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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신인류앱에서 작성

◎◎(175.223) 2018.07.22 03:23:30
조회 233 추천 0 댓글 7




현수는 일상와중에 싱거운 의문들을 자주 스스로 선보이곤 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HOT와 COOL의 샤워수도꼭지를 마주할 때가 유독 그러했다. 이게, 왼쪽으로 돌려야하나, 오른쪽으로 돌려야하나. 이런 류의 일들은 단순히 생각을 안하면 쉽게 해결되는 일이다. 1초정도 나를 놓고 손을 믿기만 하면 무뎌진 신경이 대신 과거의 익숙함을 모색해 주었고 그렇게 돌려진 물줄기에선 조금의 기다림 후에 따뜻한 물이 나오곤 했으니깐. 그 날도 그렇게 가뿐히 머리를 비웠다. 그러나 물은 쉽사리 공기를 데워주지 못했고 여전히 얼음장 같을 뿐이었다. 현수는 처음에는 늘 말썽이던 보일러를 질책하는 둥, 옆집에서도 사워를 하고 있는가 보다는 둥 그것을 하찮게 생각했다. 그러던 현수를, 문득 스처가는 심오하고 중대한 의문.

혹시 내가 손목을 반대로 돌렸나?

현수은 다급히 허리를 ㄱ자로 엉거주춤 굽혀 알파벳을 확인했는데, 정말로 COOL 했다.

정말로 이럴 수가 있구나. 한번도 의문이 실제 문제가 된 적은 없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현수는 돌연 심각해졌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몸을 타고 흐르는 HOT을 원망하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이미 뒤틀려버린 물은 현수의 일상를 미지근하게 달구기 시작했다.
허탈하고 망연자실하게 샤워타월에 거품을 묻히고 있던 현수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치명적인 발견. 아뿔사, 그것은 바디워시의 싱그런 과일향거품이 아니라, 끈적끈적한 샴푸거품이었던 것이다.

도대체 오늘은 어떻게 되먹은 걸까.

이 또한 자주 부딪힌 의문이긴 했었지만 실제로 되먹어지는것은 망상속에서만 존재해왔지 손에 잡힐 정도로 생생하게 다가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한꺼번에 들이닥친 이 두가지 이상현상을 무슨 수로 해석해내야 할까. 진득해져버린 온 몸을 다시 씻어낼 쯤엔, 현수는 한 발, 아니 두 발은 앞서 본질적인 의문까지도 샘을 내고 있었다.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 이는 나라는 개인과 나를 둘러싼 세계 사이의 거대한 뒤틀림이 현현한 것이 분명하다. 내 일상의 불안정함이 내 육신의 한계를 넘어버린 것이 틀림없다. 아, 과연 나는 무엇을 바라고 있는 것인가.

특유의 진중함은 이미 현수를 동요시키다 못해 가득 감싸고 있었다. 초점이 잡혀버린 생각을 끊임없이 증폭시키는 것도 쉬운 일이었다. 그런 자신의 성향을 진심을 다해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처럼 여기고 내심 자랑스러워까지 하고 있었으니까. 샤워를 마무리 할 즈음이 되서는, 현수는 조그만 화장실 한 켠에서 스스로의 나약했던 인생을 되세기며 절대적인 존재, 신을 간절히 갈구할 지경에 이르렀다.

다음 날은 일요일이었다. 현수는 아침 일찍부터 몸 구석구석을 정성들여, 조신하게 다듬었다. 아침밥도 한입 한입 차분하게, 꼭꼭 씹어먹었다. 그러더니, 식탁에 다소곳이 앉아 어젯밤의 충격을 깊이 되세기더니, 무언가 중대한 결론처럼 보이는 것을 쓸어내렸다.

"앞으론 우리 동네 교회말고, 옆 동네 교회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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