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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한번 봐주세요~

메롱(112.140) 2015.10.04 00:35:23
조회 88 추천 2 댓글 1

[가슴 앞에 칼을 쥐고 있을 때, 어떤 것도 헛되이 내 이름을 부르지 못하게 하리라.]



'다이무스, 너는 위대한 홀든가의 장남이다. 그에 맞는 책임감을 가지거라.'

'다이무스, 냉철한 판단력을 가지고 행동해라.'

'다이무스,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가지거라.'

항상 잠을 자고 일어나면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아버지의 당부. 막중한 책임감과 시리도록 냉철한 판단력, 강철같은 신념. 아버지가 내게 요구한 홀든가 가장으로서의 마음가짐이다. 허나, 언제였을까. 나는 그것이 부질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래, 5살 어린 막내 이글이, 아무렇지 않게 내 특기를 순식간에 베껴보인 때였던가. 아니, 3살 어린 둘째 벨져가 나를 추월해 신속의 묘를 깨우친 때였던가.

생각해보면 지금 헤아린다고 헤아려질 것이 아니다. 나의 두 동생은 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천재였고, 나는 그저 가문의 이능을 받고 태어난 범재였을 뿐이니까.

아침마다 수련하는것은 중단세, 정자세 일검. 나에게는 이 일검밖에 없다.

절망은 수없이 많았다. 좌절하고 또 좌절하며, 계속해서 좌절했다. 소리없이 마음속으로 곱씹으며 두 동생의 모습을 두 눈 똑똑히 새겨두었다. 나는 저 둘을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으리라. 너는 절대로 저렇게 될 수 없다, 포기해라. 나 자신에게 수천 수만번 속삭였다. 내게 절망은 이 검만큼 친숙한 존재였다.


"형아! 이거 봐라!"

한발을 내딛고, 빠르게 발도. 그리고 한 지점에서 막힌듯이 정지. 저 멀리서 터지는 충격파. 완벽한, 장작쪼개기.

"이글."

"나 잘했지? 잘했지? 히히."

"나쁘지 않구나, 이글."

충격을 받은 마음을 겉으로 표현치 않았다. 나는 홀든의 맏이. 장차 가주가 될 자. 흔들림을 보이면 안되니까. 흔들리면,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게 되니까.

그날, 나는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연무장에서 밤새 훈련하며 참철도의 손잡이에 내 피가 맺히고, 온 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러대는 듯한 착각이 들 무렵, 장작쪼개기의 실낱같은 실체를 잡아내었다. 나는 먼저 시작해서 이글의 뒤를 좇아야만 했다.

그리고 약 일주일이 지난 후, 또다시 이글이 내게 왔다.

"형아, 형아! 나 좀 봐!"

또 무엇을 보여주려는지, 거합태도를 들고온 이글. 나는 그 사랑스러운 동생의 몸짓이 무서웠다. 멈추게 하고싶었다.

"이글."

그러나 내가 이름을 말하자마자, 나의 동생은 또다시 보여주었다. 지독히도 아득한, 재능의 차이를. 이글의 발도술속에 변화의 묘리가 깃들었다. 저것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완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영원히 저것을 따라잡지 못할것이라고, 직감했다.

"헤헤."

칭찬해주기를 바라는, 착하디 착한 그 얼굴에 나는 내 감정을 뱉을수 없었다.

"아직 멀었다, 이글. 완성시켜라."

나는 그저 엄격한 형일 뿐이다. 그래, 형일 뿐이었다. 절대로 이글과 같은 속도로 이 길을 걷는 경쟁자가 될 수 없었다. 그 후로도 나는 수없이 많은 절망을 맛보았다. 이글은 가문이 생긴 이래 최고의 천재였다. 나는 이글의 발치에도 못미쳤다.


"형은 너무 느려."

벨져가 아직 성인이 되기 전,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

"그리고 움직임이 투박해. 품위가 없어. 좀 더 품위있는 섬세함을 익히는건 어때?"

벨져의 검은 빠르면서도 정확했다. 나에게는 없는 것이었다. 검의 빠르기에서도, 섬세함에서도 나는 그에게 뒤떨어졌다.

"나에게는 나의 검이 있다, 벨져."

나는 그저 그렇게 말할수밖에 없었다. 나의 고집이라는듯, 나의 신념이라는듯. 나의 능력부족을 인정하지 못했다. 속으로는 뼈에 사무치도록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굳건함을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형, 왜 은행원이 된거야? 나와 함께 기사단으로 가지 않고."

벨져는 나에게 의문을 표했다. 그는 아직 모르는 것이다. 내 재능의 부족함을.검의 재능이 부족한 나는 생각보다 서무쪽의 일에 능력이 있는 모양인지 꽤 어려운 은행원 시험을 쉽게 통과했다. 그래, 검은 내 길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후, 몇주정도가 지났을까. 이글과 벨져를 내보낸 아버지께서 나를 부르셨다.

"다이무스, 이리로 오거라."

꽤나 엄숙한 목소리셨다. 평소보다 더 중압감이 느껴지는, 심각한 어조였다.

"예."

철썩이라기보다는, 쾅에 가까운 소리와 함께 시야가 움직였다. 내 몸이 그대로 문을 부수고 벽에 부딪혔다.

"네 이놈! 신념을 굽히다니, 내 가르침을 잊은게냐!"

나는 부어오른 볼을 만져볼 생각도 못하고, 볼품없이 나동그라진 내 몸을 추스를 생각도 못한 채, 그저 고개만 들어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일까? 무슨 일일까? 나는 생각했다. 수련은 제대로 하루 네시간씩 성실하게 하고 있었다. 겉으로 나약함을 내보인적도 없을 것이다. 무슨 오류가 생겼던 것일까.

"검 끝이 흔들린다! 힘이 빠져있다는 증거다! 너는 검에 둔 의미를 거두었느냐!"

생각이 멈추었다. 나의, 길. 검에 둔 의미. 거두어버린, 안타까운 절망들.

"나는 분명 너에게 가장 큰 기대를 걸었다고 했다! 너는 홀든가의 장남이란 말이다!"

"제게는 재능이 없습니다."

담담히 말했다. 북받쳐 오르는 것은 무시했다. 나는 강철같은 외면만큼은 벗지 않겠노라 속으로 다짐하고 있었다.

"네 이노옴..!"

아버지는 참철도를 들고 펄쩍 뛰어 내게 다가왔다.

"검에 의미가 없다면, 네 인생은 이미 죽은 것이다. 살아도 살지 못한 인생따위, 이 애비가 거두어주마!"

"어찌하란 말입니까!"

무너져버렸다. 나의 외면마저도. 엉망진창이 된 속내가 터져나온다. 고름이 터지듯, 시커먼 생각들이 입을 통해 흘러나온다.

"절대적인 재능의 차이를 눈앞에서 목격하는 자의 비참함을, 아버지는 알고 있습니까? 벨져도, 이글도, 따라잡을수가 없는 거인처럼 성장해버립니다. 무거운 책임과 냉철한 판단력이 다 무어란 말입니까. 강철같은 신념이 무슨 소용입니까. 재능이 없는 신념은 공허한 울림 뿐일진대."

캉, 찰그락. 아버지가 참철도를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또다시 시야가 제멋대로 날아갔다. 뒤늦게 생각난 것은, 반대쪽 뺨의 얼얼함과 그 전에 들린 쾅하는 소리. 다시 고개를 들어 아버지를 찾았다. 나를 내려다 보는 눈이 경멸에 가득차 있다. 이전과는 달리, 얼마간의 안타까움이 깃들었다.

"일어서라. 그렇게 검의 길에 자신이 없느냐?"

"저의 검은 날카로운 정확함도, 보이지 않는 신속도 없습니다."

"못난놈. 동생들을 시기하다니, 이 못난놈!"

시기하고 질투하는것이 아니었다. 다만, 나의 깊은 절망은 그들과 나의 격차, 그리고 나의 한계를 한없이 생생하게 깨닫게 해주었다.

"저는."

"듣기싫다. 입 다물고 일어서라, 다이무스 홀든!"

풀네임을 부른다. 의절하시려는것일까. 홀가분해지겠군. 짐을 내려놓기 위해 일어섰다. 두번이나 아버지에게 뺨을 맞으며 뇌가 흔들린것인지, 제대로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비틀거리며 일어난 내게 아버지가 말했다.

"홀든의 이름으로 사사한다! 검을 들어라!"

"-홀든."

나는 홀린듯 검을 들었다. 내게 남은 긍지는 없었다. 그저 깊은 절망에 에워싸여 껍데기뿐인 겉모습마저 아버지에게 깨져버렸다. 그러나, 홀든의 이름에 나는 움직였다. 아버지가 나에게 사사하는 검이 무엇이든 상관없었을 것이다. 나는 결국에 그것을 받아들이고 말았을테니.

"너는 홀든가의 맏이다. 그 책임감을 검에 싣고, 냉철함을 검에 싣고, 강철같은 신념을 검에 실어라. 그리하면 네 검은 한없이 무거워질 것이다. 신속이 무어냐, 예리함이 무어냐. 너는 홀든의 가장이 될 자다. 강철같은 신념으로 모든 것을 베어버리거라."

아버지는 자신의 검을 잡고, 일검을 흩뿌렸다. 지독하게도 아름다운 발검이었다. 다시금, 절대로 따라잡지 못할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 맹세해버리고 말았다. 다시 검에 의미를 두고 말았다. 신념을 되찾아버리고 말았다. 홀든을 짊어져버리게 되고 말았다.


그래, 결국 그때 나를 가장 가벼이 여긴것은 나 자신이었다. 동생들도 나를 받들었고, 아버지는 나에게 기대를 걸고 있었다.

나 자신에 대한 신뢰를 다시는 잃지 않을 것이다. 홀든의 신념은 변치 않을 것이다.

"가슴 앞에 칼을 쥐고 있을 때, 어떤 것도 헛되이 내 이름을 부르지 못하게 하리라."

한없이 무거운 일검이 내 앞을 갈랐다. 한없이 무겁기에, 그 누구보다 빠른 쾌검이었다.




묘사가 부족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좀 과감히 태클 걸어주시면 좋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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