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기운이 강한 경인년에는 온갖 흉악한 범죄와 외적의 침입으로

나라가 내우외환의 위기에 처했나니

본래 호랑이는 평화를 모르고 약탈하기를 좋아하는 동물인지라

이로인해 많은 사람들이 화를 입은 것이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호랑이의 강개한 기상을 기렸으나 그 흉악한 본성은

경계하였는데 후대에 이르러 뭇사람들이 이를 소홀히 하였다.

또한 왜적의 지배를 받으면서 수치심을 잊기 위해 나라의 생김새를

호랑이에 비유하고 그 정기를 이으려 노력했으나 이는 선조들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다.

본래 조선은 소국으로서 언제나 국제정세에 밝아야 하고 이에 적절히 대처하며

살아왔으니 어찌 평화를 모르고 산림에서 날뛰는 호랑이에 비할 것이랴.

동물에 비유할 것 같으면 이 나라는 토끼로 볼 수 있나니 왜적의 주장과는 달리

토끼는 평화를 사랑하고 지혜로우며 영생하는 동물인지라.

이 나라의 백성들은 예로부터 본성이 온화하고 변화를 싫어하며 전쟁을 혐오하는데

언제나 남을 헐뜯고 괴롭히다 응보의 대가를 받는 호랑이에 비할 것이랴.

사방이 혼란하면 토끼는 다투지 않고 산림으로 숨나니 다투지 않는 것이 제1의 계책임을

아는 것이요, 그 기이한 책략과 지혜는 죽림의 은현을 이은 것이고 장자의 사상을 받든 것이라.

간을 빼앗길 위기에 처해도 살 방도를 마련한 것이 지혜요 평화를 사랑하여 은둔하는 것이 무위가 아니겠는가?

포악한 호랑이도 토끼의 꾐에 빠지면 스스로를 곤경에 빠뜨리니 누가 호랑이가 강하다 하였는가?

이제 곧 흰 토끼의 해가 돌아오나니 초년엔 호랑이의 기운으로 혼란할 것이나 그후엔 토끼의 지혜로 나라가 번성하고 평화로울 것인저.

토끼가 새끼를 낳듯 만사가 형통하고 경인년의 악운이 스스로 물러나 온 가정이 화목할 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