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요 세달 동안 쓴 시들. 약 20여 편.모바일에서 작성

공ㅁㄴㅇㄹ(203.226) 2015.05.27 02:00:44
조회 1830 추천 21 댓글 18

고닉 공ㅁㄴㅇㄹ가 진짜 저임.

시- 폐지 줍는 할머니 는 몇년 전에 썼던 건데
누가 자기가 썼다고 그래서 넣었음.
가끔 쓰는 글을 모아서 이렇게 올리니 좋네요.
봐주시는 분들 감사.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 어머니와 한 석봉


어머니와 한석봉,
나는 떡을 썰테니 너는 글을 써라.

어머니, 성씨는 띄어써야 하나요?
그래그래, 일단 불을 끄자

어머니와 한 석봉
떡.. 떡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 밤


궤적이 팽팽히 늘어난다. 빼빼마른 근육처럼 속 낱낱히 보이며 공기를 찰싹찰싹 때렸다. 비는 저와 맞닿은 실루엣에 길을 놓았고 그 위론 부싯돌처럼 불꽃이 튀었다.

빗속에 서있던 이가 먹은 쓰라린 물 맛은 기둥 위로 떠받치고 있는 먹구름 무게보다 더 아팠고, 조각난 물기둥의 파편은 온 몸 주름 위에 고스란히 얹혔다.

그 즈음을 지나는 갑씨의 손목시계 안쪽은 침몰하기 직전이었다. 시침을 박아둔 나사는 모가지만 남겨진 채 익사를 기다리고 있다. 시침은 이미 죽어 펄럭이고 있음을 뒤늦게 전한다.

비가 오면 이런 비극은 누구에게나 작용한다. 예를 들어 배달하는 청년의 오토바이 라이트를 마주보는 빗길은 무뇌아같이 밝은 웃음을 지으며 죽음을 벼르고 있다.

그렇게 빗줄기는 팽팽히 떨어졌다. 빽빽하게도 사람들을 감쌌다. 한 발 앞선 줄기조차 뒤따라오는 채찍에 산산히 부서지는 밤이었다.

그런 비의, 온도는 냉정한 파란색이었고 실상 속내는 회색으로 흐렸다. 없는 듯이 검은 하늘을 탁하게 구슬렸다.

땅이 울고 있었다. 눈물은 말할것도 없이 흘렸고 소리는 우렁찼다. 잠깐 앞에는 주름에 담고도 남은 눈물이 증발해 아른거렸다. 그러나 먹구름은 지독하게도 천둥처럼 소리치고 번개처럼 째려봤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 막걸리



여름밤 연못처럼 차게
여름밤 하늘 별빛처럼 시리게
마십니다 막걸리.

우주처럼 넓은 뱃속 광장
목넘김으로 흐르는 은하수.
그 안에 효모들이 살아요. 어디선가 나타난
개구리들처럼 어깨동무 군집 만들고
별빛처럼 빛나요. 크록크록 울지요.

광장 속.
소용돌이도 인상 쓰지 못하는
부드럽게 하얀 막걸리. 그 안에 개구리가
살구요,
턱 끝을 비틀비틀 걷다 떨어진
작은 연못. 한 방울 안에서도 크록크록 울어요.

크록크록. 외쳐요.
나도 입 밖으로
한 여름밤 개구리처럼 크록크록 외쳐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 만나러 가는 길


아빠차 타고 엄마 만나러 가는 길에
차가 잠깐 섰다

아빤 본네트를 열고 볼트를 조였다
아빠와의 거리가 고꾸라지듯 가까워졌다
고요한 아빠 냄새는 수증기보다 숨이 막혔다

에어컨에선 습한 바람이 라디오처럼 나왔고
그 소리에 나는 귀를 기대었다
바람 갯수를 세면서
시간이 바람타고 흘러가길 바랐다

핸드폰이 울렸었다
10여년 전 죽일듯이 던졌을 혓바닥으로
말을 한다
내가 처음으로 직접 듣는 둘의 대화는
영화 같았다
해가 영사기처럼 빛을 쏴주는 낮이었다

아빠는 어디 앞이냐는 말만 한숨처럼 반복했고
곧이어 스크린이 꺼졌다
나는 차문을 열었다
인사를 하고 아빠와 엄마 사이를 자꾸 맴돌았다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가장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 녹차를 마시는 방법



내겐 녹차 한 입 하는 여유가 있죠

체온같은 물 받고 나면
흰 줄에 묶인 그녈 치마처럼 들춰봅니다
치마폭이 펄럭이면
순면 아래로 부끄러운 잔털 흩어져내리고
악처럼 내지르는 비명이 홀로
물 속에 갇힙니다

나는 곧 그녀의 긴 머리칼로
붓처럼 이름 쓰고 한동안 쳐다보죠
너를 먹는 이름이다, 하며 말이에요
밀도 높던 신음이 그제서야 나를
받아들이고 은은하게 퍼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뜨거운 분위기가 연기처럼 몸 베베 꼬면
어느 정도 만족했는지 물어봐요
아직 덜이라는 눈치 주면 한 입 더 해주고,
한 입 더 해주고.

그래도 만족하지 못했다면
짙은 한이 이끼처럼 서린 가슴
주먹처럼 쥐어짜서 받아먹지요
신선한 핏방울처럼 머금은 물
혓바닥으로 핥아먹지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 너와 함께하는 동안은


등푸른 생선처럼
퍼렇게 미끄러지는 칼날로
고등어 머리 쥐어박을
사형선고처럼

묵직하고
능수능란하게
떨어지는 시선보다
잔인할거야.

동공을
외마디로 꿰뚫고
심장을 깔고 앉아
들어선 네 자태는.

긴장이 손바닥 뒤집어
하품 드러내면
한 올 공기의 꼬리 끌어당겨
입 속으로 집어넣는
능지처참.

시간의 척수가
철철 흘러나오는 그런 능지처참.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 follow me


해가 뜨고
해가 지며 달이 뜨고
달이 지며 해가 뜨고
해가 지며...

서로 따라가지만
겹치진 않는 간격.

오늘만은 달이
한 발자국 더 딛어
간격을 먹어버리고
서둘러 따라왔다

내가 빛나지 못하게.

달,
이런 시- 팔로미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 잎사귀


저격수가 여지껏 기다리던
타이밍보다 더 극적일거야

맞은 편 창으로 보이는
그녀 알몸.

점점 좁아지는 사타구니
한 점으로 모이길 바라며
선 따라 눈길을 주면

마침내 잎사귀.
정확히 가리고 있는 잎사귀.
이런 시- 잎새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 책상 위엔 아침이 계속돼요


계속 아침.
기지개가 아직
등에 남아있는 시간들.

퍼지는 전등빛엔
졸음이 몇큰술 섞였는지
나는 금방 간이 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 수컷 병아리 분쇄


수십 마리 병아리끼리 부대끼고
옆엣놈은 계속 바뀌어 누가 누군지도 모른다.
군중 속 혼자만의 행보.

누구도 그를 기억하지 못하는
그의 내면 같은 삶.순식간에 으깬다

그저 그런 것이 있었음을 나는 추측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 아침


숨소리 거친 어둠이
핏물처럼 뜨겁게 찢어지며
붉은 알을 낳았다는 소식.

오늘도 성실한 순산.
축하할만한 일이지만

알을 깨고 나온 아침은
갓 태어난 짐승의 시야처럼
내겐 너무 시려서,

눈 뜨지 못하는 아침.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 단백질 도둑


군 시절,
우리 중대 안에는 내 단백질 도둑이 있었다
티비에 나오는 여자 혹은 잡지, 이런 것들이 아니라
중대에서 같이 생활하는 병사.

그는 누굴까
얼핏 본 실루엣.
나도 몰래 몇번이나 내 단백질을 훔쳐간 도둑.
금녀의 공간, 군대.
목욕탕.
그 안에 내 단백질 도둑이 있음이 확실하지

그는 조각처럼 단단한 몸을 가지고 있을거야
핏줄은 선명하게 보일거고, 턱선은 날카롭겠지
나는 매일 목욕탕을 돌며 내 단백질 도둑이기 위한 자격이 있는 남자를 찾았었지

그러나 쉽지 않아
밤마다 내 단백질 도둑을 생각하며 잠들었지
내 단백질을 먹는 그의 모습 생각하면
열이 오르고, 혈압은 강력해졌어
아마 그는 땀을 비오듯 흘린 후에야 단백질을 먹었을거야
한입 가득 물고 진득하니 삼켜버렸나.
설마 입이 아닌 다른 곳으로 먹었을 수도 있을까? 아깝게.

밤마다 되뇌이며 이미 감은 두 눈을
한번 더 질끈 감고
읏! 아아~...! 작은 신음을 내는 게 하루의 마지막이었지

나쁜새끼... 내 단백질 보충제, 월급 모아서 산 비싼거였는데.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 여름 손님


봄가을겨울엔 그러지 않더니
여름엔 낮만 되면
미로처럼 서있는 건물 능선을 타고서
능구렁이 한마리 기어들어와요

창문이 뜨거운 독 한번 걸러주면
여전히 긴장에 식은 땀 흘리긴 하겠지만
눈도 마주칠 수 있고
더운 듯 안 덥지요

음음,
아마 이 정도면 체온 조금 웃돌거야.

방 안에도 건물이 많이 서서
어느 사이로는
햇빛이 개구장이처럼 기어들어가서
벌레들 부끄러우라고
치마폭 들춰주기도 하지만
여긴 너무 좁은걸요.

큼지막~한 동굴 속에만
그것도 머리만 집어넣고
두 눈으로 훽 비춰보고 끝이야.

여긴 여전히 어두워요,
땀만 흐르게 됐죠 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 새벽길


새벽길은 하늘 너머만 환하고
하늘은 속처럼 검다

눈꺼풀이 누르는건
아래 방향,
지구가 구르는건
시계 방향.

어둠 짊어지고 나선 걸음
쇠젓가락처럼 까딱거리다가 틀어지고
기억 없이 나아가면

눈알은 꿈틀대면서도
그림자 드리우는 줄도 모르고
잡아먹힐 뻔 하기도.

일찍 일어나는 건
그렇게나 위험하다,
우리들은 한낱 애벌레처럼.

망막 저 편에 걸린
자투리 꿈은
하품처럼 사소하게 왔다가
갔다가 와서
머리카락의 가지 끝에서
앙상하게 흔들린다

다시 눈알이 구른다
햇빛은 지구 등 밀어 굴리고
지구는 시침처럼 돈다

하늘이 등 뒤로
햇빛 서서히 공개하면

우리들 속눈썹엔
햇빛 얹혀 조금 더 무겁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 짝사랑


눈 벌건 대낮에
황소 얼굴을 하고선
눈 깜짝 못할 새에
네 등짝 도끼질 내고
그 속에 들어앉겠다

뱃가죽 북처럼 두들기며
네가 베온 알들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내가 사랑하던 심장.
그 핏방울까지
빨아먹고
살가죽 안에서 핥아먹고
손가락 안쪽까지 낼름거렸으면,

움직일 기운
없어질만치
배를 채운다면
그때서야 만족하겠다

아직 벌건 대낮에
네 몸 속
들어앉아
바깥 향해
너 사랑하노라
선언하겠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 먼지


빈 집.

한동안 폐쇄된 흔적이
소복이 쌓였습니다
흐르지 못한 시간이
마침내 침전한 것입니다

그들은 힘껏 부스러져도
흙처럼 바닥에 눌러앉을
공백 찌꺼기.
당신은 이토록 당당하게 뿌리 내린
굶주림의 씨앗을 본 적이 있었던가요?

원래는.
원래 그들은 꼽추의 목젖처럼
숨어있었을 겁니다
누구도 쉽게 발견할 수 없었을 겁니다
차갑게 떨어지는 햇살의 칼날,
그 날에 비치는 우연에서야
모습을 드러내는 수줍음이 있었으니까요

나는 이제서야 발견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동안
그들은 무리지어 허공을 기어다니며
닿는 곳마다 발 들이밀고
빌어먹기 급급해졌던 겁니다
곯은 뱃속에 수줍던 눈썹
모두 떨어뜨리고 악착같이 모여
매케한 눈빛으로 누군가를 기다린 겁니다

당신은 그런 눈먼 시선으로
화려한 소멸을 만들지 마세요
그들은 방에 가둬두기엔 너무 많습니다

혹여나 그러다간
폐부를 찌르는 반김에
헛나올 기침을 하고서야
보답을 받았다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이미 그들의 끗발은
모든 벽에 묻어있으니까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 폐지 줍는 할머니



내 새끼,
개새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 어젯밤 나는


어머니는
귓등 뒤로 들어가
홀로 집 짓고
고즈넉이 살았다

바람이 치근덕대면
그저 귀가 얇아
시리도록 찢어질 뿐이었다

그래서 찬바람
다시 불면

내 잔에는
어머니의 복수가
얼음처럼 빛나고

입 안에 털어넣으면
메마르지 못하며
흐르는 것이었다

소화가 잘 안됐을 터였다
이제 막 울려던 참이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 비틀어진 가족


나 어릴 적
계모 눈칫밥 먹고서 낚시 따라가면
손수 쪄오신 닭고기
꼭 아빠 앞에서야 엄마손으로
먹기 좋게 찢어 입에 넣어주셨다

그때 그 입 안에 풍기던 계모 손 냄새는
엄마 말 왜 안듣냐며 회초리 때린 종아리
그 핏자국보다 더 억울하고.

남의 둥지에 알 낳고 도망가던
뻐꾸기조차 우스워 죽는
그런 가려운 풍경이 아직 머리 속에
바퀴벌레처럼 우글거리는 다리로
뇌 밟고 기어다닌다는게 역겹고.

남들에겐 아름다워 보일
원점까지 비틀어진 가족의 사랑.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 선물


헤어졌던 어머니
찾아
십년을 같이 살고나서야
당신의 후회를 듣는 것.

날카롭게 쏘아버리고
그냥 마는
말이 아니라

인생을 돌아보며 하는
천천히 살을 여며가는 통곡.

곡소리는 공기마저
여며가다가
모가지 밑에서
칼춤을 몇번이나 추다가
착실히 내게로 왔다

귓바퀴를 맴돌다
밑으로 흘러내릴 게 아니야

뼈 구석 어딘가에든지
걸쭉하게 걸터앉아 있다가
꿈 속에라도 들어갈 그런 말.

우린 그 뒤로 자주 만났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 배달의 민족


나 어릴적
우리 아빠는
사랑을 꾸려메고
배달 나가셨다

아직
안 들어오셨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 개 사랑


개가 새끼
키운다

고놈도
몇년 안 산 새낀데.

피 안 마른 머리로
새끼 키우자니 힘들어
아주 온 힘 쏟는다

주제에 또
젖 물릴 식구는 많아서
치매 할망처럼
말도 안되는 힘을 내버린다.
하루종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 취조실에서



동공 속
불 켠 형사가
당신만 환하게 비춥니다

긴장하세요
당신은 모서리 없이 어둔
상자 속에 들었고
귀에 걸린 안경 속에
풍만히 확대됐습니다

이제 당신은
표정으로 거짓을 속이지 마세요
정말 콩 심은 데 팥이 난 겁니다

혈압
강력합니다
혈관이 볼록해요
어지러이 돈다면
땀구멍이나 돌려서
닫으세요
등줄기로 비가 내리면
형사 바짓가랑 적십니다

전압
강력합니다
정수리로부터 내려치는 벼락은
온몸에 가지친 전깃줄에
스며들도록 놔두시고, 침착하세요
환상통처럼 살아나는 저림
외면하시고요

서툰 숨소리
눈알의 옆구리에 붙여두지 말아요
무게추가 기울면
눈덩이처럼 구르며
의혹 불어납니다
혹여나 시선에서
비명이 파생됐다면
당신 귓속에
점처럼 오목하게 가두세요

골똘히 모인
형사의 신경이 포착하자마자
독수리 부리처럼
집요하게 쪼아댈지도 모르니까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추천 비추천

21

고정닉 0

24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이슈 [디시人터뷰] 웃는 모습이 예쁜 누나, 아나운서 김나정 운영자 24/06/11 - -
85269 lana del rey - blue jeans 뿌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03 96 0
85268 송승언 시 좋나요? [6] 김성재(125.139) 15.06.03 232 0
85267 무인 시스템 [2] ㅋㅅㅌㄹ(183.108) 15.06.03 63 0
85266 오전의 빛, 사각지대 [2] ㅋㅅㅌㄹ(183.108) 15.06.03 84 0
85265 현대문학 녹색광선 [1] ㅇㅇ(211.105) 15.06.03 220 0
85264 [3] 김성재(125.139) 15.06.03 81 0
85263 방류 [3] 김성재(125.139) 15.06.03 61 0
85261 녀자 알몸과 대량살상무기 [2] (183.99) 15.06.03 190 0
85260 하루하루 [5] (183.99) 15.06.03 85 0
85259 수취인불명 [2] 김성재(220.124) 15.06.03 147 0
85258 맞는 거 같다.꼭 얼굴도 못생긴 년들이 지랄들을 해요. 지랄들을. [5] 즐갤러(183.101) 15.06.03 140 2
85257 보아하니 1939가 다구리를 당한 거 같은데. 즐갤러(183.101) 15.06.03 70 0
85256 뭔 일 있었냐? 즐갤러(183.101) 15.06.03 41 0
85250 자작시 평가 부탁드립니다.(장갑의 향방) [1] 로고(223.62) 15.06.03 140 0
85248 남자친구의 일기에 이별시나리오가 쓰여있다.. [1] 로고(223.62) 15.06.03 140 0
85246 ㄹㅎ 아재 뉴욕 가서 앤 해서웨이 봤어? [2] ㅇㅇ(223.62) 15.06.03 113 0
85244 여기 다 예술병(病) 걸린 사람들 맞죠? [3] ㅇㅇ(223.62) 15.06.03 149 0
85243 배고프면 술먹어 [5] (183.99) 15.06.03 91 0
85242 ㄹㅎ아저씨 학원차리세요 ㅇㅇ(223.62) 15.06.03 75 0
85241 ㅋㅋㅋ와 밑에 영화,문학 얘기로 지랄 났었넼 [1] ㅇㅇ(223.62) 15.06.03 88 0
85240 벌레한테 물린 데 (183.99) 15.06.03 65 0
85238 헤르만 헤세 - 안개 속에서 [3] (211.36) 15.06.03 116 1
85236 난 다른 일엔 화가 잘 안나는데 [2] ㅇㅇ(39.7) 15.06.03 87 0
85235 향수 ㅇㅇ(14.33) 15.06.03 62 1
85233 이제 유동닉 다 ㅇㅇ로 합의보자 [1] ㅇㅇ(107.167) 15.06.03 87 1
85232 누우니까 외롭다.. 카스트로 (183.108) 15.06.03 42 1
85231 어휴 좆망갤 한 번 훑어보니 카스트로(183.108) 15.06.03 62 0
85230 내 드로잉 ㅁㅌㅊ냐? 카스트로(183.108) 15.06.03 75 0
85229 미스에이치 [3] ㅇㅇ(107.167) 15.06.03 91 2
85228 새벽 동안 주절거릴 문갤러들에게 [2] 카스트로(183.108) 15.06.03 136 0
85227 사실 제가쓴건데 진지하게 평가좀 해주세요! [6] 이리(115.137) 15.06.03 132 0
85226 새벽작업은 좆이나 빨라고 하고 카스트로(183.108) 15.06.03 46 0
85225 키아 젠순형님 왕년에도 꽃미남이었노 [1] 카스트로(183.108) 15.06.03 81 0
85224 유튜브 찾아보다가 ㅋㅋㅋㅋ 카스트로(183.108) 15.06.03 58 0
85223 문학으로 표현할수 있는 언어보다 [52] ㅇㅇ(223.62) 15.06.03 262 0
85222 카스트로야, [2] ㅇㅇ(211.212) 15.06.03 84 0
85221 크 본조비 미만 잡 카스트로(183.108) 15.06.03 33 0
85220 공감하지 못할 글을 써도 나는 존재해도 되나요 ㅇㅇ(211.212) 15.06.03 38 0
85219 Miss.H는 칭찬해주면 부끄럽다고 하고 욕하면 미안하다고 하고 이건 뭐 ㅇㅇ(211.212) 15.06.03 64 1
85218 그래도 용기 내서 게시물을 좀 길게 써봤는데 아무도 댓글을 달아주지 않네 [2] ㅇㅇ(211.212) 15.06.03 64 0
85217 미스에이치 너무 귀엽다 [2] 고통(175.223) 15.06.03 69 0
85215 Rammstein - Wo bist du 카스트로(183.108) 15.06.03 28 0
85214 이뿌니의 시4 이뿌니(223.62) 15.06.03 63 0
85213 독일어는 분노의 언어가 맞다 카스트로(183.108) 15.06.03 46 0
85211 세상에 글이 부연설명할수록 구차해지잖아, 이거 해결 방안 좀요 이 시대의 ㅇㅇ(211.212) 15.06.03 40 0
85210 독일산 메탈의 정석 카스트로(183.108) 15.06.03 51 0
85209 글을 쓰는 사람들은 노래도 참 좋아하나, 아님 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좋아 [1] ㅇㅇ(211.212) 15.06.03 58 0
85208 NIN - The Hand That Feeds 카스트로(183.108) 15.06.03 31 0
85207 어, 러시아 간다던/살다던 그 사람이 저 김뽀송이였구나 나, 채팅방에서 [2] ㅇㅇ(211.212) 15.06.03 101 0
85206 NIN - All The Love In The World 카스트로(183.108) 15.06.03 33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