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비 내리는 여름 저녁이어서 그랬는지,

주말까지는 아직 이틀이나 더 채워 넣어야 하는 수요일이어서 그랬는지,

저녁밥에 마신 반주 두세 잔 때문이었는지 (3층 술 냄새 나 아, 아니라능! 두세 잔 이라능!!!)

나른하고 울적하고 맥이 탁, 빠지면서도 뭔가 설레는 밤이었어.

그래서 푹 자고 맑은(?) 정신으로 짧게 인상깊었던 부분을 쓰자면..

어제는 왠지 성당 뒷 배경 스테인드글라스의 그림마저 원망스러운 날이었다.

모든 씬들이 다 좋지만 난 성당 씬 이후부터는 정신을 못 차리겠어..ㅠㅠ

마치 아버지와 아들의 손처럼 연륜이 다르게 묻어나는 두 손..

서로를 향해 내민 두 손은.. 평행하게 나란히 놓인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손은 위에서 아들의 손은 아래에서

서로를 향해 그저 뻗고 있을 뿐...

끝내 서로에게 닿지 못한 채로 떨어져 그려진 그 손이

누나의 입술을 통해 마지막을 맞이한 레오폴트와 볼프강의 운명과도 같아서

배경 그림마저 참으로 잔인하구나, 싶었더랬다. ㅠㅠ

혼자, 이제 손 내밀 아버지도 잃은 볼프강이

자기 두 손만을 떨구어 모으고 애달프게 노래하는 모습이

그 그림과 함께 하나의 장면으로 눈과 가슴에 담겨서

극을 보고 나온 후에도 몇 번이고 머릿속으로 반복하게 돼...

그림 속의 두 손은 비록 맞닿아있지 않지만,

서로를 향해 뻗어 있잖아... 그래도 손 내밀 누군가가 있잖아....

근데 그 앞에 선 볼프강의 가련하게 모은 손... 그 가엾고 외롭고 처량한데 무척 예쁘고 깨끗하고 고운 손은......

누가 잡아주죠? 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진심)

슬픈데 좋고 좋은데 슬픈 이거슨 모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볼프강이 홀로 남아 부르는 곡의 선율은 너무 처연해서

아버지가 그를 홀로 여행 보내고 걱정하던 장면보다는

그의 악몽 속에서 아마데만을 데리고 떠나던 장면을 상기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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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내가 준 것.
허나 네가 버린!
다신 얻지 못할 것.
네가 찾고 있는 해답은 바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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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선율로 자책과 참회, 또 참회를 하고..

꿈속에서조차 아버지가 천재성만을 사랑하는 것을 두려워하던 볼프강이었는데

왜 자기 잘못이라고만 하는 거니.. 크만!! 크만훼!!!

같은 선율인데도 가사가 대조적이라서 더 가슴을 후벼판다... 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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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 말도,
용서도 없이
멀리 떠나가셨네.
날 이해하길, 사랑하길. 간절히 바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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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이

악몽 속 아버지의 망토를 입은 레퀴엠 의뢰자 등장...

왜 이렇게 성당 씬은 뼛속까지 잔인, 잔인, 잔인, 39,900원 이 가격 이 혜택 잔인한 구성!!인 거냐고.... 눼에..?....???

몇 분짜리 노래 한 곡도 녹음하다 북받쳐서 울던 폭풍 감성으로

어찌 이걸 수 십 번이나 하시는지 모르겠스미다..

극을 보기만 하는데도 나는 힘이 들어.....

이러다 늙겠어..... (ㅎ_ㅎ)........

항산화제 복용 후 관람 권장이요 ㅇㅇ

하튼 횽들 (정색) 박가수 얼굴만 너무 변태빠슨빠돌씹더쿠처럼 클로접하지 말고 (정색)

쿄촤 손이랑 그림 속 손이랑 전체 장면을 봐봐....

나.. 손 그림 너, 너무 밉다....... ㅠㅠ

(침대에 누워 눈물 콧물 범벅인데 매우 아름다운 목소리로) 하지..만...........

난 그 장면 또 보아야만 해!!! 딱히 너 때문은 아니햐.....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쿄 회차는 다 말라버렸어....

막이 내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내가 못 보고... 내가 못 보면.. 너도... 못....... 크흐규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