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시모프가 끼어들었다.

"일을 교묘하고 교활하게 실행시키지만, 그 행위를 지배하는 근본은 혼란스럽고 병적인 여러 가지 인상에 좌우됩니다. 이를테면 꿈 같은 것 말입니다."

'저 친구는 나를 미친 사람이나 다름없이 보고 있나 본데 어쩌면 그게 유리할지도 모른다' 하고 라스콜니코프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건강한 사람에게도 있을 수 있는 일 아니겠어요?" 불안한 듯 두네치카가 지적했다.

"참으로 옳은 말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우리는 모두 미친 사람이나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저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즉 '환자'는 우리보다 발광의 정도가 심할 뿐입니다. 그래서 반드시 그 경계를 그어둘 필요가 있죠. 완전한 조화를 지닌 인간이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몇만 명 가운데 한 사람 정도 있을까요. 그나마도 불완전한 표본이겠지요..."

조시모프가 무의식중에 내뱉은 '미친 사람'이라는 단어에 좌중은 모두 눈살을 찌푸렸다. 라스콜니코프는 파리한 입가에 야릇한 웃음을 띤 채 생각에 잠긴 얼굴로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