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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철학이샘솟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3.21 03:27:08
조회 173 추천 0 댓글 1


한 사내가 고개를 외투에 파묻은 채 걷고 있다.


고개를 파묻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누가 보기에도 매력적으로 보이는 외모이다.


그는 잘 빠진 정장에 검은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양복이 고급인 것인지, 아니면 사내의 홀쭉하고 탄탄한 몸에 잘 어울리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멀리서 보았을 때도 무척이나 세련되어 보인다.


세련되어 보이는 것은 겉모습 뿐이 아니다.

그는 아마 그가 걷고 있는 거리, 아니 도시 전체를 놓고 보아도

가장 우수한 능력을 지닌 남자일 것이다.


이미 약관 스무살의 나이에 인간의 심리를 날카롭게 분석하는 소설을 써서

세계적인 문학상을 수상했고,

이과 쪽으로도 재능이 있어서 대학생으로는 이례적으로 SCI급 물리학 저널에

양자역학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드물게 이성과 감성, 좌뇌와 우뇌, 과학과 예술성이 조화된 남자였다.

세계를 놓고 보았을 때도, 정신적 능력이 조화로운 사람을 찾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에게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지나치게 야심이 강한 엘리트주의자라는 것 뿐이다.

겉으로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한 척 미소를 짓지만,

속으로는 "이 바보들이..."하고 내심 경멸하고 있었다.


만약 훗날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무언가를

발표하는 인물이 있다면,

그 인물은 필시 이 남자일 것이다.


하지만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그가 그렇게 대단한 인물인지

아무도 모른다.


단지 뒤룩뒤룩 살이 찐 돼지들은

오늘 뭘 먹을지 바보같은 생각이나 하며 길을 걷거나,

오염된 쓰레기장에 널려 있는 폐품들을 모아서 만들어놓은 것 같은 인간들은

별로 보잘 것도 없는 생각을 하며 걷느라

이 남자를 못 알아보고 있을 뿐이다.


그는 세기의 천재요, 미래의 등불이다.


근데 유감스럽게도 길을 걷다가 맨홀 구멍에 빠져 죽었다.

맨홀 덮개의 크기가 직경 0.75M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무시한 어느 멍청한 공무원 때문이었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자는 소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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