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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회 베를린영화제 총정리


이야기를 줄이라! 더 많은 영상을 담으라!


베를린 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아웃사이더의 승리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경쟁부문 출품작가운데 시각적으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영화는 소수에 불과했다. 대신에 뛰어난 영화들이 포진해 있는 기타부문이 설득력이 있었다.


"경쟁부문을 피하라"는게 베를린영화제의 경험많은 방문객들에게 통용되는 일종의 규칙이다. 경험상 공식프로그램은 스타들과 화려한 인물들을 베를린에 모셔오는게 주목적이다. 따라서 경쟁부문에서 센세이셔널한 영화예술을 발견하기란 포럼이나 파노라마부문에 비해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올해는 경쟁부문에서 아주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이번 영화제의 최고작/절정인 ㅡ 멋진 제목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를 보여준 것이다. 이 영화는 "복수 3부작"으로 독일에서도 이미 평론가들의 극찬과 많은 관객을 확보한 한국의 박찬욱감독이 만들었다. 그는 "싸이보그지만..."에서 서사적으로나 시각적으로나 새로운 세계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굉장히 멋지고 기이한 키노메르헨(동화)을 관객에게 선사했다. 정신병원에 감금된 두명의 환자들에 관한 이야기로 감독은 이들의 팬터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 이들의 생각을 압도적인 영상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이런 영화에게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주 자명한 일이었다. 이토록 시각적으로 뛰어난 트로이메라이(몽상)에게 주어진 것은 주요상이 아니라 해마다 베를린 영화제의 창립자를 기념해서 영화예술을 혁신하는데 특별히 공헌한 작품에게 주어지는 알프레트 바우어상이었다. 만약에 싸이보그 정도의 수준높은 미학적 예술작품에 금곰상을 수여했더라면ㅡ 영화에서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내용의 전달만이 아니라는 점, 독창적인 예술적 표현방식도 마찬가지로,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것임을 일깨우는 표지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시대사?



어찌됐거나 - 위원장인 파울 슈라더를 필두로 한 올해의 심사위원들은 중국의 출품작인 "투야의 결혼식"에 금곰상을 수여했다. 감독상은 어느정도 숙련된 인상을 주는 반전드라마인 "보포르"를 만든 죠셉 세다르가 받았다. 많은 비평가들이 선호했지만 조금 경직된 코메디 "이리나 팜"은 빈손이었다. 경쟁부문에서 볼만한 영화들이 또 어떤게 있었던가? 지나치게 과소평가된 스티븐 소더버그의 "착한 독일인", 지나치게 과대평가된 로버트 드 니로의 지루한 영화 "충견"ㅡ 그리고 당연하게도 가는 곳마다 난도질을 당한 아파르트하이트 과거청산시도인 "굿바이 바파나!"...그 사이에는, 부당하게도 시상식에서 완전히 외면당했던 작은 보석이 하나 숨겨져 있었다. 그것은 노익장인 테시네의 "증인들"이다. 이 영화에서는 에이즈가 아직 인류를 위협하는 이름없는 전염병이었던 시절을 돌아보는 시각이 훌륭하게 연출되었다. 베를린 영화제 위원장인 디이터 코슬릭은 경쟁부문에서 시대사를 조명할 수 있기를 바랬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작품들이 과거문제 및 역사청산문제와 씨름했다. 하지만 설득력을 가진 것은 소수의 영화들뿐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다시금 박찬욱의 "싸이보그"가 보여주었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친애하는 영화제 지도부 여러분ㅡ 제발 앞으로는 경쟁부문 프로그램 구성에서 내용적인 관점은 좀 줄이고 - 매체고유의 시각적이고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영상언어에 좀 더 중점을 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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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감독 평이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