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제1회 체코 영화제가 열리던 서울 아트시네마에서 우연히 만난 박찬욱 감독은 전혀 다른, 퍽 비관적 견해를 개진했다. '싸이보그…'의 박스 오피스 정상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 그 많던 관객들이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제작비가 30억 원대인지라 손익 분기점은 넘기겠지만 아마 200만명 선도 못 넘을 거 같다면서 말이다. 목하 한국 최고 감독이라 간주되는 감독의 신작에다, 최고의 스타덤을 달리고 있는 비, 정지훈의 스크린 데뷔작이란 점, 거기에 미래의 전도연이자 이영애인 임수정까지 가세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싸이보그…'의 개봉 수치는 실망스러운 게 사실이다. 게다가 입소문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어서, 그 수치가 늘어날 거 같지도 않다. 그렇다면 혹 이 땅의 뜨거우면서도 냉철한 관객들은 스타 캐스팅 중심의 영화 풍토에 싫증을 내고 있는 건 아닐까. 한국 영화라는 데에 이제 더 이상 프리미엄을 부여하지 않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보다 새로운 영화 기획ㆍ제작ㆍ투자 접근이 요청되는 건 아닐까. 그것이 위기 해소의 진정한 해결책이 아닐까. /전찬일(영화 평론가/숙명여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