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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뚝거리다앱에서 작성

밤밤(114.207) 2018.08.01 18:56:33
조회 146 추천 0 댓글 1

아이는 천진하게 달리고, 어른은 그를 우려한다. 우려하는 이유는 넘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고, 넘어질 것 같았던 이유는, 자신이 그리 뛰다 넘어져 봤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천진하게 달리는 이유는 넘어지지 않았기 때문이고, 넘어지지 않아서 천진하다. 

내가 어른이 된다면, 너희들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아서라고 말하는 것일까. 허나 달릴 수 있는 날에, 기꺼이 달려야만 도달할 수 있는 것들이 있지 않았는가. 이상을 위해서 뛰어야만 했던 날이 내게도 있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나는 기꺼이 달리고 또 넘어지고 스스로 일어나는 방법을 깨우치도록 두고 보아야 하는가. 이런 고민을 하는 순간에, 늙은 것이다.

지나온 발자국을 보면 서투르게 뛰어다니는 아이의 것보다 엉성하다. 고르게 찍히기는커녕 질질 끌린 자국이 흉하고 보폭과 보폭 사이가 불안정하다. 시간이 많이 흘러, 왜 다쳤는지조차 생각나지 않은 굳은 다리를 질질 끌며 걷고 있다. 늙었고, 또 망가졌다. 절뚝거리며 걷는다.

절뚝 거림의 의미는 양가적인 부분이 있다. 아파서 그리 걷는 것이고, 또 아프지 않기 위해 그리 걷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점점 더 절뚝이가 된다. 아프게 되고, 병이 든다. 그러나 또 아프지 않게 걷는 방법이 무엇인 줄 배워 그리 걷는 것이다. 그리고 또 이미 절뚝이고 있다면 언젠가 한 번은 넘어졌다는 이야기며, 우리는 또 곧잘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알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넘어지면 어떻게 일어나는지 알고 있음에도, 살펴 걷는 이유는 여러 번 넘어지면 다시 일어날 수 없으리라는 것조차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천친한 것들은 지면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가능성 모두를 걸고 뻗어 그 보폭이 일정하다. 나를 땅에 맞추지 않고, 땅이 내게 맞추라. 잘 뛰는 것들이 있다. 그들은 어디서 어떻게 절뚝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나보다 더 먼 곳에서 벌려둔 거리를 좁히지 않은 체 어떻게든 걷고 있을 것이다.

삶 안에서 망가졌다는 이야기는, 절뚝거리면서 걷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아프다고 말하기에는, 아프지 않기 위해서 이리 걷는 것이고, 피곤하다 말하기에는 쓰러져 죽을 수는 없어 여전히 걸어내야 한다는 것을 이미 내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정말로 늙어 버린 뒤에는, 내가 언제 어느 날 어떻게 넘어져서 어떻게 망가졌으며, 내가 왜 이리 되었는지조차 모른 체 다리를 절고 있을게다.

그런 뒤에 해보는 고민. 나는 아서라고 이야기해야 하는가, 너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서라도 더 성큼성큼 나아가라고 이야기해야 하는가.

아 그래. 나는 분명히 어느 쪽으로든 동시에 말했었다. 웃기지 마세요 아저씨. 내 갈 길은 내가 알아서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조심할게요. 명심하겠습니다.

어른은 누구나 대답을 가지고 있다. 그 말이 도대체 어떻게 써먹힐지 알지도 못하면서 대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던 어른은 그 대답과는 상관없는 어른이었다. 우려에는 사랑을 느끼고, 먼 곳을 지시하는 손에서는 힘을 얻는다. 만류와 응원이랄 것은 말해주는 바가 없었다. 좋은 어른은, 좋은 아저씨는, 그들이 가진 대답을 통해서 알려지는 것이 아니었다. 

어쨌든, 그 누구든 절뚝이며 걸을 것이다. 더 갸륵하게 절뚝이는 방법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내 중요한 순간들을 바치려 했는지. 내가 어느 날 어떻게 자빠트려졌고, 또 어떻게 일어났는지. 나의 그 역사는 너희의 것과 또 얼마나 많이 다른지. 그러나 나는 왜 너를 사랑해서 무언가를 되떠올리며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우리는 결국 함께 걷고 있다. 수만가지 생각 후에도 침묵 아래 말을 묻고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많은 것을 뒤로할 때 우리는 이미 많이 늦었지만, 많은 것을 마주해서는 종종 또 너무 많이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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