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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메시지

배기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2.04 20:01:57
조회 130 추천 0 댓글 0

(어제) 오후 10:22 Z 어디길래 연락이 안 돼? 걱정돼.


A 미안, 내가 마음이 다시 이상해져서. 어디라도 잠깐 가서 혼자 있어야겠어. 알지, 나는 악질적인 부류의 사람이잖아. 다 널 위한 거니까 조금은 참아줘. 연락은 조금 힘들겠어.


Z 네가 그런 부류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는 거랑은 다른 문제잖아.


A 뭐가?


Z 걱정이 된다고, 내가. 여자 혼자 밤에 돌아다니다가 무슨 꼴을 당하려고 그러는 거야. 이해의 문제가 아니라 걱정이 돼서 그래.


A 그렇게 오랫동안 나를 다 이해해준다는 듯이 말하더니. 나를 남인 것처럼 생각하고, 그렇게 대하고 있네. 너도 내가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는 거지? 나, 지금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어.


Z 그게 아니고 걱정이 돼서,


A 말하고 싶었던 건데, 너는 착한 사람이 아니야. 착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지. 당신을 만나기 전에 만났던 남자들, 그 새끼들이랑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이 말 해주고 싶었어.


Z 그런 말은 좋지 않아.


A 아니, 지금도 봐봐. 가르치려 들지 마. 내가 다른 여자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도대체 언제부터 네가 나를 무작정 감싸주기만 하고, 여러 것들을 가르치는 입장이 됐는지 난 모르겠어. 역시 나는 혼자가 어울리나 봐.


Z 하루치의 짧은 여행이랬잖아. 오늘도 다녀온다고 생각할게, 조금은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A 아니. 하루치의 여행이니, 깊숙이 보고 싶다느니 그딴 말장난은 끝났어. 미안. 네게 큰 상처를 주고 있는 것 같지만, 이게 나야. 우리는 애초에 너무 달랐어. 너는 너무 착하고, 착하고 싶은 사람이고, 따뜻하고 둥글둥글한 남자야. 그리고 난 뾰족한데다가, 언제 터질지 모를 무언가를 안고 살아가는 불안한 여자야. 언젠가 우리가 말했지. 밤이면 우리는 그 어떤 사이보다 멀어진다고. 그래서 더 애틋하게 보고 싶어지는 거라고. 그 말이 어느 정도는 맞는 거야. 우린 애초에 너무 멀어. 알파벳 A와 Z의 사이처럼 끝과 끝인 거라고. 아무리 노력해도 처음부터 설정된 차이는 극복되지 않아. 그만 연락하자.


Z 어딘지만 말해줘.


Z 전화 좀 받아.


Z 나 옷 입고 나왔어. 이걸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전화는 아예 받지를 않으니까. 오늘따라 왜 그렇게 네 마음에 바람이 강하게 분 건지 모르겠어. 너는 모래 또는 바람 같거나, 깨끗한 물 같은 사람이라, 잡는다고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람이란 걸 잘 알아. 그리고 내가 말했지. 나는 너의 그런 면면들까지도 사랑한다고. 그리고 손으로 잡을 순 없더라도, 그 자체를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나는 아직도 믿어. 그래서 지금 네가 있을 어딘가를 찾아서 가보려는 거야. 알아, 확실히 이 행동은 무모해.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짓이기도 해. 왜, 나는 내 마음대로 좀 하면 안 돼? 언젠가의 대화에서, 너는 나한테 말했지.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내고 그 후에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는, 그런 숙명을 타고난 관계인 것 같다고. 그리고 서서히 서로를 닮아가는 짐승들 같다고. 맞아. 네가 나를 닮아갔던 것처럼, 나도 너를 좀 닮으면 안 돼? 나도 제멋대로 널 찾을 거야. 이 제멋대로인 사람아. 당신이 아까 나에게 말로 얼마나 큰 상처를 냈는지 아냐고. 도무지 혼자서는 처치 불가야. 나는 지금 이걸 감싸줄 네가 절실하고, 그래서 널 찾으러 다니는 거야. 아무리 매몰차게 밀어냈대도 상관없어. 내가 도로 밀고 들어가서 널 감쌀 거야. 우리는 알파벳 A와 Z처럼 멀다는 당신 말, 아예 틀린 말은 아니야. 그렇지만 나는 지금 네게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해. 알파벳 Z의 다음은 다시 A인 것처럼, 언제나 나 스스로를 넘어서고, 내 옆에 늘 시작으로 있어줘야 할 존재 역시 너야. 말장난 같겠지만 정말로 그래. 아, 아무리 생각해도 아까 네가 했던 말들, 정말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이 아픔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 역시 너야. 그리고 앞으로 내게 또 어떤 상처를 주든지, 난 그때도 널 감싸러 다가갈 거야. 슬슬 여름이 짙어져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밤중엔 제법 쌀쌀하구나. 너 역시 조금은 떨고 있으려나. 어디쯤에 있는 거지. 밤은 은근히 짧아서 시간이 허락해줄 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좋아했던, 그리고 우리가 함께였던 곳들을 찾아가볼 생각이야. 부디 거기에 있어줘. 보자마자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나 좀 안아줘. 말하지 않아도 그럴 거란 거 알아. 곧 볼 수 있으면 좋겠어. 아니, 볼 거야. 조금 이따가 봐. 깊숙이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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