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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갤문학] 안아줘

공자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12.27 00:48:38
조회 742 추천 28 댓글 10
														

"아린아, 안아줘."


아린이는 지금 난감하다.

양팔을 크게 벌리고 서서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고 있는 효정이 때문에 난감하다.


"언니 갑자기 왜 이래요오."


"아아, 아린아아 얼르은!"


이젠 앙탈까지 부린다.

정말 이 언니를 어떡하면 좋을까.


사실 그렇게 갑작스럽지는 않았다.

아린이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대만 일정을 안내 받을 때 같은 호실에 환호하던 모습이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도중 묘하게 눈을 반짝이는 모습에서 효정이가 평소보다 좀더 업됐다고는 느꼈었다.


그래도 방에 들어오자마자 안아달라니.


"언니 저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어후 얘는 준비할 게 뭐가 있어. 아린아, 자!"


효정이는 아까보다 더 크게 팔을 벌렸다.

꼭 감은 눈이 마치 안아줄 때까지 팔을 내리지 않겠다는 각오처럼 보였다.

머리 위에서 은은히 발하는 불빛이 성스러운 느낌마저 준다.


어쩐지 저기 안기면 굉장히 포근할 것 같다.

아린이는 한참을 고민하다 슬금슬금 효정이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에휴 안 되겠다."


별안간 효정이가 팔을 내렸다.

아린이는 다시 슬금슬금 걸음을 물렀다.

포기한 걸까.


"아린아 우리 게임하자."


"게임요?"


"그래. 빙고를 해서 만약에 내가 이기면 내가 너를, 아니 아린이 너가 나를 안아주기, 어때?"


그래. 쉽게 포기할 효정이가 아니었다.


"언니 그럼 제가 이기면요?"


"그럼 내가 아린이 안아주기!"


"꺅! 그게 뭐예요!"


뭔가 이상하긴 했지만 리더의 권한과 막내의 자비로 게임은 시작되었다.


첫 번째 판은 과일이름으로 4줄 빙고.

승부는 싱겁게 결정이 났다.

희귀한 과일이름을 군데군데 적어놓은 아린이의 압승이었다.


"아냐아냐, 이거 무효! 아니 무효가 아니라 세 판 해서 두 판 이기는 거야."


"언니 잠깐만요! 아깐 그런 말 없었잖아요!"


"자 이번에는 방 안에 있는 물건들로 하는 걸로. 자 시작!"


막무가내로 두 번째 판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시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린아 지금 혹시 문 열어도 될까요 혹시?"


아린이를 부르는데 존댓말을 쓰다니.

두 사람은 이상한 낌새를 맡았다.


"왠지 브이앱 같은데."


역시나 브이앱이었다.








폭풍 같은 브이앱 촬영이 끝났다.

떠들썩하던 방이 조용해지자 어색한 공허함이 스며들었다.


"참, 언니 아까 왜 거짓말 했어요? 빙고 먼저 씻는 것 때문에 하는 거 아니잖아요."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아린이였다.


"음 그냥. 안아달라고 게임까지 하면은 팬분들이 보시기에 이상할 수도 있고 해서."


효정이의 목소리가 아까보다 가라앉아 있었다.


"그럼 빙고 계속 할까요?"


"아냐 그만하자. 내가 생각하기에도 조금 이상한 거 같애."


그렇게 말하는 효정이의 뒷모습이 쓸쓸해보였다.

효정이는 펜과 메모지를 원래 자리에 두고 가방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방금 전만 해도 성스럽게 빛을 뿌리던 조명도 이제는 장막을 친 듯 뿌옇게 울적한 빛을 내리고 있었다.


아린이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냥 안아줘도 될 것을 괜히 거부한 걸까.

조심스레 효정이 뒤로 다가갔다.


효정이의 축 쳐진 어깨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항상 자신을 그리고 오마이걸 모두를 따스하게 감싸 안는 저 어깨를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걸까.

효정이도 힘들었을 거고 효정이도 기대고 싶었을 거다.

그래, 그럴 때가 있었을 거다.


뭉클한 무언가가 손끝으로 퍼져갔다.

아린이는 팔을 벌려 살며시 효정이의 어깨를 감쌌다.

그러자 효정이가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했다.


"언니... 울어요?"


효정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흐느끼는 소리가 조용히 대답을 대신했다.


"언니... 죄송해요."


아린이의 목소리도 미세하게 떨렸다.

뜨거운 솜덩어리가 얹힌 듯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린이는 효정이를 안은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때 덥석 효정이가 아린이의 손을 잡았다.


"후후후 최아린."


"에?"


갑작스런 효정이의 태도에 아린이는 적응하지 못했다.


"걸려들었으!"


"네?"


조명이 밝아졌다.

동그랗게 뜬 아린이의 눈으로 다시 환한 빛이 쏟아졌다.


"아린이가 이렇게 언니를 안아주다니... 나 정말 감동 받았잖아 지금. 쫙 이렇게 소름이 막."


"에? 언니 울고 있던 거 아니었어요?"


"내가?"


효정이가 고개를 돌렸다.

입이 귀에 걸려 광대가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울었다고? 웃음 참느라 죽는 줄 알았는데?"


효정이는 아직 어안이 벙벙한 아린이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이번엔 효정이가 꼬옥 아린이를 안았다.


"으이구 우리 아린이 아직 애기네 애기. 깜짝 놀랐지?"


"아 언니 진짜 뭐예요!"


"뭐긴 뭐야 연기지. 어때? 언니 연기 완전 잘하지?"


왠지 손해 본 느낌이 들었지만 우는 게 아니라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아린이는 가끔 효정이가 동생 같다고 생각될 때가 있었는데 오늘은 정말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여동생 같았다.


"아린아."


"네?"


효정이가 다시 아린이를 바라보았다.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눈빛, 그리고 묘하게 능글능글한 웃음. 

데자뷰가 떠오른다.

오늘 아침에도 그리고 아까 엘리베이터에서도 본 그 모습.


효정이가 눈을 감았다.

이것은 설마.

아린이는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벗어날 공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효정이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다.

아린이의 머릿속이 뒤엉키기 시작했다.

예감은 점점 확신이 되어갔다.

분명 엄청난 무언가가 올 것이다.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효정이가 입술을 쭉 하고 내밀었다.

올 것이 왔구나.

아린이는 다시 난감해졌다.


동그랗게 내민 입술로 효정이는 오물오물 말했다.


"아린아, 뽀뽀해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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