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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는리뷰 : 보잘 것 없는 변명, 뒤늦은 후회 I

이응(119.204) 2020.02.19 14:41:32
조회 378 추천 0 댓글 1





그냥 지나가야 한다.

말 걸지 말고

뒤돌아보지 말고

모든 필연을

우연으로 가장해야 한다.


-장해종, 엑스트라 中-







외전
보잘 것 없는 변명, 뒤늦은 후회 I




유시진,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 솔직했고 빙빙 돌려 말하는 법이 없었다.

분명 거짓말도 하고 농담으로 유야무야 넘긴 적도 많았지만 그건 언제나 당신의 일이 관련되어 있는 경우였던 거지, 그 외에 당신은 자기 마음을 나에게 숨긴 적이 없었다.


-그냥 나한테 맡겨볼 생각은 없어요?


발갛게 타오르던 모닥불 앞에서 당신이 했던 그 말, 당신의 그 빛나던 용기…….


나는 당신의 그 용기가 부러웠다.

나는 단 한 번도 내 마음을 계산 없이 표낼 수가 없었는데 당신은 어떤 순간에도 나처럼 자기 마음에 비겁하지 않았으니까.


거절만 하는 내게 상처받고 있으면서도, 그 상처를 차마 숨기지 못해서 언뜻언뜻 고통을 내보이면서도, 당신은 다음날이면 아무렇지 않은 척 나를 보고 웃었다.

그렇게 당신은 나의 죄책감마저도 덜어내고 배려해주었다.

도망만 치는 나를 다그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기다릴 뿐이었다.


부지런히 걸었다.

저 멀리에 보이는 당신에게 가고 싶어서 나는 걷고 또 걸었다.

나를 부르는 당신의 그 아득한 목소리를 따라 산을 하나 넘고 강을 하나 건넜다.

그러는 동안 나를 무섭게 하는 것들이 내 발목을 잡고 또 잡았지만 그럴 때마다 당신은 그 모든 것들을 잊게 만들만큼 아름답게 웃었다.

당신과 나 사이에 산재한 복잡한 문제들이 순간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만큼, 나는 당신이 좋았다.


하지만 그런 내 마음과 상관없이 우리 사이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존재했다.

당신과 함께 있을 때면, 당신과 눈을 맞추고 웃으면 저 멀리로 멀어지던 문제들이 당신과 떨어져 있으면 내가 착각하던 시간들만큼 무섭게 나에게 들이닥쳤다.


-가면 안 되는 곳은 아니지만, 데려가서 내가 유리할 게 없습니다.


전우의 추도식에 나를 데려가고 싶어 하지 않던 당신.


당신은 분명 알고 있었던 거다. 내가 주저하는 이유를.


나의 두려움이 무엇인지를 나도, 당신도, 우리 둘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문제는 안다고 해서 답이 보이는 종류가 아니었다.


-내가 하는 일 자체가 우리 관계에 불리하니까요.
-그래도 내가 같이 가고 싶다면요?


고집을 부려 당신을 따라간 추도식 먼발치서 당신을 보았다.

전우의 영정에 국화꽃을 바치고 당신은 한동안 말없이 서있었다.


이제와 생각해 보건데 당신은 그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무엇을 떠올린 걸까.

나는 그런 당신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던가…….


당신이 숨기고 싶어 하던 불리한 것들을 보고 난 뒤라면 뭐라도 답이 나올 거라 생각했다.

설령 명료한 답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길이라도 보일 것 같았다.

당신에게서 멀어지라고 소리치는 현실 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까워져도 괜찮을 거라는 결론을 내고 싶었다.

내가 그 정도 용기는 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우리가 함께 생명을 살렸던 전날 밤처럼, 당신의 일을 누군가를 죽이는 일이라 여겼던 나의 오해가 불과 하룻밤 만에 풀린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한걸음 정도야 내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남자를 사랑해도 괜찮아. 감당할 수 있어. 두려워할 것 없어.


그렇게 나를 설득해가는 과정이라고, 그 결론을 낼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건 그저 나의 오만일 뿐이었다.

나는 전혀 용감한 사람이 아니었던 거다.

전우의 영정 앞에 선 당신을 보았을 때 나는 나의 만용을 깨달았다.


당신의 일은 언제든 당신을 죽일 수 있었다.

당신이 지키는 평화의 대가는 바로, 당신의 목숨이었다.


-봐요. 같이 가면 이렇게 불리하다니까.


아무 말 못하는 날 보며 씁쓸히 웃고 돌아서는 뒷모습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그 발걸음을 돌이켜 안아주고 싶었는데 결국 난 그러지 못했다.


겁이 났다.


나는 어느 날엔가 검정색 원피스를 입고 당신의 영정 앞에 국화를 놓게 될 지도 몰랐다.

그 미래가 마치 내일 일어날 일처럼 내 심장을 섬뜩하게 했다.


‘본인이 죽을 수도 있는 그런 일’은 나의 오해도 과한 걱정도 아니어서 하룻밤은커녕 이틀, 사흘이 가도 그 산을 넘어갈 길이 보이지 않았다.

멀어지고 싶어도 멀어질 수 없고 좁히고 싶어도 좁혀지지 않았다.

나는 오지도 가지도 못한 채 저 멀리 보이는 당신을 보며 그저 선 자리에서만 서성대며 발만 동동 굴렀다.


-그러니까 그 얘긴 하지 맙시다.


당신은 그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아했다.

미루고 싶어 했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이야기였지만 그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순간의 마지막까지 당신은 그 대화를 연기하고 싶어 했다.

나를 설득할 자신이 없었던 것일 테다.


당신의 추측은 정확했다.

당신 대신 당신의 친구에게서 들은 답은 나를 또다시 막아섰다.


당신은 이 땅의 평화는 지킬 수 있을지언정 나의 마음은 지켜줄 수 없었다.

내 마음을 지키는 것은 오로지 나의 몫이었다.

내가 결심하고, 내가 결정해야 했다.

그래야만 이후에 당신을 탓하거나 책망하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


-뭐에 충분하죠? 이해하는데? 아님, 멀리하는데?


멍해진 내 눈빛에 다니엘은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누구를 떠올린 걸까.

그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는 걸까.


당신이 내민 손이 미치도록 잡고 싶어도 내 손은 자꾸만 안쪽으로 곱아들었다.

섣불리 손을 내밀 수가 없었다.

앞뒤 생각 없이 마음 가는대로 두었다가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당신처럼 선택을 유보해 두었었다.

나의 선택을 자신할 수가 없어서였다.

당신을 선택할 자신이, 그 선택 후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나에겐 아직 없었다.


그래서 이야기를 피하는 당신을 붙잡지 않았고 정전을 핑계로 대화를 멈추었다.

결정을 해야만 하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미루어두고 싶었다.


비겁한 변명을 하자면, 당신에게 주지 않아도 될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어중간한 각오로 당신의 마음을 받았다가 나의 변덕으로 당신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게 될까봐 두려웠다.

당신을 더 오래 기다리게 하게 된대도 바람처럼 스쳐가는 인연은 아니길 바랐다.

당신과 오래오래 함께 하고 싶었다.

당신과 사랑하고 나면, 당신을 잡고 나면 절대로 놓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했다.

당신을 기다리게 하고, 나를 두렵게 하는 그 문제들을 뚫고 갈 돌파구를 찾고 있던 중이었다.


어쩌면 돌파구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것은 내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었다.

당신이 내게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보다 당신의 애인이 되고 싶은 내 욕심이 더 커질 때가 바로 그때일 것이었다.

나를 보는 당신의 눈동자를 보고, 나를 부르는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나를 향해 웃는 당신을 따라 웃다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 샌가 그때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시간이 더 있었으면 했어요. 복잡한 머릿속을 단순화시키고, 두려움을 없애고,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이 남자의 애인이 되어볼까, 생각할 시간.


우리에게 좀 더 시간이 있을 줄 알았다.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곧, 정말 곧 그때가 될 것 같았다.

당신도 그걸 아는지 기다려주는 듯 했다.


하지만 당신의 조국은 그 잠깐의 기다림조차 허락해주지 않았다.

혼자 들끓었던 것도 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시간은 당신과 나, 우리에겐 언제나 자비가 없다.


아, 아니다. 아니다.

사실은 이 모든 것이 다 나의 보잘 것 없는 변명일 뿐이다.

모자란 시간만 탓하며 용기내지 못한 나는 이젠 할 수 있는 것이 후회와 변명밖엔 없다.

이제는 아무리 서둘러 걸어도 당신에게 도착할 수가 없게 됐다.

기다리던 당신은 그 자리에 없고, 난 혼자 남겨졌다.


-미안했습니다. 내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덤덤했던 그 말…….


눈물이 핑 돌았다.

정말 헤어진 거다.

한 남자와 두 번이나 이별한 여자가 어디 흔할까.

제대로 시작해보지도 못한 나의 사랑은 시작은 없고 끝만이 분명했다.


당신이 떠났다. 완전히, 나에게서, 떠나버렸다.


내 말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이다지도 단호하게 끝을 내는 당신이 원망스럽다.


‘이별이 당신한텐 이렇게 쉬운가.’


내가 당신을 찼으면서도 나를 두고 돌아서는 당신을 보며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참 무정하다고…….


8개월 전 그때 당신과 헤어진 후에는 나름대로 그것이 다행이라 생각도 했었다.

나의 옳지 못한 모습과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자괴감과 부끄러움에 괴로울 때엔 당신과의 기억이 위로가 되기도 했었다.

그때 당신은 내게 후회보단 다행이었고 괴로움보단 그리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무엇이 달라진 건지 그저 후회스럽고 괴롭다.

이전에 나를 망설이게 했던 그것들 모두 그 자리 그대로 있는데도 그게 다 소용이 없어진 것처럼 나의 결정이 후회되기만 한다.


당신이 떠나고 지수가 지구 반 바퀴 인연은 어쩌고 좋은 놈 타령이냐며 당신을 물었다.

그래, 그랬었다.

우리는 8개월의 시간을 건너고 지구 반 바퀴를 돌아서 다시 만난, 그런 특별한 인연이었다.

그런 인연을 내 쪽에서 잘라낸 거다.

나는 그래놓고도 매정하게 돌아섰다고 당신을 원망하고 있다.

참 뻔뻔하기도 하지…….


{아니. 최고였어. 사과 받지 말 걸. 달려가 잡을 걸. 잡고 고백할 걸. 그 모든 기회를 놓치는 내가 그 사람은 얼마나 별로였을까.}


솔직한 마음을 친구에게 토로하려다 당신에게도 못한 고백을 다른 사람에게 하고 싶지가 않아서 도로 다 지워버렸다.


언제나 내게 최선을 다해 진심을 보여준 당신은 그런 당신을 놓쳐버린 내가 한없이 밉고 한심할 만큼 최고였다.

단 한 번도 진심을 온전히 내보이지 못한 내가 이리저리 계산하고 걱정하며 잡지 못한 기회의 수만큼, 그 수많은 순간들만큼 당신은 내게 솔직했다.


당신과 쌓은 시간은 길지 못했지만 그래서인지 더 깊고 진하게 내 가슴에 새겨졌다.

뭘 잘 못 잊는 내가 특별히 더 잊기 힘들만큼 당신은 유독 내게 인상 깊은 사람이었다.

나는 태어나 당신만큼 말 한 마디, 표정 하나가 뇌리에 깊이 박히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때로는 감동하고, 때로는 감사하며 나는 점점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일은 내겐 너무 높은 벽이었다.

당신이 당신의 욕심대로 나를 붙잡을 수도 없고, 내가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당신을 마음껏 사랑할 수도 없도록, 그 벽은 당신과 나 사이를 막고 높게 솟아 있었다.

그 벽을 허물지 못해서 우리는 헤어졌다.


당신과 함께 한 시간동안 불안하도록 행복했던 만큼 나는 당신과 헤어지고 불행해졌다.

공항에서 당신을 다시 만나 기뻤던 만큼 회랑에서의 이별이 슬펐다.

그보다도 전에 8개월의 시간동안 그리워했던 만큼을 더해 지금이 괴롭다.

지금의 헤어짐이 오래전 그때보다 나에게는 너무도 아프다.



* * *


당신이 떠난 후 내 하루는 무탈하게 흘러갔다.

비록 알맹이 없는 껍데기마냥 버석거렸어도 그런대로 잘…….


며칠 후면 돌아갈 한국으로 갈 짐을 조금씩 꾸리고, 중대를 오가는 아이들을 데려다 씻기고 돌보았다.

천진한 아이들은 며칠이나 봤다고 내가 익숙한지 잘 웃고 때로 장난을 쳤다.

마주 웃으며 좀 머리가 단순해지려는데 여전히 이름을 모르겠는 블랙키가 그림 한 장을 내밀었다.


초록나무 아래 서 있는 사람 둘과 그 옆에 작은 사람 일곱.


아이의 그림은 필요한 전부를 담은 아주 훌륭한 그림이었다.

파란 치마를 입은 여자, 모래색 옷을 입은 남자,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어린 아이들…….


나는 그림을 보고 잠시간 말을 잃었다.

그날이었다.

그날 그 나무 아래에 졌던 그늘, 산들거리던 바람, 깔깔대던 아이들 웃음소리, 그리고 어깨를 으쓱대던 당신 표정이 마치 오늘인 듯 분명하게 되살아났다.


주변 어느 누구도, 어떤 무엇도 내가 당신을 잊는 걸 돕지 않는다.

잊지 말라고, 예전 그 이별보다도 오래도록 기억하라고 나를 부추기듯 주변은 나를 방해하기만 한다.


다니엘을 기다리는 동안 절벽 아래 보이는 시리도록 푸른 해변을 보며 당신이 말해준 전설을 떠올렸다.


-이곳 사람들은 이 해변에서 돌을 가져가면 반드시 이곳으로 다시 돌아온다고 믿거든요.


그리고 당신이 내밀었던 하얗고 예뻤던 돌멩이.

그 돌은 이미 저 섬 어딘가, 혹은 모우루 중대로 돌아가는 길목 어딘가, 그것도 아니면 중대 안 어딘가에 버려졌을 것이다.

당신의 마음을 나는 참 여러 번 거절했으니까.

내가 놓친 그 여러 번의 기회 어느 때엔가 당신이 버렸을 테지.

그러니 이제 그 전설은 이루어질 수 없다.


하기야 이제 그 돌이 있든 없든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함께 돌아갈 당신과 헤어졌는데.


그 전설이 이제까지 예쁘게 지켜졌대도 우리에 이르러서 예쁜 전설은 결국 깨지게 됐다.

우리는 아니, 이제 우리는 ‘우리’도 아니다.

당신과 나는 이제 저 아름다운 곳에 다시 돌아갈 수 없다. 영영…….



지수도, 다니엘도, 명주도 나를 영 도와주지 않는다.

애초에 명주 저 후배님한테는 기대도 안했지만 저 애는 항상 내가 생각할 수 없는 방법으로 나를 당황케 한다.


“혹시 시진선배 좋아해요?”
“!”


잽도 없이 어퍼컷을 맞았다.

쟤는 무슨 나 엿 먹이는 학원을 다니는지 매번 공격형태가 진화하는 듯 했다.

그 말에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데 저는 대답 다 들었다며 명주는 까불거렸다.

이걸 죽여 살려 싶은 그때 타이밍도 좋게 걸려온 당신으로부터의 전화를 받으며 명주는 나에게 크리티컬을 날렸다.


“전화 잘하셨습니다. 강모연씨, 강모연님, 강모연양. 아직 족보정리가 안돼서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데, 이 의사분이 선배 좋아합니까?”


행여 목소리라도 넘어갈까봐 발만 동동 구르는데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명주는 몇 마디 하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


“바꿔 달랠 줄 알았더니 그냥 끊네요? 당황했단 얘기죠.”


당신도 완전히 괜찮아진 건 아니라는 생각에 왠지 마음속이 간질거리면서도 내가 왜 이러나 짜증스러웠다.

나는 병원 식구들이 내 주변에 둘러서서 단체사진을 찍는 것도 모르고, 내 앞에서 왁자지껄 선발대를 뽑는 그들을 알아채지도 못한 채 내내 딴 생각을 했다.

정확하게는 명주의 휴대폰 너머의 당신에 대한 생각이었다.


바꿔달랄 줄 알았더니 그냥 끊었다고?
그러게……. 왜 바꿔달라고 안했을까?
아니지. 바꿔달라고 했으면 뭐.
진짜 그 전화를 받으려고 했나, 내가?
받아서 뭐라고 하게?
왜 인사도 없이 갔냐고 원망이라도 해, 뭘 해.
아니지. 애초에 바꿔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왜 난 이런 고민이나 하고 있지?
근데 둘이 개인적으로 막 그렇게 전화 통화까지 할 정도로 친해?
거봐, 남녀 사이에 오빠동생이 어디 있어. 이 사기꾼!
아니지, 아니지. 왜 이러니, 나.
난 왜 이런 거까지 신경 쓰지. 우리가 무슨 사이라고…….


그 후 공항으로 가는 헬기 안에서도 나는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최중사님의 말에, 발아래 펼쳐진 나바지오 해변의 눈부신 절경에, 떠오르는 당신에 대한 생각을 그만 두지 못했다.

하지만 내 후회와 상념은 곧 일어난 끔찍한 재앙으로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우리가 탄 헬기 아래로 땅이 갈라지고, 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요동치며 육지를 삼키더니 불과 1, 2분 사이에 땅 위가 아수라장이 된 것이다.


지진이었다. 지진이 우르크를 덮쳤다.





누군가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다보면,

누군가를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황경신, 생각이 나서 中-






이어지는 글 : 보잘 것 없는 변명, 뒤늦은 후회 II

수정 전 : 그 모든 기회를 놓치는 내가 그 사람은 얼마나 별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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