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가 안방극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트렌드에서는 다소 동떨어졌지만, 진지하고 박진감 있는 스토리로 무장한 선굵은 남성 드라마들이 틈새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불멸의 이순신>(KBS 1TV), <제5공화국>(MBC), <부활>(KBS 2TV), <변호사들>(MBC) 등이 그 주인공. 이중 주말 시장을 석권중인 <불멸의 이순신>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시청률이 10% 내외를 맴도는 부진한 시청률로 고전하는 것이 사실. 그러나 대개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로맨틱 코미디와 달리, 단호하면서도 강인한 남자다운 매력으로 사랑받고 있는 남성 캐릭터들이 주도하는 드라마는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으며 '마니아' 드라마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변호사들>의 김상경 - 지적이며 쿨한 도시남자의 전형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변호사들>은 법조계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애드버킷>이나 <로펌>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처럼 검사나 변호사들이 중심인물로 등장하는 드라마에서 법조인이라는 특수한 직업은 선악의 대결과 무궁무진한 사건들, 극단적인 갈등구조를 두루 표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적합한 소재이기도 하다. 법정드라마 특유의 사실적인 무게감과 극적 긴장감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이 드라마가 젊은 청춘스타 위주의 캐스팅을 지양하고 30대 위주의 경륜 있는 배우들 위주로 라인업을 꾸민 선택도 돋보인다. 김상경이나 추상미, 정혜영, 김성수 등 나름대로 인지도는 있지만 상업적인 스타성보다는 개성있는 연기로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한 배우들이 극의 사실감을 높여준다. 특히 극의 중심에 있는 김상경의 존재감은 남다르다. <홍국영>과 <2004 인간시장> <메디컬 센터> 등 일련의 드라마에서 그의 이미지는 지적이면서도 강인하고, 정의감 넘치는 '행동하는 지식인'의 전형이었다. 이런 캐릭터는 곧 김상경이 구축해온 소신있고 자기주장이 분명한 이미지와 오버랩된다. 특이하게도 <극장전>이나 <생활의 발견> 같은 홍상수의 영화에서는 언제나 엉뚱하고 소심하며 우유부단한 '볼품없는 지식인'을 연기했던 김상경이지만, 브라운관에서 그의 캐릭터는 원칙에 충실한 도시적인 '쿨 가이'의 전형이다. 이처럼 매체에 따라 전혀 다른 필모그래피를 구축하고 있는 그의 이미지를 비교해서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변호사들>에서 무심한 듯 무뚝뚝하게 던지는 말투 속에 은근히 따뜻한 속내를 드러내고, 시니컬하다가 어느 순간 다혈질의 속내를 폭발시키는 감정의 기복을 김상경은 온전히 소화해낸다. 얼핏 단선적이고 우유부단한 캐릭터로 비치기 쉬운 서정호가 보다 입체적이고 현실감 있는 캐릭터로 되살아날 수 있었을 때는 김상경의 자연스러운 열연이 큰 몫을 담당했다. /이준목 기자 사연 많은 남자들의 속깊은 매력中 부분 발 출처: - ⓒ 2005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