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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해야겠다

S(223.33) 2015.06.23 02:06:15
조회 98 추천 0 댓글 2


너는 페이지마다의 옅은 물자국처럼 내 삶에 어른거린다
한 장을 넘기면 곧바로 멈출 것만 같은 불안한 연쇄 속에서
나는 우울의 껍질을 한 겹 벗겨내본다,
자살해야겠다 그 말의 너머에는 아무 것도 없다 거울미로처럼
서로를 투영하는 수많은 불행은 기만은 몽상은 나를 죽음의 곁으로 내몬다

정중앙에 무한히 가까워지는
가까워지기만 하는
자살해야겠다

나는 다시 숨을 내쉬고 그렇게 잠깐을 더 버틴다
살기 위해 죽어가는 잉걸불처럼
희미한 질문

어째서 나는 고요히 썩어드는가

물음표가 따라붙기도 전에 너는 벌써 내 머릿속을 짓밟고 있다
우울은 다시 그렇게 번져나간다 별들이 낮에 보이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숨는 탓이 아니다 다만
해가 너무 밝을 뿐이다 너도 그렇다 너는 아득한 까마득한 빛이다 그 멀기만 한
이름조차 떠오르지 않는 어느 외제 승용차의
정원이 있는 널찍한 주택의
모두들 알 법한 대학 졸업장의 네 명의로 되어 있는 상가 건물의 찬란함에 좌절하는 동안
네 시계는 

내 하루보다도 비싼 내가 결코 느낄 수 없을 1초를 째깍이는 것이다 나는 되뇌인다

해의 곁을 스치는 혜성 한 올처럼
자살해야겠다

열등한 게 아니라 평범할 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슬퍼질 때가 있다 참을 수 없을 만큼 눅눅해질 때가
우울할 필요가 전혀 없는데도 나는 자주 그렇다
그럴 때면 네게 전화를 건다 그리고 곧바로 끊는다
절망에서 자라난 절망을 탓하기에 우리는 너무 멀리 있다
시계바늘이 한 걸음을 옮길 때 나는 세 달을 뛰어넘는다
끼니를 건너뛰고 잠을 줄이고
일을 하나 더 구해야만
그 시간을 겨우 움켜쥘 수 있다
숨가쁠 정도로 내달려야 그렇게 내 곁의 사람들을 훌쩍 앞서나가야
잔영이 겨우 손끝에 잡히는 너 나는 울지 않는다
멈춘 동안 네가 사라질 것만 같으니까 나를 기다려주지 않을 게 분명하니까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자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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