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더킹갤에서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당시 드라마 초반에 큰 지탄을 받던 도넛을 꼭 피피엘로 의식해 볼 건 없다고
이재하는 도넛을 좋아하는구나
이재하는 도넛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이재하는 도넛을 진짜 존나게 좋아하는구나
이 정도 캐릭터성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거라고

근데 정작 이 도넛이란 녀석은 선왕전하 서거 이후 자취를 감추었다
그 후로는 9회 북한ㄴ 따위가 씬에서 딱 한 번 그게 끝이었다
피피엘이 큰 지탄을 받아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드라마 내적으로 생각해 보자
5회 궁중파티씬에서 리강석이 나타나 초쳤을 때만 해도 도넛이 한가득 쌓여 있었던 궁중에
이재강의 죽음 이후로 도넛이 사라졌다

그렇다면 실은 도넛을 좋아한 것은 이재하가 아닌 이재강이라는 추측이 합리적이다
일단 체형을 봐도.. 그렇고 <<
8회에서 은규태 아저씨한테 항아가 전하(여기서 전하는 재하다)가 뭘 좋아하시냐고 물었을 때도
은규태는 주로 고기류 그리고 소시지 정도로 답하였지 도넛 얘기는 코빼기도 하지 아니했다
실제로 재하와 항아가 둘이 직접 마련해 꾸민 자리에선 도넛은 등장하지 않는다
도넛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던 시기인 6회 냉키씬에서조차 재하의 냉장고엔 도넛이 없다
(치킨을 뜯고 있다. 아 맛있겠다 치킨...)

극중에서 재하가 도넛을 먹고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음식 안 맞는 북한에서 이재강이 보내줬을 게 뻔한 도넛만 좀 먹고 있을 뿐이고 (뭔들 맛없으랴..)
그 중에 한 번은 이재강이랑 화상통화 하면서 먹고 있다
(이 때 대사가 압권이다
이재강은 통화 연결되자마자 제일 먼저 맛있냐? 부터 묻고
이재하는 전하께서 보내주신 건데, 핵폭탄이 터져도 막아야져 몸으루~ 라고 한다
끼워맞추려는 게 아니라 그냥 그렇다는 거다)
남한에 돌아와서는 하트모양 도넛을 포크로 뭉개버리기만 했다
그 리강석이 망친 파티씬도 재강이 세팅해놨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재하가 오케스트라니 뭐니 일일이 참견하고 다니긴 하지만
일단은 공식적인 선 자리니 제주도까지 음식 공수해간 건 재강이었을 터다

즉 이재강은
북에서 구르고 고생하고 있을 사랑하는 동생한테 도넛을 보내고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볼 정도로
도넛을 사랑하고 남들도 도넛을 사랑한다고 믿는 거 같다
그리고 뭐 재하도 도넛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런 형의 믿음을 깨고 싶진 않은 거 같다
형이 안 보는 데선 하트 모양 도넛으로 장난이나 치고 포크로 푹푹 찍어 가면서 화풀이 상대로 써먹을지언정
형 앞에선 도넛 맛있게 먹는 티 팍팍 내면서 입에 다 묻혀 가면서 잘 먹어 준다
어쩌면 도넛을 좋아한 건 재강이라는 정황 속에서도 도넛 먹는 재하 모습을 더 보여준 건
형제의 우애를 보여주는 장치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