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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ㅇㅍㅇ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12.24 17:13:48
조회 194 추천 2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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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미안해. 내가 잘 못 했어, 미안해.. 미안해..”

  준영 씨는 오늘도 자는 내내 이 말만을 반복합니다. 아마도, 부인, 아니 전 부인의 꿈을 꾸고 있겠죠. 준영 씨의 이마에서는 땀이 송송히 흘러나옵니다. 창을 닫지 않고 잠든 탓에 집이 그렇게 더운 것도 아닐 터인데, 아무래도 그것은 악몽이나 흉몽인 것일까요.

   “그런 것일까요.”

  나는 자문했습니다. 목소리가 들렸는지 준영 씨는 몸을 더욱 뒤척거리며 계속 중얼거립니다. ‘미안해, 미안해.’ 라며. 그것은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 아닌 것인데.

  흔히, 죽은 자가 성불을 못하는 이유에는 미련이나 원한 같은 것이 남았다고 합니다. 사실 나는 미련도, 원한도 제대로 느끼기 전에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했지만, 처음에는 원한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와 그녀의 불륜관계에 대한 원한.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그것이 원한이 아니라는 것을 점차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가만히 의자에 앉아, 그의 자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면 느껴지는 감정. 나는 그것이 원한이 아님을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입에서, 미안하다는 말이 아닌, 사랑한다는 말이 들리길 바라고 있습니다. 1년이나 지나버렸지만 여전히, 사랑한다고.



 오늘부터는 슌카의 방에 찾아가 입김을 불어넣는 일도 그만두려 합니다. 그렇다고 그녀를 용서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따금씩 그녀를 보고 있자면 생전의 나를 보는 것만 같아 가슴이 시려오고는 합니다. 물론,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정당화 할 순 없지만요.

  준영씨는 어젯밤에 바닷가를 다녀왔습니다. 나는 그 곁에 함께 있었죠. 그리고 해가 지는 순간의 당신의 눈을 보았습니다. 생기가 없는, 죽은 눈. 나는 행여나 당신이 바다로 뛰어들까 너무나 겁이 났지요.

   ‘나는, 어쩌면, 당신을 죽이고 있었던 걸까요.’

  슌카의 방에 비친 별들은 여기서도 창밖을 수놓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나는 더이상 당신과 함께 저 별들을 볼 수는 없겠죠.

 하지만 말이죠. 나는, 아직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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