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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필) 도로 위의 좆냥이

ㄴㄴ(58.235) 2015.09.25 21:43:16
조회 221 추천 0 댓글 4

아침. 야겜 엔딩곡을 들으며 버스 정류장에서.


자발없는 시선이 가닿은 6차선 도로 한복판. 웬 좆만한 새끼 좆냥이 한 마리가 구더기실장마냥 꼬물꼬물 기고 있었다.


처음엔 저 좆멍청한 미물놈이 위험한지도 모르고 도로를 가로 지르려 한 것인가 생각했다.


그러나, 어딘가 다친 것인지, 단순히 새끼라선지는 몰라도 아기의 걸음마에 비유할 수 있는 놈의 느리고 불안정한 걸음으로는


출근길, 끊임없이 왕래하는 차량들로 혼잡한 와중에 무려 세 개의 차선을 건너가기는 어려울 거라는 생각에 미쳤다.


무엇보다 놈은 어느 순간 그곳에 갑자기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놈을 기르기 싫었거나 지겨워진 학대파 하나가 차를 타고 지나다 쓰레기 투기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놈을 내버린 모양이었다.


걸음이 불안정한 까닭은 그때의 낙상 때문인 듯했다.


그것은 유기라기보다는, 명백히, 사형 언도에 가까운 것이었는데,


거기엔 어떤 죄과도, 법적 구속력도 없었지만 나는, 그리고 저마다 가늘게 뜬 눈으로 놈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기왕의 판결을 시정할 수 없었다.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었고,


놈과의 거리는 너무 멀었다.


물리적 거리든 심리적 거리든.


첫 번째 차는 놈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갔다. 


사람들이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짐짓 가슴을 쓸어 만졌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


어디 조금쯤 적극적인 사람이 왜 없을까마는,


군상에 섞여 있을 그들은 적어도 이 경우 적극성이란 가증스런 위선이 될 뿐임을 알고 있는 듯했다.


왜냐하면 놈의 죽음은, 유예된 것도, 임박한 것도 아니고 


위험천만한 도로 한복판이라는 공간, 그리고 다음 차가 굴러오기까지의 짧은 시간의 결합이 만들어놓은,


침범할 수 없는, 밀폐된, 잔인한 시공간 속에서, 예견됐고, 결론이 났으며, 벌써부터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시선만이 공허하게 놈을 쫓았다.


그렇게 모든 사람의 암묵적 승인 속에서 두 번째 차는 흠잡을 곳 없는 부드러운 주행으로 다가왔고, 


놈의 시공간이 차 그림자 아래로 축소된, 그, 찰나.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무기물이 대로에 나뒹굴고 있었다. 


처음엔 깔끔 맨들맨들한 콘크리트 도로 위에 꺼림칙한 화농 같은 저것을 누군가 얼른 치워줬으면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트럭이 지나고 난 뒤에는 더 이상 생각하기 싫었다.


다행히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했고 나는, 그리고 사람들은 분주히 그 자리를 떴다. 


버릇처럼 손잡이에 이마를 기대고 세상에는 중단할 수 없는 일들이 종종 있다, 고 알량한 해석을 했다.


버스가 출발했다. 야겜 엔딩곡이 끝나고 씹덕 겨냥의 발랄한 여성 보컬이 뒤이었다.


밀착하고 있었으므로, 누군가 들킬까 염려해 볼륨을 낮췄다. 


도로 위의 좆냥이는 없다. 나는 좆질하고 있었다. 야! 기분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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