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절이란 뭘까. 어디까지가 예절이며 왜 지켜야 하는걸까. 우리집안은 그리 엄격한 집안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왠지 자주 경직돼 있었다. 그렇게 태어나서 지금까지 욕한마디 안해왔고 나보다 나이 많은 분이 있으면 자동으로 머리 숙여 인사해왔다. 결과적으로 이것이 나를 굉장히 소극적으로 만들었고 뿌리 깊숙이 예의란게 물들어버렸다. 남을 불쾌하게 하지 않으려고 불편해도 말없이 묵묵히 시간을 보냈고 화가 나도 화를 내지 않았다. 어려선 그저 그래야 되는건줄 알았다. 그러다가 무슨말을 들어도 쉽게 화가 나지 않고 자신을 욕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것은 굉장히 나란 사람을 작게 만들었고 고치기도 힘든 병이었다.
지금와서는 예의,예절이란 말을 들으면 내안에 거부감이 일어난다. 이것들은 나를 자연스럽게 만들지 않는다. 순간순간을 회피하게 하고 자괴감에 빠지게 한다.
나는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 특히 같이 밥먹는게 너무 어렵다. 말을 꺼내기도 어렵지만 억지로 대화를 이어나가야 할 필요를 못느끼겠다. 그리고 그 어색한 공기는 나를 또 예절바른사람으로 만든다.
그것은 굉장히 싫은 관상이다.