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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갤문예 도전작 - 자유에 대하여모바일에서 작성

뿌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6.10 15:01:08
조회 225 추천 5 댓글 8

푸른 하늘이었다. 반투명하고 넓게 퍼진 구름은 하늘색 도화지에 예쁜 그라데이션을 덧칠했다. 마치 구름에 하늘 그린 듯 하늘에 구름 그린 듯 자비로운 햇살이 이끄는 한산한 거리를 나는 걸었다. 걷다가 목이 말라 마침 눈에 들어온 구멍가게에서 캔커피를 하나 샀는 데 입구 옆의 구석에 노끈으로 묶여있는 고양이가 하나 있었다.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나온 듯 애매한 회색으로 온 몸을 덮고 우울한 눈으로 허공의 어딘가를 주시하고 있는 녀석은 분명히 사랑의 포로였다. 그러나 그 사랑의 잔인한 구속은 이 작은 동물을 더욱 외롭고 우울해보이게 했다.  나는 그 옆에 걸터앉아 녀석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지쳐 있었는지 녀석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고 우리는 마치 오랜 친구처럼 그렇게 앉아있었다. 이 녀석도 처음에는 이렇지 않았을 것이다. 자유롭게 건물들의 틈새나 자동차의 아래 틈새사이를 넘나들며 쫓는 눈길들을 조롱하듯 그렇게 도도하게 회색도시를 거닐었을 것이다. 녀석은 어쩌면 목줄없이 자유로운 나를 보고 부러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재화와 노동의 구속력은 그 어떤 물리적인 구속보다도 강하고 영구적이었다. 지금의 내 모습은 진정으로 내가 원하던 모습이었을까? 아니,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를 신경쓰는 이상 이미 구속은 시작되었다. 부모님 등에 업혀 세상만물에 손가락질을 하며 질문을 하던 그 시절이 지나고 나면 욕구에 솔직하고 그에 충실하게 따르던 삶은 어느새 추억으로 오래된 일기속에서나 발견되곤 했다. 이제 내가 꿈꾸는 진정한 자유는 내 손을 완전히 벗어났다. 그러한 자유는 이제는 마치 쇼생크의 감옥을 탈출한 앤디처럼 우연한 기회에 모험적으로만 찾아올 것이다. 만약, 그 때가 오면 나는 자유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을까? 잘모르겠다. 나는 주변을 살폈다. 구멍가게 주인이 보고있지 않은지 확인하고 조용히 노끈을 풀었다. 파란 하늘을 닮은 이 녀석이 무너진 담장을 넘어 배수관을 타고 날개달린 듯이 훨훨 날아가버리면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날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녀석은 왠지 뚱-하니 그 자리에 앉은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녀석을 감싸들어 내려놓고 궁둥이를 손바닥으로 툭 툭 치니 녀석은 오히려 구멍가게 입구 문지방을 깔고 앉아 점거해버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저 껄껄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래, 어쩌면 모두 훌훌털고 떠나버리는 것이 능사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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