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먼저 어제 밤 늦은 시간에도 설문에 응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설문의 목적은 "실제"와 상관없이 "폰녹음(V20)"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저 나름대로는 분명한 답을 가지고 있음에도 여러분의 의견을 구한 것은
저조차 실제를 모르고 녹음을 들었다면 다른 답에 도달했을지 모른다는 생각때문이었습니다.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2번과 4번이 많은 인기를 모았고, 1번과 3번은 그다지 선호되지 않았죠.
모든 분들이 이유를 적어주진 않으셨지만 음의 선명함이 중요한 판단요소로 작용한 듯 보입니다.
(이 아래로는 녹음에 사용된 피아노에 대한 정보가 됩니다만,
혹시 어제 설문글을 못 보신 분이 계시다면 그것을 먼저 보고 오셔도 좋을 듯 합니다.
물론 댓글로 설문에 응해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사진은 구글 검색으로 가져왔습니다)
녹음에 사용한 피아노는 야마하의 W102, 1979년 생산품입니다.
1~4번은 제가 작업을 하면서 그 단계 단계를 기록한 것이죠.
다만 순서는 살짝 섞어서, 실제 작업 단계별로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번 - 작업을 시작하기 전
4번 - 해머를 깎고(화일링), 터치를 위한 모든 조정을 제 취향대로 세팅한 후
2번 - 피아노의 발성을 대중가수 느낌으로
3번 - 피아노의 발성을 성악가 느낌으로
(사실 2번과 3번은 반드시 적절한 비유는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발성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원래는 2번과 3번만 놓고 설문을 진행할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만,
구색맞추기로 1번과 4번을 넣은 것이 되려 3번보다 선호도가 높아 크게 놀랐습니다.
실제야 어떻든 녹음에 대해서는 그만큼 음의 선명함이 중요시 된다는 것은
완전히 제 예상 밖이었거든요.
사실 3번 음색을 만들면서 아예 작정하고 쨍쨍거리는 느낌을 다 벗겨버렸기 때문에
작업하고 나서도, 좀 너무 벗겼나.. 싶은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실제는 녹음과는 다른 느낌이 있기 때문에 그다지 잘못되었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집에서 녹음들을 편집해 들어보니 녹음이 생각과 많이 다르게 나오더군요.
실제로는 페달을 밟지 않아도 페달을 밟은 것처럼 한 음 한 음 길고 깊은 울림을 가진 3번은
묵직하게 깔리는 베이스가 흐릿한 인상을 주고,
3번에 비하면 답답하게 막혀있는 2번의 소리가 차라리 정제된 느낌이 있었습니다.
3번이나 2번에 비하면 겉도는 소리를 내는 1번과 4번은 녹음에선 되려 더 선명하게 음들이 떠올랐습니다.
물론 2번과 3번에 비해 짧은 울림과 고르지 않은 소리는 분명히 녹음되었지만요.
아무튼 녹음과 실제가 많이 달랐고,
일반적으로 중요시되는 포인트가 무엇인지 알았으니 저로서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댓글 중에 59.27 님께서 3번의 깊이와 울림에 4번같은 clear함이 더해지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사실 녹음이 아닌 실제의 4번에 clear함은... 그다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 방향성은 100% 제 생각과 일치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부디, 제가 이 설문에 응해주신 다른 분들의 답변을 보고
"이 사람들 귀가 어떻게 된거 아냐..."
같은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히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어제부터, 행여나 이렇게 피아노의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진지하게 설문에 응해주신 분들의 귀를 평가하는 모양새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했습니다만,
애초에 저조차 녹음과 실제의 느낌이 다른 점에 주목해 다른 사람들도 같은 시각일까 싶어서 올린 것이니까요.
단순히 "선명함"이라는 말로 그 소리의 느낌을 다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그 느낌" 이 예상보다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다음엔 3번으로의 방향 자체는 포기하지 않더라도
확실히 모두가 좋다고 말하는 3번을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설문에 응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실제야 어떻든 이번 녹음에 있어서는 말 그대로 "과유불급" 이라는 결론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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