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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A에 대한 짧은 산문2

감시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7.08 18:01:59
조회 92 추천 0 댓글 0

A를 만났을 때 난 스무 살이었다.

스무 살. 누군가에겐 듣기만 해도 가슴 벅찰 시절 혹은 기다림이겠지만 내게는 그다지 큰 감흥이 없었다. 

남들은 젊음, 청춘, 불금 따위를 외치며 어제까지 참아왔던, 그전까지는 일탈이었던 것들을 자유롭게(혹은 방종하게) 저지르고 다녔으나 난 이제야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캔맥주 한 캔에 만족했을 뿐이었다. 

참으로 무미건조한 삶이다. 그런데 어쩌랴. 이게 내 성격이고 여태까지의 삶이었거늘.


그렇게 재미없는 스물의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왔다.

봄은 새로운 시작으로 소란스럽다. 산과 들에 새싹이 트고 나무와 꽃은 잎을 피우며, 벌과 나비는 분주히 날개를 흔든다.

그러나 봄을 진정 시끄럽게 만드는 주범은 이들이 아니라 대학 생활의 환상에 도취한 신입생들의 재잘거림임이 틀림없다.

물론 나도 그들과 함께였더랬다.


원하는 과목으로만 채운 시간표, 값싸고 맛있는 학식.

대학은 고등학생 때와는 다른 자유로운 무언가로 가득 차 있을 거란 생각에 기대감을 떨칠 수 없던 것이다.

그러나 이 즐거운 상상은 망상에 불과했음을 깨닫는 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필수과목을 욱여넣다 보니 정작 듣고 싶었던 강의를 수강할 기회가 없었고 학교 식당엔 3년의 고교 시절 동안 지겹도록 봤던 위탁급식업체가 날 반겨주었으며

강제로 편성된 1교시 수업 때문에 여태껏처럼 6시 반에 기상했어야 했다.

그렇게 실망감이 차츰 기대감을 집어삼켜갈 때 쯤. 한 낮의 빈 강의실에서 그녀를 처음 보았다.


 

창가에 앉아 휴대폰 액정을 쓸어내리던 그녀.(어느 문학 속 여인처럼 우수에 젖은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거나 하진 않았지만 어찌 됐건 창가는 창가다.)

어깨까지 흘러내린 비단 같은 갈색 머리에 햇빛이 반짝이고 새하얀 피부에 도톰한 입술은 연분홍이었으며....

같은 진부한 묘사는 생략하겠다. 그냥, 그녀는 예뻤다.

화장을 하지 않은 그녀의 민낯에서 신입생 다운 풋풋함이 느껴졌다.

그런 모습을 보아하니 선배일리는 없고 며칠간 결석해 출석부 속 이름만 알고 있던 나와 같은 신입생이 분명 그녀이리라.


그녀를 본 순간 찾지 못 한 캠퍼스 속의 만족감을 그녀가 되찾아 준 것만 같았다. 아니 되찾아 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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