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연평도 사태 때 철원 포병 썰풀께. (약스압)

각키(175.214) 2017.04.10 22:00:10
조회 7679 추천 101 댓글 8

요새 전쟁이다 해서 다들 심란한 차에 옛날 기억도 나고 해서 쓴다.

난 09군번이고 올해 예비군6년차야. 오래전 일이라서 기억이 다소 정확하지 않아도 고려해서 읽어줘~


사단이랑 부대는 밝히기 뭣하지만 난 k-55자주포 포병이었어. 내 기억에 그때 비상나고 이랬던게 한 겨울쯤이었던 것 같은데(크리스마스 즈음) 

분대장을 좀 일찍 단 바람에 3포 분대장이었고 포지션은 사수. 포병 갤러들은 알겠지만 한 포대에 여섯문에 포가있고 그 중에 3포가 중심이야. 나는 브라보(2포대)였는데

당시에 브라보 3포가 군단기준포였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당시에는 에이스여야 한다 뭐 이런 압박감도 많고 해서 짜증났던 기억도 있고 자부심도 있고 뭐 그랬었지.


포대는 '비사격'이라는 훈련을 매우 자주 해. 그러니까 비사격이란 대충 말하자면 , 실제 사격은 하지 않지만 전시라 가정하고 적 타격지점 제원 받아서 모의사격 하는 절차를 말해.

포수 출신들은 공감하겠지만 그 비사격이 넘나 귀찮아서 이골난 사람도 많고 어느정도 짬이 차면 대충대충 가라로 하는 경향도 다분하지.


비상 떨어진 날, 당연히 전 포대원은 비사격인줄 알았고, 방송 듣자마자 여느때처럼 포상으로 내려가서 방열(조준) 완료하고 있었는데 문득 공기가 다른걸 느꼈어.

퇴근했던 간부들 전원 복귀하고 FM으로 실탄적재 준비하고 하는 거 보면서, 아 이거 장난이 아니구나 했었지.

우리는 나름 최전방이라 방열지점이 북한쪽 포대(이름은 정확히 기억안남)을 조준하고 있었고(아마 고폭탄,백린 어쩌고 순이었던것만 기억나네) 이북에서도 정확히 우리를 조준하고 일상을 지내는 뭐 그런 상황이었어. 근데 이게 실제상황이 되니까 기가 막힌거야.


누가 먼저 끈을 당기면 ( K9이랑 다르게 K55는 똥포라서 사격끈을 걸고 1번포수가 직접 당겨야 발사) 반대쪽은 죽는거지. 이게 실감나니까 확 겁도 나고 그러더라.

어느덧 해도 지고 밤이 늦었는데 상황대기는 하염없이 계속됐어. 이래뵈도 분대장이어서 잔뜩 쫀거 가오때문에 티도 못내고 후임들 달래주고 먼저 집에 안부전화 넣어주고(이 안부전화라는게 분위기가 거의 죽기 전 출사표 수준이었음) 난 시간없어서 전화도 못하고 하여간 좃같았음.


화포라는게 30톤가량의 쇳덩이라서 여름에는 찜통 밥통이고 겨울에는 냉장고가 따로없어. 겨울에 화포서 자본 사람은 알거다. 거기서 밤새 방열한 채로 대기하는데 잠도 안오고 별의 별 생각 다들더라. 솔직히 왜 내가 군대에 있을때 이 지랄이 날까 싶기도하고 그랬지. 그렇게 며칠이 흘렀어. 밥도 실전처럼 한명이 경계서며 부식 담아오면 위장하고 쳐먹고 생활관에서도 못자고 그렇게 일주일은 살았던 것 같다. 그 때 참 많이 했던 생각이 뭐였냐면


밖에 뉴스나 이런걸 보면 참 태평하고 다들 일상생활하면서 잘 살고있다는 거였어. 지금 이 순간에도 아마 군 내에선 초비상일지도 모르지. 아니 아마 그럴꺼야. 눈에 선하다.


사태가 좀 누그러졌나 싶었는데 어느날 낮에 군단장이 찾아오더라. 일개 병이 군단장 얼굴 볼일은 참 없는데 외진 독립포대인 우리 부대 위병소로 진입하드만 우리 포상앞에 내려서 사격준비 실태 점검하더라고. 아니나 다를까 군단 기준포인 우리 3포와서 나 쳐다보면서 하는 말이 아직도 기억나네.


주저하지 말고 당겨라. 자신있나? 


이렇게 물어보는데 뭐랄까 군단장의 포스도 느껴지고, 갑자기 1도없던 애국심이 들끓었지. 크게 예 자신있습니다. 라고 대답하고 

아 나는 이제 대한의 영웅이 되리라는 마음으로 지내는데, 

아니나 다를까 상황종료.


지금 생각하면 참 허무하고 그랬던 일이지만, 당시에 느꼈던 (아주 간접적이지만) 전쟁임박이라는 공포가 참 무섭더라.


최전방 포병들은 뒤가 없어. 서로가 조준방열 하고있는 상태에서 개전되면 무조건 죽는다는 걸 너무나 잘알고 있어. 우리의 목표는 뭐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오산에서 전투기 뜰때까지 5분 버티는거다 이런 말도 있고 했는데 , 따지고 보면 틀린말도 아니었지.




지금 상황이 정확히 어떤건지 우리같은 양민은 누구도 알 수 없을거야. 그래도 최근 10년안에는 가장 큰 위기가 아닐까 싶다. 전방 부대들 아마 초비상일거다 진심.

그러니까 주위에 복무하는 군인애들 있으면 전화라도 한번해주고 힘내라고 해줘.


그리고 전쟁 진짜 안났으면 좋겠다! 다들 힘내라.

재미없는 글 읽어줘서 고마워.

추천 비추천

101

고정닉 15

4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주위 눈치 안 보고(어쩌면 눈치 없이) MZ식 '직설 화법' 날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9 - -
280444 35kw급 레이져 무기 빨리 개발해 기갑에 장착해야함 ㅇㅇ(172.104) 23.09.23 303 10
280185 한국vs일본 전쟁 [7] 부갤에온신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09 886 12
279696 kf-21 요즘 계속 시험 비행 하고 있나? [10] Trex(175.198) 22.08.26 2510 24
278539 한일간에 전쟁 절대 못일어나는 이유 [18] ㅇㅇ(222.233) 21.12.07 6546 52
278017 무인기가 발전 하면 전쟁의 양상은 어떻게 변할까 [2] ㅇㅇ(119.195) 21.06.29 1556 31
277959 전쟁 나면 = 최약체 무기부대 부터 쳐들어가는게 ㄹㅇ 임 ? ?????? [15] 최강최약???(211.36) 21.06.12 4476 17
277769 한국군 망함 [5] ㅇㅇ(218.238) 21.04.23 5538 38
277392 다음 중 상태가 막장인 순서는? [3] ㅇㅇ(223.62) 21.02.11 1536 17
277369 인도네시아 잠수함 통수(?) 요약좀 [5] ㅇㅇ(58.227) 21.02.06 2371 15
277186 중국해군이 개좆밥인 이유 : 마데인차이나 마데인(115.41) 21.01.04 2063 32
275708 여성징병제 도입해야 한다 [7] ㅇㅇ(203.226) 20.01.14 2379 41
273958 3사 개빡대가리 좆문사관 셰끼들 [9] 사막의라이온(110.14) 18.07.27 4980 47
연평도 사태 때 철원 포병 썰풀께. (약스압) [8] 각키(175.214) 17.04.10 7679 101
271373 여군 대령 출신, 여성징병제 인터뷰.jpg [31] ㅇㅇ(1.210) 16.12.27 11043 165
271372 여성징병제 DC토론 엑기스 참고해.jpg (feat.이시영) [28] ㅇㅇ(175.214) 16.12.27 4552 39
269082 여성징병제를 주장하는 여대생 from이화여대.txt [26] from이화커뮤(113.30) 16.04.11 6622 152
268945 일본에서 방송하는 혐한 한국인 BJ협사마 수준 [11] ㅇㅇ(107.170) 16.03.31 8795 29
265395 엠창 인생 입니다... 조언 부탁 드립니다... [25] 엠창 인생(121.151) 15.07.19 6473 38
264676 나도아까막 일어나서 총기사고막 접했는데 문득 아메리칸스나이퍼가 떠오른다. [4] ㅇㅇ(207.244) 15.05.14 4583 17
262146 카투사합격한 짬찌들을 위한 팁&썰 (마지막) [6] 예비역카투사(220.86) 14.11.08 6592 22
262142 카투사합격한 짬찌들을 위한 팁 (1) [4] 예비역카투사(220.86) 14.11.08 27814 29
205057 >>>군대안간 늅늅이들을 위한 글<<< [198] DRAMATI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06.15 86821 44
222482 예비군 훈련의 대략적인 설명 [86] 루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4.12 36144 35
257374 양박사? 혹시 밀갤에 특전 7공수 나온사람있냐? [11] 드레인(67.212) 14.02.25 6913 40
255803 카투사 지원하는 애들은 봐라 [11] ㄴㅁㅇㄴㅁㅇ(180.66) 13.12.22 5841 15
254699 카투사로 군생활한것 썰 몇개 품 [54] 김글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11.06 68320 75
253309 통번역준사관VS외무영사직 [7] 고민남(211.192) 13.09.05 12537 17
252094 한국군은 왜 방사포 개발에 소극적인가요? [14] 무회전(58.120) 13.06.24 6332 22
251718 연평도 통해 재입북한 탈북자 - 한국 해병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조롱 [2] karlco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5.18 4276 23
251675 한국 해병대 출신이 공통적으로 가진 특징들 명쾌하게 정리 [11] karlco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5.14 10661 56
249243 해병대특수수색대와그냥해병대는.... [19] zptkfm(221.146) 12.10.29 11399 29
249213 22사단의 전설 [146] 22사 마법사(211.40) 12.10.26 61390 63
249185 우리직장에 ROTC로 군대갔다 ㅄ되서 의병제대한것 같은 놈이 하나 있는데 [20] 와룡파크주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0.24 6535 21
248071 미국이 미국일수밖에 없는 이유(국군관계자들도 봤으면...) [84] kevin(14.37) 12.07.23 10250 128
247789 대위 정년이 43세 맞냐? [5] ㅁㄴㅇㄹ(58.236) 12.06.30 7279 21
247250 51사단 어떤지좀 알려줄랭? [25] 궁그매(113.10) 12.05.09 31612 30
246574 형들 예비군훈련 2차보충 불참했는데 벌금 [2] 예빌군5년차(125.142) 12.03.12 6278 11
245553 몰라도 군생활 잘하는 짜잘하고 쓸데없고 소소한 군대 관련 상식 [7] 닭살튀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1.12 9913 26
245454 간호학사장교 질문 해도 되나요?? [2] GIF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1.04 2106 14
244028 훈련병들이 받는 심화훈련이요! [2] 123(211.49) 11.10.16 1510 16
242603 현역복무 부적합처리 관련 질문입니다. [1] 승리의천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08.05 3774 27
241572 육군 군단장이 높습니까? 국군기무사령관이 높습니까? [17] 장군의아들(58.121) 11.06.21 13957 36
239328 강변역 군장점 일요일에도 엽니까??? [2] 심바(180.229) 11.04.07 11672 11
238198 국군정보사령부 특작부대.jpg 사진有 [11] 므흘흘(114.202) 11.03.09 26899 22
237771 전투복 물 안빠지는 빨래법좀 굽신굽신 (59.9) 11.02.28 1019 13
231806 ROTC를 해야할까 현역을 해야할까 고민입니다 [11] ㅇㅇㅇ(61.73) 10.11.17 2648 5
231803 논산입대했다가 귀가조치당헀는데 어찌함 횽들헬프미....ㅠㅠ [3] 으헝헝(119.67) 10.11.17 3369 4
231789 4일남은 말년병장(50사-2수교-항작사) 운전병 인데 궁금한거 물어봐!! [19] 데이비드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1.16 2108 2
231679 이런부대 종류랑 물어볼거질문좀할게요.. [2] 학생(121.150) 10.11.14 839 1
231631 2009. 1.06 입대 한사람들 수고했따 ㅋㅋ^^ [3] 해바라기~^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1.13 1351 2
1234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