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사 3년치 일감 쌓였다”…10년 만에 호황기, 최대 복병은
기자홍대선
수정 2024-02-27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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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불황의 터널을 지난 국내 대형 조선 3사에 일감이 밀려들고 있다. 사진은 에이치디(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도크 전경. HD현대중공업 제공
오랜 불황의 파고를 넘어선 조선 업계에 국외 발주사들로부터 선박 건조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국내 대형 조선 3사는 새로 발주되는 선박 가격의 상승세로 불황기 쌓인 적자를 털고 고부가가치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중국 추격이 거센 가운데 선행 투자로 기술 격차를 더 벌려놔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에이치디(HD)현대 조선 중간지주사인 에이치디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오세아니아 소재 선사와 17만4천㎥급 액화천연가스(LNG·엘엔지) 운반선 4척의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총 수주 금액은 10억8000만달러(1조4356억원)다. 이번에 수주한 엘엔지 운반선의 선가는 역대 최고가인 1척당 2억7000만달러다. 같은 급 엘엔지 운반선의 기존 최고가는 2억6500만달러였다.
현재 에이치디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사들의 사업장이 몰려 있는 울산·거제 지역 도크는 일감으로 가득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갈 즈음 세계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서 늘어난 선박 발주가 지속하고 있어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 3사 모두 3년 치 일감이 쌓여있는 상태”라며 “선박 발주량 증가로 수주 호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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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크에 건조 물량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은 선주(발주사) 중심의 가격 협상력이 조선사로 넘어왔다는 의미다. 앞으로 3년 사이 조선사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가 이달 초 발표한 신조선가 지수는 181로, 2년째 상승세다. 이 지수는 1988년 세계 선박 건조 가격을 평균 100으로 놓고 지수화한 것으로, 새로 발주되는 선박의 가격 추이를 가늠하는 지표다. 통상적으로 조선 산업은 긴 사이클을 갖는데, ‘역대 최고가 수주’ 행진은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사에게 유리한 업황이 조성됐음을 뜻한다.
선가 회복 시기에 수주 물량까지 늘어나면서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4.7% 늘었고, 영업이익은 2014년 이후 9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실적 개선세는 올해 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조선사들은 올해 수주 목표를 잇달아 높이고 있다. 엘엔지 운반선과 부유식 액화천연가스생산설비(FLNG)에 대한 시장 수요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가스운반선 발주와 친환경 선박 기술을 적용한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으로의 교체 수요 등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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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선 2007년 전후 ‘슈퍼 사이클’(초호황기)도 떠올린다. 하지만 2014~2021년 조선업 불황으로 인해 최근 수주량이 많아 보이는 것이지 그 정도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조선업은 발주(수주계약), 설계, 건조, 인도의 과정을 거치는데, 최근 업황은 수주계약 단계에 진입한 국면이다. 수주에서 인도까지 3년 정도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익 실현에도 시차가 있는 셈이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불황기 저가 수주 물량이 아직 도크에 섞여 있다”며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오른 것까지 감안하면 슈퍼 사이클이라고 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중국의 추격은 국내 조선 업계의 최대 복병이다. 국내 조선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중국 조선사들은 기술적 열세에도 다양한 선박 건조 경험을 축적하며 전체 수주량에선 이미 우리나라를 추월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생산기술 차이보다 친환경 선박 등 상단 기술에서 ‘절대 격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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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조선학회장을 지낸 이신형 서울대 교수(조선해양공학)는 “국내 조선사들이 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압도적 기술력밖에 없다”며 “눈앞의 수주에 안주할 게 아니라면 기술을 선도할 선행 투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대선 선임기자 hㅇ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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