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소설보단 영화로 알고있을 그 작품.
이 책이 처음 나왔을때 미국 10대들에게 불티나게 팔렸다던데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고환암 환자, 상사에게 쿠라리먹는 직장인 등, 책에선 곳곳에 잃어버린 남성성의 상징이 등장한다.
남성성의 상징을 싸움 하나로 퉁쳐버린건 좀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부정도 못하겠다.
뭐 요즘 20대 남자들 운동부족이라느니 남성성이 부족하다느니 말들이 많다.
그런데 나는 모든 사회현상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남성들이 이렇게 된 데에는 결국 제도가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옛날에 친구랑 얘기를 할 때, 지금 얘 얼굴을 때리면 어떻게 될까 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식당 점원한테도, 친절한 영화관 직원한테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때리는 행위를 즐기는 것이 아니다. 때린 후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 궁금한 것이다.
웃는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고, 나도 한대 맞고, 싸움이 나고, 구경꾼은 모여들고..
결과적으로 친구랑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고, 경찰이 와서 연행될 수도 있다.
절친이랑 절교하는 것과 이력에 빨간줄이 그어지는것, 둘 중에 어떤게 더 심각한 상황일까?
예전에 어떤 글에서 본 사람은 폭력사태가 벌어지니까 녹음기부터 켜고 본다. 유리한 정황증거를 만들기 위해서일 것이다.
맞아서 다치는 리스크보다 법의 심판을 받는 리스크가 더 크다고 본 것이다. 한국은 정당방위 기준이 엄청 빡빡하지 않던가?
이런 제도 아래에서 소극적 대응은 지극히 합리적인 반응이다.
현대사회에서 폭력은 금기시된다. 혹여 누군가에게 터지고 와도 공적인 자리에선 계단에서 굴렀다고 둘러대야 한다.
파이트 클럽의 제 1원칙과 2원칙은 절대로 파이트 클럽에 대해 말하지 않는것.
요즘 사회 분위기는 서로 짜기라도 한것마냥 남성성의 부정으로 흘러간다.
무슨 일이 있어도 주먹을 써서는 안된다. 힘으로 해결하려 드는건 무식한 사람이나 하는 짓이다. 그리고 육체노동이 천대받고 머리로 하는 노동은 신성시된다.
학생은 공부를 해야 해. 안 그러면 추울때 추운데서 일하고 더울때 더운데서 일한다? 어렸을 때부터 지겹도록 들은 말이다.
그래 폭력은 나쁘지. 근데 정말로 나쁜걸까? 무슨 일이 있어도 봉인해야 하는 행위일까? (위 사례처럼 쳐맞거나 모욕을 당해도?)
몇년 전부터 갑자기 헬스가 유행하기 시작해 너도 나도 몸을 만들고 다닌다. 힘쓰는 일과는 전혀 관계 없어보이는 은행의 창구직원도 세무 공무원도 근육질 몸을 달고있다.
남성성을 부정하던 사회가 남성성을 추구하다니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파이트 클럽에서는 육체미를 갈구하듯 몸을 만들지 않는다. 더 잘 싸우려다보니 몸이 만들어진다.
타일러 더든은 이런 이유로 자기계발을 부정한다. 현대의 자기계발이란 남의 눈 사회의 시선에 더 부합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그 과정에서 나란 자아는 철저히 배제된 자위행위에 불과하다고 타일러 더든은 말한다.오히려 철저한 자기파괴를 주장한다.
그리고 나아가 세상을, 제도를 파괴하려 한다. 알에서 깨려면 세상을 부수고 나와야 하는 법이다. 철저하게 파괴된 문명 위에서는 생존, 즉 싸움이 의미를 갖는다.
사회는 무너졌지만 남성성은 완전히 회복된다. 이게 타일러 더든의 방식이다.
하지만 이 책이 단순히 남성들의 자기위안용 소설은 아니다.
나는 스무살이 넘은 후 줄곧 복싱이나 주짓수같은 무술을 배워볼까 생각했었다.
그럴 때마다 항상 끝에 가서는 '에이 내가 무슨...' 하고 넘겨버리곤 했다.
그도 그럴게, 나는 여태껏 살면서 싸움다운 싸움은 한 번도 안 해봤기 때문이다.
그러다 얼굴이라도 다치면 어쩌려고? 요즘은 얼굴도 자산이라고 하지 않던가?
터진 입술이랑 찢어진 눈을 달고 회사에 나갈 수는 없다. 그 상태로 면접이라도 보면 광탈이다. 뭐 요새는 블라인드면접도 있다고는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두 가지 모습을 하며 살아간다. 진짜 모습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길 바라는 모습.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하다 보면 내가 하고싶은 것을 놓치게 된다. 진정으로 나 자신이 될 기회가 사라져버린다.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물론 타일러 더든처럼 극단적인 방법은 정답이 아니다.
주변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 타협은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로 타협을 할 것인가? 애초에 내가 원하는게 뭐지?
파이트 클럽의 멤버들 처럼 우리는 전쟁도 대공황도 겪지 않은 세대이다. 옛날에 비해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대신 삶의 방향성을 잃어버렸다.
중요한 것은 그 방법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쓸데없고 남들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사기위해 나랑 맞지도 않는 일을 싫어하는 사람들과 ㅈ빠지게 일하는게 정상적인걸까?
무언가를 깨달으면 잠에서 깬듯 정신이 맑아질 때가 있다. 언젠가는 스스로의 모습에 자신감을 갖길, 잠에서 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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