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에게 글을 쓰지 못한다. 

이렇게 나는 나를 곧바로 부정한다. 

내가 너에게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호칭과 격조사와 선어

말어미와 어말어미를 적절하게 결정하지 못하겠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는 나를 다시 배반한다. 

나는 이미 글을 네 문장이나 썼으며 

그와중에 호칭과 격조사와 선어말어미와 어말어미를 결정하였다. 

루아흐와 프리츠의 관계, 루아흐와 럭키메리의 관계, 루아

흐와 팅크왕자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또 각각의 모든관계가 뒤엉키는 모든 경우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그 모든 관계가 설정된다고 해도 그것으로 나와 너의 관계가 설정되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하여 우리는 결코 시작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치도 권력도 있을 수 없다. 

이것이 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도 글을 쓰고 루아흐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루아흐가

되어버린 까닭이다. 

루아흐는 대체 누구인가. 나도 궁금하다.

그런데 이렇게 궁금해하는 나는 또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