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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계속 읽어줄 사람있으면 쓰려구

ㅇㅇ(175.223) 2017.11.11 01:04:52
조회 172 추천 0 댓글 4

내 발밑에서 강물이 물고기의 은빛 비늘같이 하늘거렸다. 앞으로 조금 가자 찰랑거리는 물이 곧 나를 덮쳐올 것만 같아서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그냥 발을 약간 들어 올려서 앞으로 밀면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면서 저 차갑고 날카로운 강물에 몸을 담글 수 있을 텐데. 난 오늘도 이렇게 한 시간 가까이 머뭇거리다 집으로 돌아갈게 뻔했다. 그러기를 벌써 한 달 째였다.

한 달 전이었다. 어쩌면 일주일쯤 더 전일지도 모른다. 머리는 매일 감았다. 샤워도 매일 했다. 그날 아침에도 머리를 감았다. 난 아마 들떠있었을 것이다. 특별히 바디 로션도 꼼꼼히 더 많이 바르고 조금 진한 느낌의 향수도 뿌렸다. 화장도 더 공들여서 했다. 머리를 말리기 전에는 항상 부드럽고 따뜻한 냄새가 나는 에센스를 발랐었는데 까먹었다. 그래서 그날은 머리에서 내가 좋아하는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 아이와 같이 물을 튀기며 할 장난을 생각하자 속이 울렁거렸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그 아이는 깊고 진한 눈과 보드라운 머리칼을 가지고 있었다. 넓고 단단한 품과 끝없이 빠져들 것만 같은 웃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 아이가 웃을 때, 나는 그 아이를 보며 언젠가는 머리를 꼭 쓰다듬어 줘야지, 마음먹고는 했었다.

곧 나는 내가 물에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들어갈 수 없는 것인지 내 몸이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물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내가 물에 들어갈 수 있던 없던 간에 세상은 내 눈썹만큼도 바뀌지 않았다. 그건 참 슬픈 일이었다. 세상은 서로에게 중요하지 않은 일들로 꽉 차 있었다.

그 아이가 보고 싶었다. 방 안에 앉아 그 아이를 생각하면 금세 방이 온기로 가득 찼다 식어버렸다. 다시 차가워진 방이 내게는 너무 컸고 차가웠다. 커져서 무서워진 방에 눈을 감고 누워있으면 방이 무언가로 차올랐고, 빈 공간과 맞닿아 있던 내 몸의 모든 부분으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아이를 못 본지 한 달 하고 일주일, 아니면 이주일, 그쯤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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