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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223.53) 2017.11.06 11:58:16
조회 238 추천 0 댓글 2

어제는 술기운에 못이겨 잠을 청했다.
삼삼오오 모여 웃고떠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홀짝이려니 눈치도 보이고, 청승맞아보여 시켜놓은 술을 섞고 쉴새없이 들이부었다. 순식간에 들이부은 만큼, 취기도 순식간에 올라왔고,어느새 엄지손가락움직일 힘만 남아있었다. 그자리에 앉아 당시 일어난 이해하기 힘든 일을 중구난방으로 써내려갔고 그녀에 대한 감정은 잠시 뒤로 미뤄졌다.

오늘은 술기운이 없어서인지, 낮잠을 잤기 때문인지 미뤄두었던 감정이 내 앞에서 설쳐대기에 도통 눈이 감기질 않아 일기를 써갈긴다. 해가 지면 어둠이 깔리면서 무력감이 덕지덕지붙는다. 그녀에 대한 생각은 대나무처럼 쑥쑥 자라나고, 난 대나무밭에 누운 무기력한 거인이 된 양, 피가 줄줄 새어도 그저 얕은 신음만 낼뿐 일어날 시도조차 하지않고 덤덤히 받아들인다.
술이 너무 먹고싶지만, 무슨 배짱으로 술값을 낸다 한것인지, 더치페이를 거절한것인지 하며 후회를 연거푸 들이킨다.

지난주의 모습을 그려본다.
나와 친구와 그녀.
난 조용히 재갈과 같은 맥주를 머금고, 친구와 그녀는 살가운 대화를 나눈다.
난 보리밭에서 처음 숨바꼭질하는 아이마냥 정말 꼭꼭 숨어버린것같다. 나를 찾다가 포기하고 집으로 가버릴 정도로. 하지만 나를 찾아주길 기대하면서 그들을 기다린다. 기다림은 곧 원망이 되고, 자책이 되어, 비스듬히 썰린 갈대가 준 상처와 함께 종아리를 베었다. 그리고 다시는 숨바꼭질을 하지않겠다 다짐하겠지.
소소하고 즐거웠던 두명의 대화는 끝이났고, 스스로 심장을 도려내며 버텼던 내 괴로운 시간은 술이 심장의 빈자리를 메워 주었다. 좀처럼 일정한 보폭을 그리기 어려웠고, 그녀는 나를 걱정해주었다. 착하디 착한 그녀의 마음은 내 등을 세게 후려쳤고, 난 응어리진 나의 감정을 게워내었다.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순간의 정적은 끝이 났음을 암시한다.
다시는 그녀의 웃음을 바로앞에서 볼수없고, 한바탕 웃으며 쓰러진 뒤 머리를 정리하는 모습도 볼수없다. 청아한 목소리로 불러주는 노래도 들을수 없고, 피식하게 만드는 아저씨개그도 들을수 없게 되었지.
난 빨간 여우가 그려진 가방을 볼때마다, 어깨에 닿기엔 살짝 짧은 단발을 볼때마다, 통통한 일본 고양이를 볼때마다 그녀가 생각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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