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롱함. 또 잠시 귀를 기울여보는 조용함. 얼마나 잔 것일까. 아직 반쯤 감겨진 눈꺼풀을 짓누르는 빛. 그래서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는 따뜻함.

배가 무척 고팠다. 분명, 정오가 넘어간 것이겠지.

언제쯤 눈을 떠야할까. 조금 고민해 보았다. 몇번 뒤척이다보니 잠은 이미 멀리 달아나있었지만.

몽랑함을 떨쳐버리듯 기지개를 켜다가. 불현듯, 기분나쁜 불안감이 머리를 스친다.

눈을 감은채 되짚어보았다. 가늘게, 고르게 내쉬어지는 숨결. 부분부분 끊어진 어젯밤의 꿈. 그것은 악몽이었을까. 기억에 남아있는 작은 꿈의 조각들은 결국 답을 내리지 못한채 흩어져 버렸다.

지금에야 생각해보건데, 꿈을 기억한다는 것은, 정말로 쓸모없는 일이 아닐까. 어쩌면 나는 지금 게으름에 대한 핑계를 대고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분명 기분나쁜 꿈이었다. 숲에관한 악몽과 이야기. 이야기들. 쉿, 조금씩 소리죽여 다가오는 남극. 북해의 빙국과, 그.

그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