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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어 골목으로 써본 자작 글

ㄷㄷㄷㄷㅇㅇㅇ(121.129) 2018.02.14 21:53:26
조회 190 추천 2 댓글 4

나는 유년 시절부터 유난히 큰 덩치 때문에 또래아이들 사이에서 놀림을 많이 받는 편이었다그 때문에 큰길보다는 골목길로 등하교를 하였다골목길은 큰길에 비해 등하교를 하는 아이들이 드물었고등하교를 할 때만이라도 놀림을 받지 않던 것이 좋았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그 놀림은 잦아들었고이제는 이 큰 몸집이 유도 선수를 하는 내게 큰 장점이 되고 있다하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큰길보다는 골목길로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습관이란 무서운 것 같다.

 

 그 사람을 처음 만난 것은 7월 15일 늦은 밤이었다그날은 시합이 며칠 남지 않아 늦은 시간 체육관을 빠져나왔다그리고 평소와 같이 골목길을 통해 집으로 가던 중한 커플이 키가 작고 아주 왜소한 사람과 싸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시합도 얼마 남지 않아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커플 측의 남성이 그 왜소한 사람에게 주먹질을 하려기에 발걸음을 멈추었다그 남자도 덩치가 꽤 있었지만 어려서부터 웬만한 남자들에게 힘으로 져본 적이 없던 나이기에 크게 겁이 나진 않았다어찌어찌 싸움을 중재하고 다시 집으로 가려던 순간, 누군가 내 소매를 붙잡았다그 왜소한 사람이었다도움을 준 내게 보답을 하고 싶다며 연락처를 물어보는 것이었다처음엔 나와 극도로 대비되는 마르고 왜소한 모습에 거부감이 들어 거절하려 했지만과거 내 모습을 떠올려보니 외모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아 연락처를 알려주었다그 사람의 이름은 김현진이라고 했다.

 

 며칠 후그 사람에게 연락이 왔다그날의 보답을 위해 식사를 대접한다는 것이었다크게 호감이 없었기에 만남이 달갑진 않았지만 성의를 봐서라도 나가기로 마음먹었다예상대로 우리의 만남은 어색한 분위기만 감돌았고 그 분위기를 참지 못한 나는 그날사건으로 화제를 돌렸다.

근데 그날 그 커플과 왜 싸우신 건가요?’

.. 그건 사실 그 여자의 본래모습을 남성분께 알려주려고 한거에요

본래모습이요?’

.. 그 여자가 제가 아는 남자애랑 사귀면서 그 남자랑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거든요근데 그 남자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서 제가 사실을 말해주러 갔는데 제 말은 믿지 않고 되려 화를 내지 뭐에요.’

..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런데 그건 당사자들끼리 직접 해결해야 하지 않나요현진씨가 굳이 그럴 필요까지야..’

그렇기야하지만 사내놈이 겁이 어찌나 많은지직접 말하진 못하고 끙끙 앓고만 있길래 제가 참지 못하고 말하러 간거죠 뭐..’

그렇군요..’

현진은 생긴 것과 달리 성격도 화끈하고 의리도 있어 보였다그 후 우리는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나는 큰 몸집으로 놀림을 받았다면 현진은 왜소한 몸집 때문에 놀림을 받았다고 했다그런 공감대 때문인지 나는 현진에게 점점 더 호감이 가기 시작했다.

 

 그 이후에도 우리는 몇 번의 만남을 가졌고만남을 가질 때마다 현진에 대한 내 감정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결국 나는 고백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다음날 저녁 식사 약속을 잡았다내가 먼저 고백하는 것이 그 사람의 모양새를 망가뜨릴 수도 있겠지만그렇다고 마냥 기다리기만 하기도 그랬다하지만 다음날 약속장소에 그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연락도 되지 않았다일주일이 지나도 마찬가지였다그렇게 한달 가량의 시간이 흘렀을 무렵나는 TV속에서 현진을 만날 수가 있었다.

뉴스속보입니다대치동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오늘 오후 4시경 부산에서 검거됐습니다범인은 30대 남성으로 피해자 OO양과 직장동료였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서울 강남 경찰서에 따르면 용의자 김씨는 피해자 OO양이 평소 직장내에서 자신의 외모를 비난하며 인신공격을 했던 것에 악의를 품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습니다."

 

 사건의 용의자가 그라는 것보다 피해자가 그날 골목길에서 만난 커플의 여성이었던 것이 나를 더욱 놀라겠다얼빠진 상태로 뉴스를 계속 보고 있다보니 문득 초등학교 시절 나를 놀리던 남자애들을 때려서 엄마가 학교에 끌려갔던 기억이 났다엄마는 그날 우리 딸이 아직 어려서 그런거니 한번만 용서해달라며 내게 맞은 남자애들의 학부모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었다과연 그때 정말 내가 잘못한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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