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게 좋아요. 이하이씨가." 'K팝스타'의 심사위원 양현석은 이하이를 처음 오디션 볼 때부터 호감을 드러냈다. 자신이 경영하는 YG로 스카웃한 뒤에는 이하이가 부담을 가질까봐 "연습하라"는 말조차 자주 하지 않았고, YG 소속으로는 이례적으로 이하이를 빨리 데뷔시켰다. 'K팝스타'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하이는 극적으로 성장하지는 않았다. 어색한 춤도, 멍한 눈빛도, 목소리도 그대로였다. 대신 이하이는 자신의 모든 것을 개성이라 설득했다. 멍한 눈빛과 목소리는 이하이의 캐릭터가 됐고, 어색한 춤은 심사위원마저 웃어 넘기는 것이 됐다. 신인이 데뷔곡으로 소울을 불렀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오만하게까지 느껴지는 가사들을 노래했다. 하지만 대중은 이상하게 생각하는 대신 '1,2,3,4'를 음원차트 1위로 선택했다. 

태도가 재능이다

그래서, 이하이의 최고의 재능은 어렸을 때 더 낮았다는 특유의 목소리나 '1,2,3,4'의 도입부와 그 다음 파트를 다른 색깔로 부르는 음악적 센스가 아니다. 귀한 것은, 태도 그 자체다. 'K팝스타'에서 심사위원 앞에서 다리를 쓸어 올리는 춤을 출 때도 애써 섹시함을 강조하는 대신 어색하다는 것을 인정하던 그 표정. 하지만 그래도 춤출 것은 추면서 노래할 것도 하겠다던 그 태도. < First love >가 열 일곱 소녀가 소울 보컬로 표현한 '스웩'이 된 이유다. 신인이 'Intro'에서 '난 넘어질 때마다 더 크게 웃으며 일어나 넘어지던 그 때보다 높이'라며 앨범을 시작하고, 'It's over'에서 '흔히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는 의미가 바로 이건가요'라면서 헤어진 연인에게 갈테면 가라는 식으로 말한다.

양현석과의 첫 만남

가까운 현실, 먼 꿈으로 가기 위한 길

물론, 이하이는 자신의 모순을 대중에게 설득시킨 것처럼 대중의 모순적인 요구를 받아들여야할 수도 있다. 양현석은 이하이와의 첫 만남에서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말도 했다. 대중은 열일곱 소녀에게 귀여움과 천재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것은 물론, 기획사의 관리를 덜 받은 듯한 풋풋함과 흠 잡을 데 없는 몸매도 함께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하이는 'It's over'에서 박자를 정확하 소화하며 곡을 주도하지만, 곡이 점점 더 빠르고 다이내믹하게 진행되는 후렴구에서 다소 힘에 부친 모습을 보여준다. 더 높게 부르고, 더 힘차게 밀어야할 순간에 힘을 내지 못하면서 노래는 확실한 강약의 굴곡을 얻지 못해 다소 기운이 빠진다. 이하이는 < First love >의 감성을 자신의 것으로 주도하되, 그것을 좀 더 완성된 모습으로 표현하는데는 다소 부족했다. 그리고, 이 미완의 보컬리스트에게 필요한 것은 감성적인 이해나 깊이 이전에 오히려 원하는 소리를 마음껏 낼 수 있는 더 튼튼한 몸일 수도 있다. 이하이와 YG는 대중의 요구와 음악적인 바람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선택 사이에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정말 찾을 수 있다면, 그 길의 끝에는 이하이가 바라던 꿈이 있을 것이다. 'K팝스타'에 처음 출연하던 그 때, 스스로 되고 싶다던 그 가수. 아델이나 더피가 아닌 비욘세에 조금이라도 더 다가갈 수 있는 꿈이.

> 2편. 이하이 인터뷰 "힘들다? 하지만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