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일본보다 한국이 가까운 섬‘대마도’
2000.10.10 18:20 입력
부산에서 쓰시마(對馬島)까지는 49.5㎞. 쓰시마에서 가장 가깝다는 후쿠오카까지 132㎞. 대한해협을 건너 쓰시마를 한바퀴 돌아 이즈하라 항구까지 가는 데 2시간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직선거리로는 1시간이 조금 넘을 정도다. 일본 본토까지는 3시간이 넘는다. 쓰시마는 예로부터 지리·정서적으로 일본보다 한국에 더 가까운 섬이었다.
# 일본 제일의 청정해역 아소만
평생을 바다에서 보냈다는 가이드 요시노씨(65). 자신이 직접 제작했다는 통통배로 다도해의 무인도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솜씨가 야무진 뱃사람. 그가 가장 먼저 자랑스럽게 안내한 곳이 아소만이다. 아소만은 오키나와에 이어 일본에서 가장 고기가 많다는 낚시터. 그것도 손맛이 좋다는 감성돔의 천국이다.
쓰시마는 길이 82㎞, 폭 18㎞로 제주도의 3분의 1 정도 되는 꽤 큰 섬이다. 하지만 89%는 아직도 사람의 발길조차 들이지 않은 원시림지대. 주거지는 겨우 1%다. 해양자원은 철저히 관리돼 오염을 모르는 청정지역이다.
외해(外海)는 산자락이 수직으로 바다에 꽂혀있는 위태로운 절벽지대였다. 윗섬과 아랫섬 2개로 나누어진 쓰시마 본도 가운데의 내해(內海)가 바로 아소만. 아소만은 호수처럼 잔잔했다. 바둑돌처럼 한움큼씩 흩어져 있는 올망졸망한 섬이 109개. 그중에 사람이 사는 섬은 6개뿐이다.
아소만의 풍광은 한려수도의 통영 앞바다와 비슷했다. 섬 너머에 섬이 있고 후박나무, 청솔나무 이파리가 수면에 닿을락말락한 울창한 무인도. 한 섬을 스쳐가기 전에 다시 다른 섬이 다가왔다. 수만년 세월동안 뭍이 가라앉아 이뤄진 전형적인 리아스식 해안. 서툰 어부는 한번 잘못 들어오면 길을 잃어버린다고 한다.
일본 사람들의 아소만 낚시터 자랑은 대단하다. 포인트가 따로 없는 낚시 천국. 낚싯대를 드리운 곳마다 입질이 시원하다. 요시노가 맨처음 배를 댄 곳은 양식장 옆의 갯바위. 함께 간 박충기 한국프로낚시연맹 이사는 한나절 동안에 30마리가 넘는 감성돔을 잡았다. 가장 큰 대어가 53㎝급. 그는 “아소만의 물살이 세지 않아 손맛이 약한 것이 흠이지만 이만큼 많은 마릿수를 건질 수 있는 곳은 찾기 힘들다”고 했다. 감성돔 외에도 흑돔, 참돔, 전갱이, 보리멸, 쏨뱅이, 참치도 낚인다. 11월 넘어서면 가장 힘이 좋다는 벵에돔도 볼 수 있다. 외해 쪽으로 나가면 농어, 방어, 다랑어, 돌돔의 손맛이 쏠쏠하다.
초보자들을 위한 포인트도 따로 있다. 어군탐지기로 찾아낸 수심 60m 바다는 호수같이 잔잔했다. 밑밥으로 크릴을 매달고 새우 미끼를 끼운 간단한 채비. 낚싯대를 잡은 지 10년이 됐다는 30대 중반의 관광객도 30여분만에 전갱이 10여마리를 건져냈다. 납덩이가 낚싯밥을 바닥에 가라앉혀놓기도 전에 손끝에 입질이 느껴졌다. 발그레한 참돔, 30㎝가 넘는 쥐치, 쏨뱅이와 볼락까지 쉴새없이 낚였다.
즉석에서 횟감을 다듬는 늙은 어부는 쓰시마 사람들이 불과 십수년 전만 해도 영화 구경을 위해 부산을 오갔다고 했다. 그만큼 한국과 가까운 섬이었다.
# 쓰시마의 심장 이즈하라(嚴原)
쓰시마는 일본 열도와 한국을 연결했던 징검다리 섬. 곳곳에 한국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뭍은 일본땅이라고 해도 뿌리는 한국과 닿아 있다. 그 흔적이 가장 많은 곳이 이즈하라다.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대마도는 실질적인 조선의 속국(屬國)이었다. 태종은 ‘대마도는 본래 우리나라 땅이나 다만 궁벽하게 막혀 좁고 누추하므로 왜놈이 살게 내버려두었더니 개같이 도적질하고 쥐같이 훔치는 버릇으로 군민을 살해하고 과부가 바다를 보고 탄식하는 일이 해마다 없는 때가 없었다’며 대마도 정벌을 약속했다. 세종은 부왕의 뜻을 받들어 이종무를 보내 대마도를 정벌했다. 당시 대마도 사람들의 살 길을 열어주기 위해 만든 제한구역이 바로 부산의 왜관. 일본인 500여명이 머물렀다고 한다. 지금도 조선의 임금이 대마도주를 임명한 교지가 현립박물관에 그대로 걸려 있다.
쓰시마의 가장 큰 항구 이즈하라의 옛길은 작았다. 오른쪽으로는 경찰서와 면사무소 등 관공서가 있고, 왼쪽으로는 무사들의 집터가 남아있다. 겨우 차 2대가 지나갈 만한 옛길. 400년 전 대마도주가 조선통신사를 위해 뚫은 길이다. 당시 통신사 일행이 무려 500명이나 됐다고 한다. 그 모습을 담은 그림도 현립박물관에 남아있다. 정사와 부사를 태우고 가는 행차길. 정사가 받았다는 밥상엔 반찬까지 세세하다. 큰손님을 맞기 위해 대문(고려문)까지 새로 지었다. 요즘도 쓰시마의 가장 큰 축제는 바로 매년 8월에 열리는 조선통신사의 행렬을 재현한 행사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 중 하나인 와다즈미(和多都美) 신사를 찾았다. 일본 초대 진무천황의 선조를 모신 사당. 말하자면 일본인의 자존심이 깃든 곳이다. 이곳에도 한·일관계의 수수께끼가 숨겨져 있다. 바다에 박혀 있는 하늘 천(天)자 모양의 3개의 석문은 모두 가야땅인 서쪽을 바라보고 있다. 남쪽을 향해 열려있는 다른 신사와는 영 딴판이다.
20년 전부터 일본에서 가이드를 해왔다는 정향임씨(52)는 “가야의 후손들이 이곳에 건너왔다는 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일본 학계에선 묵묵부답이지만 쓰시마의 향토사학자들은 한국인이 쓰시마를 통해 일본땅에 뿌리를 내렸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인다. 일본의 황족들도 결혼 등 중대사가 있을 때는 매스컴의 눈을 피해 슬그머니 이곳을 다녀간다고 한다.
구한말의 슬픈 역사도 만났다. 1905년 을사보호조약에 맞서 의병을 일으켰다가 대마도까지 끌려온 면암 최익현 선생의 기념비가 9세기에 백제인이 세운 이즈하라 항구 옆의 작은 절 슈젠지(修善寺)에 남아있었다. 선생은 일본인의 밥을 먹지 않겠다며 쓰시마에서 굶어죽었다고 한다.
쓰시마 사람들은 요즘 다시 한국에 손짓을 하고 있다. 본토보다 가까운 한국. 올 여름에만 6,400여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다녀갔다. 1년에 줄잡아 1만명이 다녀간다. 관광지마다 한글 표지판도 세워져 있다. 에보시산의 한국전망대에 오르면 부산과 거제도가 빤히 보인다. 쓰시마로 가는 길. 그곳에서 역사와 자연을 만난다. 불교가 이 길로 건너갔다. 일본이 자랑하는 하사미와 미키와치 도자기도 이곳을 통해 전해졌다. 대한해협 건너 쓰시마에는 우리 선조들의 발자취가 깊게 새겨져 있다.
▶여행길잡이
부산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쓰시마로 가는 426t급 씨플라워호가 1주일에 3~4차례 있다. 월·수·금요일 오전 10시30분에 출발한다.
두번째와 네번째 일요일에 출항한다. 쓰시마의 이즈하라항까지는 2시간30분 거리. 현지에서는 오후 3시20분에 출발, 오후 5시40분에 부산에 도착.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있는 이즈하라항으로만 출입이 가능하다.
일등실은 왕복 11만4천원. 우등실은 12만5천원. 대아고속페리 (051)465-1114.
올 겨울부터는 부산~쓰시마 헬기가 운항될 예정. 18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호텔은 서양식 호텔보다는 대부분 다다미 방을 이용한 일본 전통식. 방 2개에 욕실을 따로 갖춘 것으로 숙식에는 불편이 없다.
아침식사와 세트메뉴를 포함해 10만원 이상으로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다.
대중교통이나 현지 렌터카, 택시도 비싼 편. 하루 차를 빌리는 데 4만엔으로 우리돈 40만원을 호가한다. 단체여행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저렴하다.
어부들이 바닷가에서 막 잡아올린 생선과 조개를 모닥불로 달군 돌 위에 구워먹는 전통 이시야키가 유명하다. 쓰시마의 토종닭과 어류, 표고버섯을 섞은 이리야키, 고구마를 잘게 부숴 발효시킨 다음 면을 만들어 장국에 말아먹는 로쿠베 등이 별식이다.
쓰시마 패키지 상품에는 낚시와 관광이 포함돼 있다.
첫날은 쓰시마의 명소를 둘러보는 현지 관광을 주로 한다. 쓰시마의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에보시산 정상에 오른 다음 현립박물관, 와다즈미 신사(사진 아래), 고려문 등을 찾는다.
다음날은 낚싯배를 타고 나가 직접 낚시를 해보는 낚시투어. 낚시만 원할 경우 관광 대신 낚시만 해도 된다. 미끼는 1천엔 정도면 충분하다.
일본에선 법적으로 하루 세번 어부들이 낚시꾼의 안전을 확인하게 돼 있어 안전에는 걱정이 없다.
선박대여료·관광·숙식 포함, 2박3일 46만원. 갤럭시게이트 (02)543-2336 (www.tourgate.co.kr), 부산 블루넷여행사 (051)868-3777 (www.pusanmall.co.kr).
/쓰시마(일본)/최병준기자 b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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