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말을 한다.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 사랑은 어디에 있을까. 바깥이란 어디 멀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주위 사방에서 지금도 끝없이 스쳐지나가고 있다. 사람의 목소리만 듣고서 종종 다른 사람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 말을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말이 스스로 말을 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만약 사람이 말을 하는 것이라면 그 사람의 말은 오직 그 사람만이 할 수 있으며 거기에는 혼동이 있을 수 없다. 

글 또한 마찬가지이다. 인터넷채팅방에서 오직 글자들만 보고 상대방이 누구인지 유추하는 것이 틀리는 경우가 있다. 

사람이 글을 쓰는 것이라면 설사 아무리 다른 사람이 마치 그 사람인 양하여 글을 쓰는 일이 있다하더라도 전혀 혼동이란 일어날 수가 없다. 

생김새 또한 마찬가지이다. 사람이란 생김새 자체가 스스로 자기를 드러내는 매개체일 뿐인 것이다. 

그래서 멀리서 보거나 뒷모습만 보고서는 그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이라고 착각할 수가 있는 것이다. 

목소리만 듣고 글만 보고 혹은 뒷모습만 보고 어떤 사람이라고 추측하는 것이 빗나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 속성들이 그 사람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거꾸로 그 속성들이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 사람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누가 누구의 이름을 사칭한다든지 누가 누구의 작품을 표절한다든지 하는 문제들은 아주 새로운 지점에서 다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이 세상에는 타인이 없다. 그

그래서 타인을 위한 자기희생적인 사랑도 있을 수가 없다.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사랑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사랑을 한 적이 없다.

말이 말을 하고 글이 글을 쓰고 소리가 소리를 내고 색깔이 색깔을 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