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변왕추.
이 씨발련아.
계급장 떼고 붙자.
따라 나와.
이 씹새끼야.]
변왕추는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쾌흥태의 말에 잠시 침묵하다가
"큭... 크큭...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
큰 소리로 온 대대가 울리도록 폭소하기 시작한다.
"니놈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 내는구나.
주제도 모르는 앗쎄이끼가 미쳐가꼬...
오냐, 좋다.
오늘이 니 제삿날인줄 알그라!"
그리고는 곽말풍의 전화기를 악력으로 부숴버린다
"지금 내가 하는 말들 그대로 전달해라.
전 인원 대대 창고로 집결한다.
거기서 쾌흥태를 조진다."
"""악! 알겠습니다!"""
얼마 뒤, 대대의 실세층 해병들이 모두 모여들어 변왕추의 지휘 아래 대대 창고로 향하기 시작한다.
한편, 창고에선 후임층 해병들이 일사분란하게 창고 뒷 쪽의 쪽문으로 빠져나간다.
쾌흥태는 조용히 창고 구석구석을 눈에 담고 있었다.
마달필과 심통덕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쾌흥태를 바라보며 말한다.
"흥태야, 넌 어쩌려고 그러는거야?"
"맞아, 지금이라도 같이 도망쳐서 해군 사람들에게 도움 요청하면..."
"아니."
같이 도망치자는 동기들의 말에 쾌흥태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대대장인 곽말풍을 조져버린 인간이다.
뒤도 없이 기본적인 규칙마저 재껴버린 변왕추에게 해군 의무병 몇명이야 우스운 먹잇감일 뿐이다.
여기서 자신이 그들을 상대하여 전우들이 있는 곳으로 가지 못하도록 저지해야 한다.
이 악질 선임들은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끝내야 한다.
특히 변왕추의 경우, 확실히 끝내버려야 한다.
쾌흥태는 심통덕과 마달필에게 종이 하나를 건내준다.
"내 걱정은 하지 마.
여기 이거 받아.
의무대에 도착하는 즉시 여기있는 번호로 전화해."
연락처를 받아든 심통덕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한다.
"나는 이번에도 도움이 되지 못하네..."
쾌흥태는 그런 심통덕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한다.
"아니, 넌 이미 엄청난 도움이 됐어.
이 놈들의 주의를 끌어서 빈틈을 만들어 줬잖아?
그리고 결정적으로, 넌 전우를 구하고자 행동했잖아?
그건 통덕이 니가 이미 한 명의 '해병'으로써 완성되었다는 증거야."
"흥태야..."
"곧 놈들이 들이닥칠거야.
어서 의무대로 가서 도움을 요청해 줘.
모든 전우들을 구해내는거야.
알겠지?"
심통덕과 마달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비장한 표정으로 쪽문을 나선다.
쾌흥태를 제외한 사람들이 모조리 빠져나간 창고는 적막과 비바람 소리만이 흐를 뿐이었다.
쾌흥태는 아까 전 쓰러트린 실세층 선임들을 창고의 주 출입구쪽으로 끌어다 모아놓는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쾌흥태는 기척을 느끼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변왕추가 부하들을 이끌고 창고로 들이닥친다.
가둬두었던 후임들은 온데간데 없고, 창고의 주 출입구 앞에는 후임병들을 감시하던 부하들만이 처참한 몰골로 쓰러져 있었다.
나란히 줄지어 엎어져있는 모습을 보니 일부러 보란듯이 갖다 놓은게 분명했다.
변왕추가 어딘가에 숨어있을 쾌흥태에게 외친다.
"마! 니 좀 치네!"
그와 동시에 갑자기 창고의 모든 조명들이 동시에 소등된다.
창고안은 어둠과 적막, 그리고 바깥에서 들려오는 비바람 소리 뿐이었다.
변왕추는 낮은 소리로 웃으며 말한다.
"큭... 잔대가리 굴리고 자빠짔네.
셰끼... 그칸다고 그기 얼마나 갈꺼같노!"
주변을 잠시 둘러본 변왕추가 부하들에게 수신호를 보낸다.
"다들 흩어져서 찾아 보는기다.
이 앗쎄이끼 분명 이 안에 있을끼다..."
"""악! 알겠습니다."""
변왕추와 그의 부하들이 빠따와 각목, 오함마와 사시미 등으로 무장한 채, 발소리를 죽이고 창고를 수색하기 시작한다.
오귀자 해병이 안쪽 공사 자재들을 모아놓은 구역을 뒤지고 있다.
-빠지직!
"...이게 뭐야?"
바닥에 맛동산 부스러기가 흩뿌려져 있다.
그리고
-위잉!
-푸욱!
"끄어어억!"
오귀자 해병의 전우애 구멍에 호이스트의 갈고리가 박히고 그대로 위로 끌어올려진다.
그렇게 도달한 랙의 꼭대기 층.
장구류들을 담은 박스 사이에 쾌흥태가 호이스트의 리모컨을 든 채로 무심한 눈빛으로 갈고리에 메달려 대롱거리고 있는 오귀자 해병을 바라본다.
마치 맹수가 잡아놓은 사냥감을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는 듯 한 모습이다.
"새끼, 기열."
쾌흥태의 읊조림에 오귀자의 눈이 공포로 물든다.
"꺼윽... 끄허윽... 따흐흑...!"
오귀자 해병의 눈빛이 점점 흐려지더니 이윽고 눈이 뒤집어지며 그 상태로 축 늘어진다.
상자들 사이에 서 있던 쾌흥태가 다시 그림자 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우달식 해병이 창고 곳곳을 둘러보던 중 바닥에 무언가가 흩뿌려져 있는것을 발견한다.
역한 냄새가 나서 살펴보니 대변과 소변이 섞인 맛동산 부스러기다.
"어떤 새끼가 여기서 똥 오줌을 지렸..."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거기엔 피도 섞여있다.
그리고 위쪽에서 무언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우달식이 위를 올려다본다.
오귀자 해병이 갈고리에 전우애 구멍이 꿰인 채 거품을 물고 똥 오줌을 지리고 있었다.
-퍼억!
"으억!"
우달식은 갑작스럽게 다리에 강한 충격을 느끼고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진다.
그 틈을 타 누군가가 그의 입을 틀어막고는
-푸욱!
"뜨흐흑!!!"
우달식이 들고있던 각목을 빼앗아 그대로 전우애 구멍에 틀어박는다.
우달식은 고개를 돌려 자신을 습격한 인물을 확인한다.
"새끼, 기열."
쾌흥태가 무표정한 얼굴로 우달식을 바라보고 있다.
우달식은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여 어떻게든 쾌흥태에게서 벗어나보려 하지만 쾌흥태는 악력으로 우달식을 누르고는 각목을 더 깊이 찔러넣는다.
"뜨흐으으으으으으으으!!!!!!!
뜨흐흑..."
우달식의 입을 틀어막은 쾌흥태의 손 사이로 거품이 흘러나온다.
쾌흥태는 손을 털고선 다시 조용히 그림자 속으로 사라진다.
윤병팔 해병이 부식을 모아놓은 구역을 둘러보고 있다.
건빵봉지가 든 박스들을 살펴보던 중, 뜯어져있는 박스를 발견한다.
상자 안을 들여다보니 한가득 부어놓은 맛동산이 눈에 들어온...
"맛동산이 왜 여기에...?"
"새끼, 악기바리 실시."
갑자기 튀어나온 쾌흥태가 윤병팔의 머리를 거칠게 붙잡아 맛동산이 든 박스에 쳐박고는 윤병팔이 들고있던 빠따를 낚아채 둔부를 사정없이 내려친다.
"으읍...! 끄으으으으읍! 으으으읍!!!"
윤병팔이 비명을 지르려고 입을 벌릴 때 마다 맛동산 무더기가 입 안으로 들어오고 날카로운 부스러기들이 윤병팔의 입 안을 헤집어놓는다.
-푸욱!
"뜨흐으으으으으으윽!!!!!
뜨흐흑...!!!"
"새끼, 기열."
마무리로 빠따를 이용해 윤병팔에게 '전우애'를 실시하고는 그를 끌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모기식 해병이 군용 텐트를 쌓아둔 구역을 살펴보고 있다.
잘 접혀 정돈되어있는 텐트 천들 가운데 유독 한 부분만 늘어져 커튼마냥 아래쪽 선반을 가린 부분이 눈에 띈다.
살펴보니 천의 가운데부분이 살짝 튀어나와있다.
모기식은 혹시 누군가가 숨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늘어져있는 텐트 천을 슬쩍 걷어본다.
입에는 맛동산을 한가득 집어넣고 눈을 까뒤집은 채 입과 항문에서 피를 흘리고 쓰러져있는 윤병팔이 있었다.
"어헉...! 이런 씹!"
모기식이 소스라치게 놀란다.
윤병팔을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손을 뻗으려는 찰나
-푸욱!
"따흑!"
-푸욱!!
"따흐악!!"
-푸욱!!!
"꺼흑!!!"
-푸욱!!!!
"꺽...!!"
-푸우욱!!!!!
"따흐흑...!"
숨어있던 쾌흥태가 텐트의 지주핀으로 모기식에게 사정없이 '전우애'를 해준다.
"새끼, 기열"
모기식은 다리 힘이 풀리며 그 자리에서 힘없이 녹아내리듯 쓰러진다.
"아이고 흥태야, 니 여기있었네?"
"...!"
갑작스레 뒷쪽에서 변왕추의 목소리가 들린다.
-퍼억! 깡! 깡!
쾌흥태가 재빨리 몸을 돌려 방어자세를 취한다.
변왕추가 휘두르는건 각목이나 빠따, 심지어는 사시미 따위도 아닌 크고 우람한 그의 '포신'이었다.
간신히 공격을 막아냈지만, 마치 쇠파이프로 맞은 듯 한 엄청난 격통이 공격을 막은 팔뚝부위를 통해 온 몸으로 전해진다.
"으딜 도망가려 하노?!
뒤지뿌라!!!"
변왕추가 맹수같은 기세로 포신을 휘두르고 쾌흥태는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여 변왕추의 맹공을 피한다.
쾌흥태는 주변에 있던 텐트 천 하나를 집어던져 변왕추의 시야를 가리고는 재빨리 그림자 속으로 숨어든다.
"이런 흘러빠진 앗쎄이끼가... 어디로 숨었노!!!"
변왕추가 성난 황소마냥 주변에 포신을 휘두른다.
"마! 니들 지금 뭣들 하고 있나?!
고작 앗쎄이끼 하나 못잡아서 빌빌거리고들 있나?!!!
퍼뜩 잡아오라고!!!!!"
"""악! 알겠습니다!"""
변왕추의 닦달에 실세들의 움직임이 더욱 다급해진다.
한편, 몸을 숨긴 쾌흥태가 부상당한 부위를 살핀다.
'변왕추... 역시 만만치 않은 놈이야.'
팔뚝에 느껴지는 고통도 상당했지만 처음 맞았던 어께는 마치 칼에 베인듯 한 상처가 생겨있고 그 사이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쾌흥태는 근처에 놓여있던 다리미를 집어들고 가스토치로 철판 부분을 달구기 시작했다.
-치익!
"흐읍..."
그렇게 달궈진 다리미로 상처를 지혈한 뒤, 주변을 살피다가 말통에 담긴 휘발유를 발견한다.
쾌흥태는 휘발유를 바닥에 붓고 철사와 토치를 연결해 함정을 만들어 놓는다.
이반남 해병이 창고 가장자리쪽의 랙을 살피며 이동하던 중 저 멀리 반대편에서 오고있는 동료 남근왕 해병을 발견한다.
남근왕이 이반남에게 바닥을 가리킨다.
철사와 토치가 연결되어 있었고 그 주변에는 기름으로 보이는 액체가 고여있었다.
아마 저 철사에 발이 걸리면 토치를 작동시켜 불을 붙이는 함정일 것이다.
남근왕이 이반남에게 말한다.
"이거 조금 전에는 없었어.
이 아쎄이 새끼 분명히 이 근처에 있을거야.
잘 살펴봐."
이반남이 고개를 끄덕이고 남근왕은 뒤돌아서 다른 구역을 수색하러 간다.
이반남이 뒷걸음질로 주변을 경계하며 주변을 살피던 그 때
-스윽, 턱!
무언가가 그의 전우애 구멍에 닿는다.
이반남은 너무 놀란 나머지, 오히려 그 자리에서 굳어버린다.
이반남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한다.
쾌흥태가 전동드릴을 자신의 전우애 구멍에 조준한 채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새끼, 기열."
-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띨따구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갑작스러운 비명소리에 남근왕 해병이 황급히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뛰어오지만, 그곳에는 이미 전우애 구멍에서 피를 쏟으며 쓰러져있는 이반남과 피묻은 전동드릴 하나만이 놓여있을 뿐이었다.
조봉삼이 진압봉을 들고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쾌흥태도 진압봉을 손에 쥐고 주변에 숨어 그를 지켜보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땡그렁!
랙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던 수통 하나가 바닥에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낸다.
조봉삼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새끼, 기열."
-푸욱!
"끄억!"
쾌흥태가 재빨리 달려들어 조봉삼의 전우애 구멍에 진압봉을 꽂아넣는다.
하지만 변왕추의 최측근이라는 것이 장식은 아닌 듯, 그 자리에서 쓰러지지 않고 전우애 구멍에 진압봉이 박힌 채, 곧바로 손에 쥐고있던 진압봉을 휘둘러 쾌흥태에게 응전한다.
조봉삼의 순간적인 공격에 쾌흥태가 간신히 몸을 비틀어 피한 뒤, 조봉삼과의 거리를 벌린다.
"끄윽... 요 쓰벌것의 아쎄이 새끼가 말이여...
젖꼭까리 까질때꺼지 허벌라게 빨아 재껴야 하는디!"
그리고는 손에 들고있던 진압봉을 던지고 자신의 포신을 꺼내들고는 입맛을 다신다.
변왕추 만큼은 아니어도 충분히 위협적인 상대였다.
조봉삼이 달려들어 쾌흥태를 향해 포신을 내려찍는다.
조금 전의 부상탓인지, 쾌흥태는 평상시라면 손쉽게 제압 가능한 상대라고 여기던 조봉삼에게 고전한다.
"변 해병님께서 그러코롬 경계하시길래 얼마나 대단한 놈인가 했드만, 좆도 없는 아쎄이였구마잉."
어느 순간 쾌흥태와 조봉삼이 서로 엉기면서 바닥에서 뒹굴다가 조봉삼이 쾌흥태의 위로 올라타 포신에다 체중을 싣고 변왕추를 위협한다.
"아쎄이, 전우애 실시."
조봉삼이 악마같은 미소를 지으며 쾌흥태를 내려다본다.
쾌흥태는 양손으로 조봉삼의 포신을 붙잡고 저지해보려 하지만, 그의 포신은 점점 자신의 눈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쾌흥태가 눈을 돌려 옆을 바라본다.
조금 전, 조봉삼이 던졌던 진압봉이 놓여있었다.
판단을 마친 쾌흥태는 재빨리 한 쪽 손을 뻗어 진압봉을 집어들고는 그의 전우애 구멍에 또 하나의 진압봉을 박아넣는다.
-푸욱!!!
"끄어억!!! 어흑...!
따흐흑!!!!!"
조봉삼은 온 몸에서 힘이 빠진 듯 그대로 고꾸라진다.
"허억... 허억...
새끼... 기열."
쾌흥태는 자신의 위에 엎어진 조봉삼을 옆으로 치워놓고 몸을 일으켜보려 하지만 너무 지친 나머지, 그로기 상태에 빠진 듯 몸이 말을 듣질 않는다.
근처에서 발소리가 들려온다.
'제기랄...!'
쾌흥태는 원망과 분통이 섞인 눈빛으로 가만히 천장을 응시한다.
그리고는 생각에 잠긴다.
다들 무사히 의무대에 도착했을까?
마달필과 심통덕은 연락을 넣는데에 성공했을까?
만약 자신이 지금 여기서 쓰러지면, 이 악질 선임들은 부대원들에게 무슨 짓을 할까?
쾌흥태는 의식이 점점 멀어져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누군가가 쾌흥태에게 팔을 뻗어 그를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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