 씁쓸해져.

결국 ‘그 사람’에게 입도 떼어보지 못하고 그날이 저물었어.


* * *


모연은 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

그녀는 겨우 아까 낮에서야 내일이면 시진이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들었어.

그것도 당사자에게 들은 게 아니라 이리저리 건너서 말이야.

이 막사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는데 그녀만 모르고 있었지.


아무리 두 사람이 애매한 관계라고 해도 어떻게 말도 없이 떠날 수가 있는지 모연은 너무 서운해.

모연은 한동안 아무도 없는 회랑을 서성대며 분과 서운함을 삭히고 아직까지도 그녀에게 말이 없는 시진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했어.


왜 말을 안 하지?
당장 내일 떠난다면서 정말 말도 없이 갈 생각인가?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거 같은데 떠난다면서요, 내가 먼저 아는 척하는 건 이상하겠지.
아니, 그럼 이제까지 그 말과 행동들은 다 뭐였냐고.
이렇게 말도 없이 떠날 거면서!


“유시진씨. 무슨 사람이 이래요? 어떻게 이렇게, 어떻게 말 한 마디 없이,”
+빅보스 송신+
“어머 깜짝이야!”


무전 채널을 군 쪽으로 돌리고 흘러나오는 군인들의 소리를 들으면서 모연이 꿍얼대는데, 마치 그녀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시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어.

식겁한 모연이 무전기를 내동댕이치듯 떨어뜨리고 쿵쾅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는데 시진은 부하들에게 그녀의 소재지를 묻고 있었어.


+시야에 의료팀 강팀장 위치 파악되는 인원 보고바란다.+


이제와 그가 그녀를 찾고 있는 거야.
지금까지 뭘하다가!


팔짱을 끼고 돌아선 모연을 앞에 두고 시진은 전혀 어렵지 않았던 척 아무렇지 않게 불쑥 말을 꺼냈어.


“저 내일 귀국합니다. 들으셨다던데.”
“그렇다면서요. 그걸 세상에 이 막사에 있는 사람들 중에 제일 늦게 알았네요, 내가?”
“어제 낮에 얘기하려고 했는데 강선생이 도망갔어요. 기억나요?”
“그럼 잡았어야죠. 라이언 일병도 구해 오는 사람이 잡아서 말을 했어야죠.”


도망갔다고?
비처럼 쏟아지는 총알도 뚫고 전우를 구한다는 사람이 내가 도망을 쳐서 얘기를 못했다고? 그걸 지금 핑계라고 대는 거야?
내가 이런 사람을 붙잡고 뭘 하는 거지.
남들 다 아는 것까지도 나는 몰라야 해?
내가 당신에 대해 아는 게 있긴 하나?


도대체 무슨 마음이면 떠나기 전날 밤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요!


그녀와 너무도 다른 시진의 담담한 모습에 모연은 더 화가 나.


“강선생이 화를 낸다는 건 잘은 모르지만 나한테 유리한 거 같은데, 맞습니까?”
“틀렸어요.”
“……여전히 강선생 마음은 복잡합니까?”
“…….”


모연은 시진과 함께 하는 모든 순간 그에게 흔들렸어.

머리는 그를 완전히 밀어내는 게 자신을 위해서 좋다고 생각하는데, 가슴은 그게 안됐어.

지금 이 순간에도 모연의 가슴은 휘청대.


“그렇군요. 그럼 하나만 물어봅시다. 혹시 이게 마지막일지 몰라서.”


마지막?


시진의 입 밖으로 나온 그 말에 모연은 서운함이 순간 왈칵 밀려왔어.

어제 함께 웃고 즐거워했던 건 그녀 앞에 서 있는 이 남자에겐 이제 그저 다 지나간 일일 뿐인 건지 오늘의 그는 너무도 쉽게 마지막이라는 말을 해.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마지막을 운운하는지 모연이 그의 질문을 기다리는데, 시진은 그날 밤의 키스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어.


“그때 허락 없이 키스한 거 말입니다.”
“그 얘긴 내가 꺼낼 때까지,”


당혹스러워진 모연이 급하게 시진의 말을 막아보지만 정작 그가 하려는 말은 그게 아니었던지 말을 가로챘어.


“뭘 할까요 내가.”
“…….”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


모연은 그제야 알았어.

시진의 눈동자는 전혀 담담하지 않았어.

애써 감정의 풍랑을 눌러놓고 있었던 거지.


또다시 그녀의 마음을 물어오는 시진의 질문에 모연은 어떻게 답을 주어야 할지 생각했어.

이 남자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정말은 어떤 건지 이제까지 모연은 계속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해왔어.

하지만 여전히 답은 알 수가 없었지.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은 마음인데 시진은 마지막일지 모르니 답을 달라고 했어.

그러니 지금 당장 줄 수 있는 대답만을 해줄 수밖에.


“유시진 씨는 되게 멋있어요. 멋있지만 너무 위험하고, 위험해서 싫은데 눈 마주친 모든 순간이 매력적이죠.”


시진과 처음 만났던 날의 그 두근거림부터 그녀를 놓아두고 떠나던 그의 뒷모습을 지나, 그녀가 만났던 그의 모든 모습이 차례차례 스쳐지나갔어.


그는 함께 있으면 모든 걸 다 잊게 만들만큼 그녀를 꿈처럼 행복하게 만들었어.

그러다가도 말 한마디, 표정 하나로 차갑고 무서운 현실을 깨닫게 하기도 했지.

모연은 남자를 무연하게 바라봤어.


“그래서 시간이 더 있었으면 했어요. 복잡한 머릿속을 단순화시키고, 두려움을 없애고,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이 남자의 애인이 되어볼까, 생각할 시간.”


주변은 모두 지뢰밭인데 그 한가운데 선 시진만 지독하게 매력적이었어.

그 지뢰밭을 피해서는 그에게 다가갈 방법이 없었어.

그래서 자꾸만 답이 늦어지고 또 늦어졌어.


분명 멀리해야 할 조건들로 가득해서 고개 저으며 멀어지려고 하면, 시진은 따뜻한 말과 눈부신 웃음으로 다시금 그녀가 떠날 수 없게 끌어당겼어.

떠날 수도, 머무를 수도 없게 그는 항상 그녀의 주위에서 서성댔어.


밀어내는 모연을 당겨 안고, 그녀가 또 밀어내면 밀려났다가도 다음 순간 정신차려보면 시진은 모연 앞에 서 있었어.

그는 모연을 미치게 만드는 그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아득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러댔어.


돌아봐요.
떠나지 마요.
나와 함께 있어줘요.


부르고 또 부르고, 시진은 닳도록 그녀를 불러댔어.

그래서 돌고돌아 겁내는 자신의 마음을 설득하고 이해시켜 보려고 노력 중이었는데 또 시진은 떠난대.


“왜 매번 이러냐고 따질 수나 있나, 안 가면 안 되냐고 조를 수나 있나. 혼자 들끓었던 시간도 바보 같고……. 지금은 그냥 유시진씨가 밉습니다.”


도무지 그녀를 기다려 주지 않는 시진에게, 그가 모연을 기다릴 수 없도록 만드는 그의 상황에 모연은 또 한 번 절망해.


모연은 이런 상황이 어느 정도 익숙해.

병원 옥상에서 시진을 데리러 온 헬기에 그를 태워 보내봤고, 어둑한 영화관에서 10초 전까지도 웃고 떠들다가 그녀를 바람맞히는 시진을 또 보내주었고, 다시 만난 후에도 모연을 남겨두고 어딜 가봐야 한다는 시진을 결국 따라나서기도 했어.

하지만 그를 이해해보려고 갔던 그곳은 그녀를 더욱 주저앉히기만 했어.


떠나고 싶어서 떠나는 게 아닌 사람을 원망할 수도 없어서 모연은 한숨이 나와.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반복될 것이 눈에 뻔히 보였어.

모연은 그에 낙담했어.


반복될 일들에 대해 그녀가 좀 더 용기를 가지고 싸워볼 힘을 기르기엔 시진과 함께 보낸 지난 시간은 너무 짧기만 했고, 그 시간은 자신을 설득하기엔 한참 부족했어.

그래도 해보려고 했어.

하지만 시진의 말은 작은 보폭이나마 부지런히 옮기던 그녀의 발걸음을 완전히 멈추게 했지.


-이게 마지막일지 몰라서.


그 말은 모연에겐 오늘 이 순간을 마지막으로 하겠다는 뜻으로밖엔 들리지 않아.

아직 시진의 손을 잡을 용기가 나지 않는 모연이 그에게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야.


“사과하세요. 사과 받을게요.”
“…….”


모연이 말하는 순간마다 시시때때로 표정이 바뀌던 시진의 얼굴이 결국 굳어졌어.


그의 마음은 결국 완전히 거절당했어.

희망고문 따위 안하기로 했는지 모연은 이다지도 단호하게 그를 밀어냈어.


거절당한 상처는 시진에게도 너무 아파.

작전 중 입었던 그 어떤 부상보다도 고통스럽지만 그는 모연을 원망할 순 없어.

비록 처음 이별했던 그때처럼 웃으며 보내줄 순 없지만 시진은 그녀를 곤란하게 하지 않기로 해.


“미안했습니다. 내내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단결.”


한순간에 돌아서서 사라지는 시진의 모습에 모연은 그가 아니라 자신이 차이는 것 같아.


저 사람에게는 이별이 어떻게 이다지도 쉬운지…….


내가 밀어내길 기다리기라도 한 사람처럼 어떻게 저렇게 한순간에 돌아설 수 있는 걸까.


그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던 남자의 마음을 알 리 없는 모연은 허허롭기만 해.

항상 그랬듯 시진이 떠난 자리에 혼자 남은 모연은 우르크의 밤이 이렇게 추운 줄 처음 알았어.



두 사람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어.

모연은 시진을 떠올리게 하는 향초를 피워놓고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시진은 차가운 인식표를 매만지며 모연을 붙잡고 싶어 하는 자신의 욕심을 다잡았어.


두 사람은 8개월 전 그때의 이별과 오늘은 많이 다를 거라는 예감을 해.

그때처럼 막연히 서로가 그립고 보고 싶은 걸로 끝나지 않겠지.

보고 싶은데 못 봐서 괴롭고, 만나고 싶은데 만날 수 없어서 외롭고, 잡고 싶은데 잡을 수 없으니 아플 거야.

더 자주, 더 오래 떠오를 거고 떠오를 때마다 잊으려 노력하느라 힘들겠지.


고작 몇 번 만나고도 그렇게 오랜 시간을 못 잊었는데, 그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은 감정을 나눈 지금은 이제 또 얼마나 오랜 시간을 그리워해야 할지 두 사람은 막막해.


시진은 그의 발이 멋대로 또 모연에게 달려 갈까봐 아침까지도 기다리지 못하고 늦은 밤 중대를 나섰어.

그는 몰랐어. 자신의 그 행동이 모연에게 또 얼마나 아픈 상처가 될지를…….


“유대위님 지금 어디 계세요? 중대장실에도 안 계시던데.”
“중대장님 어제 밤에 출발하셨지 말입니다.”


기범이 전한 그의 소식에 모연은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시렸어.

잠 한숨 못 이루고 새벽부터 시진을 찾아다녔던 게 참 우스웠지.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인사를 하고 싶었어.

얼굴 한 번 더 보고, 고마웠다는 말도 한 번 더 하고, 혹시 용기가 나면 한국에서 기다려달라는 말을 꺼낼 수 있기 바라면서 말이야.

그런데 그는 조금도 기다려 주지 않았어.


“와, 얄짤없네…….”


어제 그가 말했던 마지막이라는 말은 이런 뜻이었는지 시진은 그 대화를 끝으로 모연과의 인연을 잘라버렸어.

이별을 고한 사이라 마지막 인사도 건넬 생각이 없었던 건지 시진은 그렇게 그녀와의 관계를 끝내버린 거야.


시진이 정말 무섭도록 차갑게 자신을 잘라내고 떠났다고 생각한 모연은 텅 빈 가슴으로 불어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오래도록 그 자리에 서 있었어.






수정 전 : 검게 타는 가슴

이어지는 글 : 보잘 것 없는 변명, 뒤늦은 후회 I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공지 ●☆●☆●☆● 태양의 후예 갤러리 통합공지 ●☆●☆●☆● [30] 태양의후예(112.161) 16.10.18 9341 86
공지 ●☆●☆●☆● 태양의 후예 갤러리 단어장 ●☆●☆●☆● [33] 태양의후예(115.23) 16.07.20 15826 85
공지 ●☆●☆●☆● 태양의 후예 갤러리 가이드 ●☆●☆●☆● [35] 태양의후예(115.23) 16.07.18 13047 104
공지 태양의 후예 갤러리 이용 안내 [6] 운영자 16.03.02 32881 28
383026 2016년으로 태갤러(114.206) 05.10 15 0
383025 그립다 태갤러(115.136) 05.09 35 0
383024 오늘 태후 생각나서 왔오 [1] ㅇㅇ(211.234) 04.07 128 1
383023 Dvd [1] 태갤러(120.142) 03.10 181 1
383020 메리 크리스마스 포로리들 [2] (222.109) 23.12.23 311 9
383019 내남편을 드립니다. 두아내 ㄷㄷㄷㄷ [1] 00(175.195) 23.12.01 336 0
383018 송중기 근황 ㄷㄷㄷ [1] 00(175.195) 23.12.01 498 1
383003 레전드 드라마 ㅇㅇ(58.234) 23.10.18 262 3
383002 늦었지만 [2] (59.6) 23.09.30 375 3
383001 ㅡㅡㅡ 태갤러(49.165) 23.09.23 199 0
382999 dd 태갤러(175.210) 23.08.09 261 0
38299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ㅇ(118.235) 23.07.17 16422 0
382995 유튜브 알고리즘이 또 정주행 하게 했다 ㅇㅇ(210.94) 23.07.16 300 0
382994 1차 기습시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6.15 17998 0
382993 잘지내니? [6] ㅁㅈㅁㅍㄹ(221.142) 23.05.04 681 1
382964 그냥 2016년이 마렵네.. [3] ㅇㅇ(59.16) 23.02.24 823 3
382962 유튭에 클립 하나 떴길래 봤다가 정주행 또함ㅋㅋㅋㅋ ㅇㅇ(112.153) 23.02.06 455 1
382960 태후가 망작이고 졸작인 이유 오스트리아헝가리이중제국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1.26 892 8
382959 새해복많이 안받으면 총쏠거야 [1] ㅇㅇ(118.235) 23.01.23 564 1
382958 빅보스송신 ㅇㅇ(118.235) 23.01.23 510 1
382946 오랜만에 [1] 모모(58.237) 23.01.20 560 3
382934 7년 전이라니 ㅇㅇ(175.223) 23.01.06 472 3
382933 잘 지내? [1] ㅇㅇ(182.212) 23.01.06 595 1
382927 이거 작가가 책임져야 하는거 아니냐? 토마토토(211.48) 23.01.02 841 2
382879 태후를 이틀전부터알았다.. [2] 쎳업(182.220) 22.11.22 938 1
382872 오구오구 [1] ㅇㅅㅇ(14.36) 22.10.23 786 0
382869 맛점하렴 [2] ㄷㄱㅇ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9.15 643 0
382868 포하 [10] ㅇㅅㅇ(14.36) 22.09.14 861 0
382867 우리 오빠 태양의 후예 상위 호환!! 승애기(175.197) 22.08.31 620 1
382864 이거 태후 백상 ㅇ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856 0
382863 빅보스 송신 ㅇㅇ(112.153) 22.08.18 30551 0
382862 잘지내니? [5] ㅇㅇ(221.142) 22.08.11 987 7
382860 진짜 미쳤나봐 ㅇㅅㅇ(14.36) 22.07.21 1169 2
382859 미친 이거 보니까 ㅇㅅㅇ(14.36) 22.07.21 829 0
382857 그럼 살려요 ㅇㅅㅇ(14.36) 22.07.21 725 0
382856 태후는 진짜 ㄹㅈㄷ다 태후보다 명작인 드라마는 없다고봄 내기준에서 ㅇㅇ ㅇㅇ(123.213) 22.07.21 696 4
382854 강태영 off~ ㅇㅇ(114.30) 22.07.15 505 0
382853 아구스 디씨 광고에 나오길래 오랜만에 와봄 [1] ㅇㅇ(106.101) 22.07.08 836 0
382851 포롤들 ㅌㄴㅇ [5] ㄷㄱㅇ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6.28 733 0
382850 오랜만에 모과주 [1] ㅇㅅㅇ(14.36) 22.06.27 910 1
382849 오랜만에 정주행했는데 ㅇㅇ(114.206) 22.06.23 708 1
382848 이거 재밌음? ㅇㅇ(218.239) 22.06.21 573 0
382846 오랜만에 이 짤 보니까 ㅇㅅㅇ(14.36) 22.06.12 775 0
382844 5월 마지막날 [7] ㅇㅇㅅㅌ(223.38) 22.05.31 935 2
382841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 [2] ㅇㅇ(58.224) 22.04.15 1001 3
382840 오랫만에 [3] 토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12 1072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