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세계의 눈이 집중되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최고의 영화와 배우에 스포트라이트를 가한다면 그 전날 발표되는 골든래즈베리 상은 반대로 최악의 그것에 불명예를 선사한다. 두 시상식은 극과 극을 달리지만 모두 영화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대변한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현재 방송을 타고 있는 CF의 주인공을 대상으로 양면의 조명을 동시에 쏜다면 어떠할까. 스타모델의 변신이 어느 때 보다 더 풍성하게 펼쳐지고 있는 광고계의 풍경을, 째째하게 세분화한 항목별 최고 모델을 통해 들여다봤다.〈편집자주〉
#목에 깁스 좀 했습니다, 유아독존 여왕상 이영애CF모델
이영애의 위력은 두 말 하면 입이 아플 지경이다. 한번 계약한 광고는 악어처럼 앙 물어 4,5년 재계약하는 것은 물론이고, 화면발, 조명발에만 안주하지 않은 채 섹시, 유머, 청순 등을 과감하게 변주하며 마르지 않는 이미지의 샘을 자랑한다. 얼마전 ‘사모님’ 김미려의 말투를 따라한 엑스캔버스 CF의 일상 연기는 좀 ‘에러’였지만, 최근 여러 광고를 통해 극단의 도도함을 표출하며 여왕마마의 현신에 밀착하고 있다. 특히 화장품브랜드 ‘더 후’ CF에서는 인현왕후, 소서노, 명성황후 등 무국적의 미학으로 재해석된 사극의 여주인공을 망라해 빳빳한 고개의 ‘깁스 연기’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먼훗날 21세기 대한민국의 실존 여왕으로 이영애라고 답하는 무지한 이가 나올 지도 모르겠다.
#그대도 인간 맞구려! 거침없는 굴욕상 장동건조각미남 장동건이 58세의 뇌연령에 한 숨을 짓더니 이제는 한 술 더 떠 맥주의 거품 한방울도 아까워하는 ‘쪼잔함’을 부린다. 어찌보면 보통사람의 얼굴이지만 완벽한 선망의 대상으로 불려온 이의 사소한 빈틈과 굴욕은 의외성과 맞물려 큰 쾌감과 재미를 주는 모양이다. 맥주브랜드 맥스(MAX ) CF에서 윤기 나는 철판요리 보다 맥주 한잔에 더 열광하는 장동건의 모습은 그야말로 귀여운 굴욕의 결정판. 맥주 거품이 넘칠까봐 잽싸게 어깨를 구부정하게 만들어 잔에 입술을 갖다대는 것은 기본이고, 살짝 눈을 치켜뜨며 주위의 눈치를 살피는 대목은 양념, 또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킬 때 피아노 치듯 잔을 다독이며 맛있어 어쩔 줄 모르겠음을 강조한 장면은 끝까지 최선을 다한 깔끔한 마무리로 부족함이 없다.
#입에 시한폭탄이 째깍째깍… 화들짝 발언상 김태희휴대폰브랜드 LG싸이언 CF에서 연하남 현빈에게 ‘이제 누나라고 부르지 마’라고 직격탄을 날리고, 몸을 반으로 접어 철봉에 매달리는 묘기로 난감한 폭소를 자아냈던 김태희가 이번에는 강동원을 상대로 폭탄을 던지고 있다. 적어도 이 광고에 관한 한 참한 김태희의 입에서 또 무슨 말이 튀어나올 지 떨리기까지 한다. 새 CF에서 ‘우리 사귈까’라고 점잖게 들이댄 강동원한테 그가 터뜨린 폭탄은 ‘난 나이 좀 있는 남자가 좋더라’다. ‘넌 너무 동안이야’라는 딱지 놓기의 부연설명도 따른다. 성숙한 남자를 겨냥한 제품의 특성을 알리기 위해 연출된 상황이라지만, 내숭, 애교 등과는 거리가 먼 김태희의 직설화법이 어김없이 가슴을 뜨끔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말 없이 폼만 잡았을 뿐인데… 외국인 모델상 피어스 브로스넌기네스(팰트로)도 왔고, 드류(배리모어)도 왔고, 그밖에 누구누구도 왔지만, 피어스 브로스넌 만큼 국내광고와 멋진 화음을 보여준 예도 드물다.
007시리즈 속 보다 갤럭시 광고의 ‘수트(정장)’ 차림이 더 안느끼하고, 근사하다고 말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멋지게 수트를 입는 방법을 알려주는 새 갤럭시 CF에서도 리듬감있는 음악과 영상의 조화아래 각 잡은 포즈와 품위있는 표정으로 매끄럽게 시선을 매혹한다. 피어스 브로스넌의 가르침이 광고의 테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자막으로 처리했기 때문에 그의 목소리는 마지막에만 살짝 등장한다. 그것도 ‘더 수트, 갤럭시’라는 짧고 굵은 본토의 한마디다.
#민망해서 그만 닭살이… 어색·뻘쭘상 신동엽·윤도현15초의 정제된 장면을 추출하기 위해 셀 수 없이 촬영을 반복하는 게 광고의 관례지만, 아무리 해도해도 안되는 경우도 있다. 보장자산에 대해 깨우침을 얻는 신동엽의 모습으로 눈길을 끈 삼성생명 CF가 이번에는 신동엽 옆에 가수 윤도현도 가세시켜 보장자산을 얘기하고 있다. 리얼리티를 살리려는 듯 배경을 방송국으로 삼고, ‘(윤)도현아’라는 실명 호칭도 등장한다. 그러나 두 모델이 방송국에서 만나 정말 저런 대화를 나눌까 싶은 모범답안의 대사와 기합이 지나치게 들어간 신동엽과 윤도현의 연기가 민망함에 고개를 떨구게 만든다. ‘퓨처 서티플러스’를 또박또박 외치는 윤도현의 엔딩 연기도 어색함에 방점을 찍는다. 그게 오히려 눈에 띄는 결과를 낳고 있기는 하다.
조재원기자 otaku@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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