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첫 발의 이후로 8년을 넘게 끌었던 애니메이션 진흥법이 드디어 어제 가결됨

아직 수정안이 뜨지 않아서 상세한 내용은 모름

근데 의안정보시스템에서 이 법안을 찾은 다음 제목을 클릭해서 상세 내용에 들어가면 '제369회 국회(임시회) 제1차 법안심사소위'라고 있는데 보면 좀 웃기는 내용이 있음

원문을 그대로 옮겨봄

◯소위원장 박인숙 위원님들 의견 주십시오.

◯신동근 위원 193쪽에 보면 ‘합의안’이라고 돼 있잖아요?

◯수석전문위원 임익상 예.

◯우상호 위원 뭐가 합의됐다는 거예요?

◯신동근 위원 합의안이 뭔가요?

◯문화체육관광부제1차관 김용삼 정부 측하고 수석전문위원실하고 같이 의견 나눈 안……

◯수석전문위원 임익상 수정안입니다. 명칭을 잘못……

◯우상호 위원 합의안이라고 만들면……

◯문화체육관광부제1차관 김용삼 명칭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소위원장 박인숙 수정안인 것이지요.

◯신동근 위원 그래서 이것이 법안 발의한 김병욱 의원실하고 삼자가 서로 같이 수정해서 동의한다 이렇게 한 건가요?

◯수석전문위원 임익상 예, 그런 의미입니다.

◯신동근 위원 그렇게 되면 양쪽 다 이의 없다이런 얘기인가요?

◯문화체육관광부제1차관 김용삼 예.

◯우상호 위원 그런데 관련 부처의 이견이 도처에 다 있는 것 아니에요, 지금?

◯문화체육관광부제1차관 김용삼 그 부분은 전부 정리를 한 겁니다.

◯신동근 위원 다 정리한 거예요?

◯문화체육관광부제1차관 김용삼 예, 그렇습니다.

◯우상호 위원 기획재정부하고도요?

◯문화체육관광부제1차관 김용삼 기재부, 공정거래위원회 이런 부분은 전부 다 정리를 해서……

◯우상호 위원 애니메이션진흥위원회의 위상은 뭐가 돼요, 그냥 위원회예요?

◯문화체육관광부제1차관 김용삼 자문위원회 성격으로……

◯우상호 위원 자문기구? 그러면 이 법을 왜 만들어요? 기금도 못 만들고 진흥기구도 없고. 그 다음에 관련된 각종 벤처 및 시설 관련 조항 다 빼고 그냥…… 그러면 이게 진흥법이 아니잖아요. 이것 왜 만들어요? 그러니까 알맹이 다 빼고서 그냥 애니메이션 진흥법 만든다는 명분만 남는 것 아닌가,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제1차관 김용삼 실제 업계에서 18대, 19대에 계속 제안돼 있었고요. 일단 법이 제정됐으면 좋겠다는 강력한 요청이 있었고 저희도 만화산업진흥법이 별도로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문화산업진흥 기본법을 따르되 애니메이션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안을 별도로 빼 주는 것도 좋겠다는 판단입니다.

◯우상호 위원 실효성은 없어도 어쨌든 이렇게 하나 만들어 놓은 것으로 시작할 필요는 있다 이런 말씀이신가요?

◯문화체육관광부제1차관 김용삼 예, 업계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습니다.

◯신동근 위원 저도 의견을 내면 어쨌든 이게 이견을 다 조정했다고 그러니까, 그리고 애니메이션업계에서는 어쨌든 법 자체를 만드는 것 자체가 진흥에 대한 의지를 보이는 첫 단계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무리가 없다면 통과시켜 주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이 법이 처음으로 발의됐을 때 여러가지 부분이 문제가 됐었는데, 애니메이션 발전기금, 진흥기구, 관련 시설 등등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항들을 넣었기 때문이었음

근데 이 회의록 내용을 보면 결국 그런 내용이 죄다 빠지고 애니메이션 진흥위원회(맞냐?)만 구성하라는 식으로 법이 만들어졌다는 거임

그리고 문체부 담당자는 그 이유를 "업계의 강력한 요청"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음

개인적으로는 좀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음

일단 아무것도 없는 깡통수준의 법을 통과시켜 놓고 나중에 유리한 방향으로 수정하겠다는 생각인 것인지?

같은 회의록 좀 더 뒤쪽에 보면 한 의원이 정곡을 찌름

◯조경태 위원 우리는 위원회를 너무 많이 만들어요, 그렇지요?

◯문화체육관광부제1차관 김용삼 예.

◯조경태 위원 이것에도 세금 들어가지요, 위원회 만들면?

◯우상호 위원 이것은 회의비밖에 안 들어요. 자문기구면 회의비밖에 안 들어.

◯조경태 위원 아닙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인가 있습니까, 영진위?

◯문화체육관광부제1차관 김용삼 영화진흥위원회는 법정위원회로 돼 있습니다.

◯조경태 위원 혹시 일본의 애니메이션 좀 보셨나요?

◯문화체육관광부제1차관 김용삼 예, 애니메이션은……

◯조경태 위원 일본의 만화영화들 중에, 아주 발달돼 있잖아요?

◯문화체육관광부제1차관 김용삼 예, 그렇습니다.

◯조경태 위원 우리가 일본을 따라가려면, 일본보다 더 기술적으로 발전하려면 진짜 분발해야 될 부분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문화체육관광부제1차관 김용삼 예.

◯조경태 위원 일본도 영화산업을, 특히 애니메이션산업을 이런 식으로 위원회를 만들어서 합니까?

◯문화체육관광부제1차관 김용삼 그것은 자세히……

◯조경태 위원 저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실은 이 애니메이션산업이 발달되려면 기업이 투자를 해야 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래서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시키고 나서 산업을 육성시키든지 말든지 해야지 지금 있는 산업도 다 문 닫게 생겼는데, 인건비 높아 가지고 해외로 다 빠져나가고 있는데…… 결국은 제가 앞서 말씀드렸던 대로 어떤 위원회든 무슨 센터를 만들면 거기에 인력들이 들어가야 되잖아요. 그래서 그 인력들을 위한 위원회, 센터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산업을 육성해야 된다는 그 취지에는 저는 공감합니다. 왜냐하면 저도 어릴 때 만화를 많이 봤고 요즘에도 짱구 만화 보거든요. 짱구 만화영화 있지 않습니까? 그것 계속 돌려 본다고,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도 이제는 애니메이션산업을 민간영역에서 뭔가 좀 만들어 내려고 해야지 이런 위원회를 만들어 가지고 또 옥상옥을 만들고 그렇게 하는 것은 재고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문화체육관광부제1차관 김용삼 위원님, 그렇게 봐 주시면 되겠습니다.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가 별도로 법정위원회로 있고요. 지금 이 애니메이션법을 제정하게 되면 여기서 얘기하는 애니메이션진흥위원회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업계가 참여하는, 말 그대로 자문위원회로 운영될 계획입니다.

◯조경태 위원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 말씀 잘 주셨는데요. 콘텐츠진흥위원회에서 이런 콘텐츠를 담아내면 되잖아요.

◯문화체육관광부제1차관 김용삼 그런데 큰 틀의 정책은……

◯조경태 위원 이게 예를 들어서 독립적인 기구로 가게 되면 또 몸집을 부풀리려고 할 거거든요. 저는 내실을 좀 기했으면 좋겠다……

문제제기한 양반도 애니에 대한 인식이 그리 깊지 않은 것 같아 보이고, 애니메이션에 특화된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문체부 담당자의 말도 일부 공감은 된다만

결국 세금 빨아먹는 일 아니냐는 저 의원의 문제제기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나 최근 어떤 사례를 보면 말이지

개인적으로는 썩 좋게 보이진 않는다. 처음부터 부결되길 바랬다만 결국 이리 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