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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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가 진짜 바라는 것
이영애를 둘러싼 모든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공백기가 무색한 건 지켜본 우리들 뿐이 아니라, 이영애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변호사, 의사, 유학생 같은 캐릭터도 정말 많이 맡았고 주체적인 여자로 그려진 작품도 많았는데 왜 유독 우아한 이미지로 기억됐을까요 CF 영향이 크겠죠. 어떤 사람이 가진 이미지의 최대치를 끌어올려 반복적으로 보여주니까요. 결과적으로 그게 저한테 굴레인 것만은 아니에요. 누굴 떠올릴 때 하나의 이미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힘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독보적으로 예뻐서 그렇다고 생각하진 않나요 같이 나이 들어가면서 왜 이래요(웃음). 계속 보여주는 직업이니까 관리가 필요하다는 건 알아요. 그걸 시술이나 외적인 효과를 빌리기 시작하면 결국 다른 길로 빠지더라고요. 그런 데서 찾을 게 아니라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사는지가 더 중요해요. 얼굴에 다 드러나잖아요. 나이 들어가면서 깊이가 생겼다는 얘기를 듣는 게 저는 더 중요해요.
연기하는 마음가짐도 많이 달라졌나요 20대에 했던 작품을 지금 보니 ‘난 잘해야 돼’ 하는 의욕이 너무 앞서서 당시엔 치열했는데 지금 보니까 창피하더라고요. 물론 그런 과정을 거쳐야 그 이후가 있겠지만. 배우라는 직업이 참 좋아요. 구설도 많고 힘들 때도 있지만, 나이를 먹을 때나 결혼, 출산 같은 감정 변화가 있을 때 그것을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직업이니까요. 연기는 결국 인간에 대한 연구잖아요. 외모에 주름이 들수록 감정은 성숙해지니까, 나이듦이 속상하지만은 않아요.
꾸준히 표현할 수 있는 오직 한 가지 감정은 사랑인 것 같아요 사랑이긴 한데, 폭은 매우 달라지죠. 엄마가 아이에게 보여주는 사랑도 포함돼 있고, 남녀간에도 모습이 다를 수 있어요.
사랑에 대한 정의가 달라졌나요 음, 포용력이 달라졌어요. 애들 때문인데요. 전 특별한 종교가 없는데, 요즘은 모든 신을 불러모아 기도를 해요. 세계의 평화를요. 우리 아이들이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 가끔 아이들이 커가면서 느껴야 할 감정들이 애잔하기도 해요. 예전엔 어떤 뉴스를 접하면 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해서 다큐멘터리 내레이션도 하고 했는데, 요즘은 솔직히 말하면 너무 마음이 아파서 섣불리 하기가 힘들어요. 모든 면에서 사랑이 굉장히 커졌다고 하는 게 맞겠네요.
사임당이란 여성을 통해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요 제 욕심껏 잘되는 것보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작품을 보는 동안만큼이라도 좋은 감정을 느낄 수 있길 바래요. 막장이라는 말은 쓰면 안 된대요. 광부들이 희생하며 일하는 곳인데, 그걸 너무 폄하하는 표현이 안 좋은 거죠. 그러니까 막장이라 할 수는 없지만, 소위 그런 드라마가 많아요. 자극적인 소재들…. 그런 면으로 해소감을 느낀다는 말도 있는데 적어도 저는 제가 표현하고 싶은 감정들을 전달하고 싶어요.
아이들, 가족들, 전원생활 등이 방송에 꽤 노출됐는데, 부담은 없었나요 카메라 돌아갈 때 외에는 제가 사람 많이 만나고 나서고 그런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누가 우리 집에 놀라온다고 하면 ‘왜 오지?’ 속으로 생각했는데, 전원생활을 5년 정도 해 보니까 사람들이 오는 게 너무 좋은 거예요. 제가 일부러 막 ‘나 신비주의야’ 그런 건 아니었고 그냥 내성적인 성격 탓이었는데 확실히 많이 달라졌고 여유도 생겼어요. 마트 가면 사진 찍자는 분들 계신데, 맨 얼굴로도 그냥 찍어요(웃음). 아이들이 TV에 나오는 걸 봐도 마냥 좋고 귀엽고, 인생 뭐 있어, 재미있게 살아야지 그런 생각도 하게 됐어요. 이래서 친정아버지가 내가 TV 나오면 그렇게 좋아하셨구나 그런 생각도 이제야 하고요.
도시 떠나서 살아본 건 평생 처음이죠 처음이죠. 거리는 가까워도 심적으론 멀어서 단점도 있지만 그걸 다 덮을 만큼 좋아요. 우리 집에 오시면 알 텐데 아무것도 없고 그냥 잔디와 숲뿐이거든요. 예전엔 스트레스 받으면 막 풀려고 했는데 요즘은 그냥 숲을 보고 있으면 천천히 빠져나가요. 멍 때리는 거죠(웃음). 그게 인생에 너무 필요하더라고요. 밤이 되면 별이 총총 떠 있으니 잔디에 누워 하염없이 별 보고, 눈이 내리면 그 위에 그냥 눕고요. 걱정되는 게 우리 아들은 잔디만 보이면 아무 데나 막 굴러요 (웃음).
그래도 사람은 욕심이라는 게 있잖아요? 뭐 좋은 거, 비싼 거 갖고 싶고… 누가 그런 거 물으면 제가 ‘뭘 더 바래’ 그래요. 자꾸 바라면 또 바라는 게 생겨요. 저희 집에는 소파도 좋은 것은커녕 몇 년 동안 없다가 최근에 놨어요. 좋은 것 입고 쓰고 하는 것도 별로 필요가 없네요. 시골 사니까 치장할 필요도 없고요(웃음). 일에 있어서도 사임당은 최선을 다했으니까 됐고, 다른 일이 오면 또 감사하게 생각하면 되고요.
차기작, 그 다음작, 나중에 할머니가 됐을 때 어떤 작품을 하고 있을까요 누구나 주연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영원히 아름다울 수 없잖아요. 배우로서, 특히 여배우로서 ‘받아들임’에 대해 생각해요. 앞으론 드라마든 영화든 다큐멘터리든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장르의 무엇이든 제가 새로운 면을 보여줄 수 있고,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면 무엇이든 시도해 보고 싶어요.
가보지 않아서 아쉬운 길, 후회되는 길도 있나요 아니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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