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한 판.txt

집밥맛나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5.23 12:42:24
조회 127 추천 0 댓글 1
														


viewimage.php?id=21b4c423f7d32cb37cba&no=29bcc427b08a77a16fb3dab004c86b6f9262e0aa93b34405d16d02dbf6ce3d6cc5bdb2f63f00ac1ebd84fe16e0e567c39314c184ea801c958a78d700




'딱!'


어찌나 세게 내려쳤는지, 식탁을 타고 흐른 진동이 송영감의 손을 퉁 퉁 튀길 정도이다.
장기판이 부숴져라 내려친 정씨는 송영감의 눈치만 흘깃 보았을 뿐, 어떠한 말도 하지 않는다.


"거, 그리 나올게야?"


송영감이 언짢다는 듯 정씨를 다그친다. 이에 정씨는 미간에 내천자 주름이 진하게 뵐정도로
표정을 찌푸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송영감의 오른손이 가늘게 떨린다. 장기판에 놓인 알들이
그 여파로 같이 흔들거리고있다.


"장기 두는 사람 어디갔답니까?"


정씨가 조롱섞인 어조로 송영감을 보챈다. 송영감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그러나 송영감은 어떠한 대꾸도 하지 않고 눈동자를 움직여 장기판을 천천히 살핀다.

차가 다 죽었다. 그러나 정씨의 차는 모두 살아있다. 이 바닥에서 한 두 해를 버틴 송영감이 아니기에,
그는 자신의 패배를 어느정도 직감하고있다. 하지만 보는 눈이 많다. 질 수 없는 것이다. 아니, 지면 안되는 것이다. 송영감은 더 이상 장기판은 쳐다보아봤자 얻을 게 없다고 느낀 것인지, 상대인 정씨의 표정을 살핀다. 정씨의 침착한 얼굴. 하지만 송영감은 프로다, 정씨의 구레나룻 아래로 흐르는 작은 땀방울을 놓칠 그가 아니다. 송영감은 그간의 경험으로 미루어, 상대가 무언가 걸리는게 있다는 걸 알아챘다.

그때, 정육점 박씨가 작게 읊조린다.


"허, 시간이 벌써 이리되었나"


오후 7시 정각. 송영감의 입가에 알듯 모를듯 희미한 미소가 번진다.


'요놈 보아라....... 그래, 난 분명 이번판에 졌다. 하지만 일곱시 십분이 네놈이 잘 보는 티브이 방송 하는 시간이구나? 어디 한번 해보자. 티브이 없는 여서 네놈이 무슨 재간으로 버텨?'


송영감은 그러고 2분을 더 생각한 뒤, 아무 의미도 없이 포를 반대편으로 넘긴다.
정씨의 이마위로 전보다 더 큰 땀방울이 흐르기 시작했다. 승기가 다시 자신에게 기울어 옴을 송영감은 느끼고있다.
정씨는 송영감의 손이 장기알에서 떨어지기 무섭게 자신의 차를 돌격시킨다.


 거의 끝이 난 판이다. 그런대 왠걸, 송영감은 눈을 지그시 감고 아무런 반응도 하지않고있다.
이번엔 정씨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간다. 정씨는 조급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송영감을 재촉한다.


"영감님, 안둡니까? 끝이 난 걸 아시잖습니까?"


송영감은 감은 눈을 뜨지 않는 채 대답한다.

"참내, 거 아마츄어 처럼 왜그러는게야? 큰 판을 훑고있는걸 아직 모르나?"


정씨는 그런 송영감의 속셈이 뻔히 보인다. 안된다. 이건 도저히 안된다. 정씨의 어금니가 꽉 맞다물린다. 눈은 화기가 오른 것인지 붉고 촉촉하게 변해있다. 하지만 화를 내어선 안된다. 이 바닥에선 화를 내는 순간, 진정한 패배자가 되는 것을 그는 이미 알고있기 때문이다.


"영감님....... 내 오늘은 졌......"


정씨가 모든 것을 내려놓듯 매가리 없는 말을 내뱉으려는 순간, 눈치없기로 소문난 주유소 최사장이 문을 발칵열고 들어오며 외친다.


"여~ 오늘도 장기들 두시나? 얘 상중아, '불굴의 차여사' 틀어라! 내 맥주 사왔다 "


 최사장의 조카 상중이 장기판을 보다말고 컴퓨터를 향해 걸어간다.
정씨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보글보글 솟아오르고있었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1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84827 h가나에게 [1] 호ㅡ(37.228) 15.05.30 67 0
84826 방 안 날아드는 (183.99) 15.05.30 52 0
84825 카스트로 시팔놈 되길. 공ㅁㄴㅇ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30 77 1
84824 시- 여름 밤길을 걸읍시다 [5] 공ㅁㄴㅇ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30 170 1
84823 재능이 없는 것 같으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 [9] 사룬문탕(175.124) 15.05.30 370 0
84822 죽을까.. [5] 카스트로(183.108) 15.05.30 118 0
84821 사라진 문인들의 일생을 조명한다. [4] ㅇㅇ(125.132) 15.05.30 140 0
84820 미처 알기 전에 [2] 김춘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30 103 0
84815 저항이 없다면 삶도 없는 것 구울과몽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30 56 0
84810 나의 야망 [10] 구울과몽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29 186 0
84809 코스모시즘 호러 무비중에서 최고 걸작 [6] 구울과몽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29 383 0
84807 독특한 시집 추천좀요 [8] 김성재(117.111) 15.05.29 133 0
84805 문갤성님들! 토론에 대해 질문 있습니다! [2] ㅇㅇ(203.152) 15.05.29 94 1
84803 시배울려면 [4] 김성재(117.111) 15.05.29 96 0
84798 "이내" 와 "내외"를 구분합시다. [2] ㅇㅇ(223.62) 15.05.29 249 3
84797 이런애들은 연애 안했으면한다 [3] 박한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29 210 3
84795 으으 [1] 모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29 47 0
84794 깔짝깔짝대고싶다 [9] 모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29 108 1
84790 시인될려면 [2] 김성재(117.111) 15.05.29 80 0
84784 도를 아십니까 당했는데 진짜 깜빡속음... ㅋㅋㅋㅋ [7] ㅁㅁ(182.226) 15.05.29 142 1
84783 독특한 시집 추천좀 김성재(117.111) 15.05.29 84 0
84780 제가 진짜인거 인증함. [6] 공ㅁㄴㅇ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29 182 0
84778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 [2] 김성재(117.111) 15.05.29 108 1
84777 내가 어느새 늙은 아재가 되었다... [3]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29 104 1
84776 시 : 야구장에서 ㅇㅇ(61.98) 15.05.29 57 1
84774 자작시 PIPO(220.124) 15.05.29 52 1
84773 고닉 새로 팜 [7] 공ㅁㄴㅇ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29 150 1
84772 하...ㅎㅇ! PIPO(220.124) 15.05.29 33 1
84769 ㅇㅇ(203.226) [13] 공ㅁㄴㅇㄹ(203.226) 15.05.29 242 0
84768 폭력배 제거론 20150521 [2]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29 68 0
84767 내가 들은 나으 별명들 [3]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29 91 1
84766 캠퍼스 걷는데 [3] 공ㅁㄴㅇㄹ(203.226) 15.05.29 100 1
84762 악마 부자의 논리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29 44 1
84760 부자들이 인류 멸종시키는 과정 [1]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29 52 1
84759 세계문학은 무엇이어야하는가 [1] 아베(175.223) 15.05.29 49 1
84758 습작 - 선입선출 뿌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29 86 1
84757 도시구경 ㅇㅇ(210.223) 15.05.29 46 1
84754 ㄴ 보시오 [37] ㅇㅇ(178.162) 15.05.29 371 3
84753 103 오미타불이네 dd(124.53) 15.05.29 77 2
84752 문학의 가능성? [11] 뿌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29 182 1
84750 오미타불이든 흥엉이든 카스트로(183.108) 15.05.29 63 1
84746 인류의 미래는 연예노예다. [4]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29 119 1
84744 과연 공모전 원고 [2] ㅇㅇ(124.199) 15.05.29 123 1
84741 걷고 그리고 걷고 [3] 김성재(117.111) 15.05.29 102 3
84740 ㄴ과 눈깔의 한국문학에 대한 토론을 보고 느낀것 [1] 뿌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29 231 9
84738 문창과 꿈꾸는 놈들에게 추천하는 곳 [4] 123(121.133) 15.05.29 444 0
84737 알라딘 또 입금됐네요 [3] 스타쿠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29 105 0
84736 문창과 다니면서 느낀 점들 [123] ㅁㄴㅇㄹ(152.99) 15.05.29 2066 3
84734 안녕하세요? [6] 뉴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29 80 0
84731 나랑 가위바위보 하자 [1] ㅇㅇ(183.101) 15.05.29 55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